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실질적 이익 없어 불만... 일자리 창출 효과도 침소봉대

▲ 17일 열린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토론회에서 해외환자유치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는 과장됐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이 가장 기뻐해야 할 의료법인들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해외환자 유치로 인한 일자리 창출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업과 여행업을 신설하고, 목욕장업과 수영장업, 체력단력장업 및 종합체육시설업도 할 수 있도록 의료법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19일 공표·시행할 예정이다. 또 장애인 보조기구의 제조 및 개조, 수리업과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에게 병원의 일부 유효공간을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인들, "달라진 게 도대체 뭐냐"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불리는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법인들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의료법인을 운영하는 중소병원장들은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토론회에서 전라북도 군산시에 있는 동군산병원 이성규 이사장은 의료법인들은 정부에 부대사업을 negative 방식이 아닌 positive 방식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병원의 유효공간을 임대하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줘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제3자에게 병원의 시설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보면 이·미용업, 안경조제, 은행업인데 중소병원의 현실을 보면 이·미용은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해주는 병원이 많고, 안경조제는 안과병원 정도만 해당된다"며 "은행에게 임대를 줄 수 있는 병원은 대형병원이 아니면 못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법인들은 기대가 컸지만 결국 돌아온 게 없다. 중소병원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며 "복지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결국 대형병원을 위한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도 복지부가 의료법인에게 굉장한 무언가를 제공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결과물을 보면 서운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법인들이 자법인을 설립하면 기존 민간인들이 하는 것을 뺏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동네 슈퍼가 모두 문을 닫게 되듯 돈이 많은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세워 운영을 하면 기존의 소규모 상인들의 일을 뺏어오게 되는 꼴"이라며 "자법인 허용은 신규투자나 고용확대보다는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의료법인의 이미지를 위협하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자리 창출, 정부의 '침소봉대'

복지부는 해외환자를 올해 25만명, 내년에 32만명, 오는 2017년에는 50만명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메디텔 설립을 위해 필요했던 해외환자 유치 실적도 모법인 유치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9월에 추진하고 있다. 또 임대방식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입주도 허용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찬성하는 진영에서도 정부의 50만명 해외유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차의대 지영건 교수는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 등 투자활성화를 통해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얘기하지만 이는 침소봉대 된 것이라 꼬집었다. 차 교수는 "병원 영리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상황을 침소봉대 하고 있지만,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해외환자 유치와 고용창출은 개별성이 많아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법인을 허용하지 말고 영리법인병원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서울대 권순만 교수도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의료가 우리나라 성장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확신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

권 교수는 "정부가 보건의료에 투자를 해도 얘기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병상당 인력비중이 가장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환자 유치 등에 집중하기보다 바이오산업이나 의과학 등에 투자한다면 오히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동우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의료시장의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려면 해외환자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각 대륙별로 의료허브 국가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동북아의료의 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면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10년 전 복지부가 의료시장 개방을 두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었을 때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5년이 지난 지금 영리병원을 키워드로 잡고 의료계를 흔들고 있다는 것.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영리병원이란 용어에 대해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자 기재부가 이를 투자활성화로 바꾼 것이다. 아마도 2018년이 되면 또 다른 키워드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정부가 영리병원이나 해외환자 유치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 근거자료가 너무 빈약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병원들이 의료법상 규정한 내용만 잘 지킬 수 있도록 해도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 또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 등 제조업에 투자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계에서 핵심 인력은 의사다. 정부가 그렇게 고용창출을 원한다면 의사 인력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공공의료, 투자활성화라는 주제들에 대해 균형을 잡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밝혔다.

17일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영리법인 등에 대해 FAX로 수없이 들어오는 의견들을 보면서 국민 의견이 팽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면서 더불어 의료의 산업화를 꾀하는 역할을 복지부가 해야 하는데 조율이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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