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
1일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심포지엄서 주장

"기업체가 단독으로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제는 대학병원이 제약계와 메디칼클러스터(medical cluster)를 형성함으로써 신약개발 과정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 중심에 임상약리학과가 있습니다. "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이동호 단장이 지난 1일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국내 신약개발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계, 특히 임상약리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이동호 단장

이 단장에 따르면 최근 7~8년 새 제약사들은 독자적으로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수익모델이 나빠지면서 R&D 내부인력을 감축시킴에 따라 점차적으로 대학병원에 있는 임상의사들과 협력해서 일하는 방식으로 전향하게 됐다.

그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임상의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innovative idea)를 제공하고 이를 제약계와 논의함으로써 아이디어가 선정되면(idea adoption) 재원을 지원받아 권리를 공유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 의료계가 이 과정을 리드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 개에 달하는 병상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의료계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집중된 환자군과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의사들은 진료에 치여 R&D에는 무관심한 실정이다. 의료기관들은 95% 이상의 수익을 진료에 의존하고 있고, 임상연구는 대부분 3상임상으로 그나마도 외부에서 용역을 받아 진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단장은 "이제는 우리나라 의료기관들도 연구를 통한 수익창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의료계가 똑똑한 목소리내면 엄청난 국가 R&D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데, 의사들이 별로 관여를 안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세계적으로 R&D 흐름을 리드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데 한국은 당연히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또한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메커니즘을 이해함과 동시에 미충족의학적수요(unmet medical need)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글로벌스탠다드에 대한 인식과 함께 어떻게 신약개발 과정을 가이드할 것인가도 앞으로 의료계가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무것도 없던 것에서 시작했던 나라가 임상시험으로 세계 랭킹에 들어가는 데 10년 밖에 안 걸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의료계의 우수성"이라며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규모를 갖춘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단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면서 9월 8일자로 지난 3년간의 사업단장 임기를 마치고 원래 소속이던 서울아산병원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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