계열 효과 넘어 "약제별 차이"에 집중

스타틴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고용량 스타틴을 이용한 LDL-C 강하요법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치료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스타틴 치료, 특히 고용량 스타틴요법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고, FDA에서도 이를 공식인정하고 나서면서 라벨변경까지 이뤄짐에 따라 스타틴은 당뇨병을 높이는 약제로 사실상 굳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피타바스타틴이 당뇨병 위험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타 스타틴과 달리 당뇨병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최근 스타틴의 계열 효과(class effect) 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 논란과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그리고 새로운 연구를 살펴봤다.

 

"당뇨병 발생률 증가" 발표 잇따라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생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 대표적인 임상은 2008년에 발표된 JUPITER 연구다(NEJM. 2008;359:2195-207).

LDL-C 수치가 130mg/dL 이하로 정상에 가깝고 고민감도 C-반응성단백질(hsCRP) 수치가 2mg/L 이상으로 높은 환자 1만7802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 시작 당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는 제외했다. 로수바스타틴 20mg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1.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로수바스타틴군 중 270명(3%)이 새롭게 당뇨병으로 진단됐고,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발생이 26%나 높게 나타났다.

본래 JUPITER 연구는 심혈관계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들에게 조기에 스타틴을 투여함으로써 심혈관질환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일차예방 효과를 증명하고자 기획된 연구다. 개시한 지 1.9년 만에 로수바스타틴군에서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4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5년보다 절반 이상 종료를 앞당기는 쾌거를 이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뇨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로수바스타틴은 이후 발표된 연구들에서도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에 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NYHA II~IV에 해당하는 만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ISSI-HF 연구에서는 로수바스타틴 10mg 투여가 사망,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입원을 포함한 환자의 아웃컴을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당뇨병 발생을 10%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Lancet 2008;372:1231-9).

이어 2009년에는 공복혈당장애(IFG)와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에서 로수바스타틴 1일 10mg, 20mg, 40mg 투여가 인슐린저항성(IR)을 각각 25.4%, 32.3%, 44.8% 높이고, 혈장 인슐린 수치도 각각 21.7%, 25.7%, 46.2% 증가시킨 것으로 보고돼 로수바스타틴 투여용량과 인슐린저항성 간에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이 확인됐다(Int J Clin Pract. 2009;63:1308-13).

로수바스타틴 이외에 다른 스타틴 제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소 3가지 이상의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고혈압 환자 1만 9342명을 아토르바스타틴 10mg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비교·평가한 ASCOT-LLA 연구는 5년 추적 관찰을 목표로 했으나, 연구 시작 1년 만에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유의한 임상적 효과가 나타났다. 평균 3.3년째 시행한 중간분석 결과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1차종료점이었던 비치명적 심근경색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 발생을 36% 유의하게 감소시켜 조기중단하게 됐지만, 당뇨병 발생률은 14%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Lancet 2003;361:1149-58).

심바스타틴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HPS 연구에서 위약과 비교해 주요혈관사건 및 혈관사망률을 각각 23%, 18% 감소시켰지만 당뇨병 발생위험도는 15% 증가됐다(Lancet 2004;363:757-67).

특히 심바스타틴은 여러 기초연구를 통해 고용량 투여 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고 인슐린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대사의 항상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Br J Pharmacol. 1999;126:1205-13).

각각의 스타틴 제제에 대해 잇따라 당뇨병 위험도가 지적된 데 이어 2010년 Lancet에는 13개의 스타틴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당뇨병 발생을 9% 높인 것으로 보고됐고(Lancet 2010;375:735-42), 2011년에는 PROVE IT-TIMI 22, A to Z, TNT, IDEAL, SEARCH의 5개 무작위대조연구(RCT)를 메타분석했을 때 고용량 스타틴요법이 중간용량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16% 감소시키는 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은 12% 증가시켰다고 발표됐다(JAMA. 2011;305:2556-64).

 

이에 2012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모든 스타틴 제제의 제품 라벨에 혈당과 당화혈색소(A1C)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추가하도록 조치했고,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스타틴의 영향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 됐다.

 

"심혈관 혜택이 더 커"스타틴 반격

견고했던 스타틴의 아성이 이대로 무너지나 싶을 때쯤 스타틴의 반격이 시작됐다.

당뇨병 위험을 높이긴 하지만 이를 상회할 만큼 충분히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가 크다는 것. 역설적으로 2012년 JUPITER 연구의 사후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스타틴의 심혈관계 혜택에 힘을 싣게 됐다(Lancet 2012;380:565-71). 

앞서 언급한 것처럼 JUPITER 연구가 조기종료됨에 따라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제한점으로 지적되자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미국 하버드의대 Paul M. Ridker 교수팀은 스타틴 사용 시 혈관 혜택과 당뇨병 위험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군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사증후군, IFG,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A1C 6% 이상 등 당뇨병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1개 이상 갖고 있는 이들을 당뇨병 고위험군(1만 1508명)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을 저위험군(6905명)으로 분류했을 때, 고위험군의 당뇨병 발생 위험은 연간 환자 100명당 1.88명으로 저위험군(0.18명)에 비해 높았다.

스타틴 투여에 따른 당뇨병 위험 증가의 정도는 위험인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두 군 모두 당뇨병 위험도 증가에 비해 심혈관사건이나 사망률 감소 효과가 월등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고위험군에서는 스타틴 투여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재형성술 및 심혈관사망으로 정의되는 1차종료점이 39%(HR 0.61, 95% CI 0.47-0.79, P=0.0001), 정맥혈전색전증이 36%(0.64, 0.39-1.06, P=0.08), 사망률이 17%(0.83, 0.64-1.07, P=0.15) 감소했지만, 당뇨병 발생은 28% 증가했다(1.28, 1.07-1.54, P=0.01).

한편 당뇨병 저위험군에서는 스타틴 투여 시 1차종료점이 52%(0.48, 0.33-0.68, P=0.0001), 정맥혈전색전증이 53%(0.47, 0.21-1.03, P=0.05), 사망률이 22%(0.78, 0.59-1.03, P=0.08) 감소한 데 반해 당뇨병 발생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0.99, 0.45-2.21, P=0.99) 위험 대비 혜택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당뇨병 위험인자가 없는 저위험군에서는 당뇨병 발생 위험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며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은 고위험군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당뇨병 고위험군에서조차 로수바스타틴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가 당뇨병 위험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도 논란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대만의 건강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7.2년 동안 스타틴 사용자들의 연간 당뇨병 발생률은 2.4%로 비사용자(2.1%)들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지만(P<0.001),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 발생은 각각 18%(0.82, 0.86-0.98), 6%(0.94, 0.86-1.03) 낮았고, 원내 사망률도 39% 감소했다고 밝혀 전반적으로 아웃컴이 유의하게 개선됐다(0.61, 0.55-0.67).

이러한 일련의 보고에 힘입어 임상현장에서는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당뇨병 위험도 대비 심혈관계 예방을 통한 생명연장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을 들어 스타틴 투여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 아토르바스타틴

지난해 발표된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은 지질치료를 위한 1차선택약제로 스타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초기부터 적극적인 스타틴 치료를 시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고, 최근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에서도 스타틴 투여대상을 확대하면서 아토르바스타틴을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약물로 꼽았으며, 비스타틴계 약물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까지 명시했다. 

연세의대 이상학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심혈관질환자에서 이차예방 목적의 스타틴 투여는 절대적인 위험도 경감 효과가 뚜렷하므로 고민의 여지가 없고, 반대로 심혈관질환이 없는 일차예방 환자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고려해 처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량 스타틴 처방이 많은 편이 아니고, 상당수의 환자가 저용량에서 LDL-C 수치가 잘 조절되므로 서양 환자들에 비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뇨병 위험도 스타틴 나름
-피타바스타틴은 오히려 발생률 18% 낮춰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18%가량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도의 상관관계가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도쿄의대 Masato Odawara 교수가 발표한 J-PREDICT 연구로, 스타틴 전체 계열이 아닌 제제별 위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새로운 견해가 등장하게 됐다. 이른바 계열 효과(class effect)가 파기된 것. Odawara 교수의 연구 결과는 발표와 동시에 높은 관심을 받으며 이후 올해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서브 분석연구까지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일본인 내당능장애(IGT) 환자 1269명을 피타바스타틴군(1일 1~2mg 투여)과 대조군으로 나눠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72개월간 추적 관찰했고, 두 군 모두에서 생활습관 개선요법을 병행했다. 1차 종료점은 당뇨병 발생 누적빈도였고, 당뇨병 발생은 식후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또는 공복혈당 126mg/dL 이상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연간 환자 1000명당 당뇨병 발생빈도는 피타바스타틴군 163건, 대조군 186건으로 피타바스타틴군에서 당뇨병 위험도가 18%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됐고(HR 0.82, P=0.041), 이 같은 효과는 하위군 분석에서도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

Odawara 교수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일본 내당능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당뇨병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든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 피타바스타틴

올해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의 당뇨병 예방효과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뛰어나다는 내용의 J-PREDICT 하위 분석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남성에서 피타바스타틴군과 위약군의 당뇨병 발생률은 차이가 없없던 반면 여성에서는 피타바스타틴군에서 위약대비 32%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층화 로그랭크 테스트 분석(stratified logrank test)과 콕스 모델 위험비 분석(Cox proportional harzard model)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소개한 일본 토호대학 Tetuo Shiba 교수는 "J-PREDICT 하위분석에서는 내당능장애가 있는 여성에서의 당뇨병 발생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에 따라 증등증 또는 저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여성은 피타바스타틴으로 인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콜레스테롤 개선효과는 남녀모두에서 위약대비 뚜렷했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는 한국인과 유전자 특성이 유사한 일본에서 시행된 연구라는 점에서 국내 임상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개별 스타틴 제제의 위험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지난 4월 순환기관련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서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타틴 제제간 당뇨병 위험도를 조사한 사후분석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가 총 3566명을 대상으로 평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아토르바스타틴군(5.8%)은 위약군(2.1%)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켰고, 보정 후 Cox 분석에서도 2.3배 차이를 보였다. 반면 3260명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군과 위약군 비교에서는 당뇨병 발생률이 각각 5%와 2%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지만 보정 후 분석에서는 로수바스타틴군 3.4%, 대조군 2.8%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 외 심바스타틴, 플루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가율을 보이지 않았고, 피타바스타틴의 경우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긴 했지만 분석대상이 적어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나 교수는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심혈관사건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용해야 한다"면서 "일부 약제는 당뇨병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도 있어 환자군 특성을 고려해 당뇨병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약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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