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회장, 정부·국회의 강력한 규제 필요

"담배회사들은 발암물질 등 위험을 방지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 설계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체설계를 채택하지 않았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담배규제와 법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국립암센터 교수)은 "담배회사들이 첨가물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대체설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첨가물이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넣는 것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회사의 이익창출을 위해 더 해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러한 해로움을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 회장은 "1975년 WHO의 강력한 종용이 있기 전까지는 경고문이 없었고, 1976년에는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가 붙는 게 전부였다"며 "1989년부터 조금 더 경고문이 강력해지긴 했지만, 그 전까지 담배회사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이를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끼워팔기, 청소년콘서트, 무료시연 등 담배회사들이 불법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을 노리는 마케팅과 판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 회장은 "결국 담배회사는 우리나라에 흡연자 1000만명, 진료비 1조6914억원, 매일 160명 사망이라는 손실만 남겼다"며 "국민이 담배회사의 음모를 알게 하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담배회사의 활동을 감시,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배회사의 광고, 판촉을 규제할 법률을 제정하고, 이들을 불법활동을 고발해야 한다"며 "대통령, 국회의원, 공직자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직은 미미한 국내 담배소송...미국은 어떤가?

법무법인 남산 정미화 변호사는 같은 날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담배 위해성을 토대로 소송을 진행한 사례와 현재 진행중인 공단 소송현황을 밝혔다.

우선 흡연자 5명이 지난 1999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통해 담배와 담배회사의 폐해를 적시했다.

해당 사례에 따르면, 김 모씨 등 5명의 흡연자는 20년 이상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웠고, 올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폐암, 후두암 등으로 사망했다.

이들 모두 일반적 경고문구 외에는 별다른 흡연의 위험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흡연을 시작, 이에 대해 흡연자 5인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로 질병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요청했다.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것과 관련 "담배회사에서 발암물질, 중독유발물질 등 위험요인을 방지 혹은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 설계를 알고 있음에도 대체설계를 하지 않고, 지난 1989년까지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한 담배회사는 그 당시 담배가 해롭지 않다는 홍보책자를 만든 바 있고, 담배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까지 벌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첨가제를 넣었고, 흡연량을 늘리기 위해 니코틴 흡수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제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담배의 중독성 및 유해성은 인정했으나, 대체설계 미이행, 표시상 결함, 거짓정보의 전달 및 기망행위, 정보의 은폐, 질병과의 상관관계 등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흡연의 개시나 지속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담배회사의 담배 제조 및 판매는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즉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담배회사에 책임을 크게 묻지 않고 있는 것.

▲ 담배소비량과 폐암 사망자 수 증가 관계.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담배소송이 진행되면서, 업계와 피해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담배소송을 통해 대중에게 담배의 위해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등 많은 공공보건전략이 담겨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법무부 담배소송팀장인 샤론 유뱅스(Sharon Y. Eubanks) 변호사는 공공보건 전략으로서의 담배소송의 효과와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 역시 1954~1974년 초기 담배소송 시기에는 '흡연의 폐암유발 여부' '흡연의 폐해' '유해성 고지의무 위반' 등을 주장해왔고, 담배업계에서 승소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이 바뀐 1983~1992년에는 담배회사의 결정적인 내부 문건들이 최초로 공개되고, 변호인단이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있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어렵사리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간접흡연, 비흡연 피해자 등 책임전가를 할 수 없는 경우, 정부 또는 보험사 등이 담배관련 질병의 치료에 사용한 비용 등을 소송의 '핵심'으로 바꾼 1994~현재까지는 소송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하나의 소송으로 통합해 진행 중이다.

또한 현재의 미국 담배소송은 사기 및 은폐, 허위진술, 고의적 정신적 고통, 담합, 태만 등을 소송 사유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실제 담배회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니코틴의 중독성을 인정하면서 '중독성 약물을 판매하는 회사'로 지칭했고, 니코틴의 중독성과 독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소비자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뱅스 변호사는 "담배소송은 손해배상 자체 뿐 아니라 공공보건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담배업계의 만행을 공공연히 알려 대중의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 담배 관련 질환은 흡연자 뿐 아니라 누구나 발생할 수 있음을 홍보할 수 있고, 법원 명령 등을 통해 담배의 광고나 홍보를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보공단 담배소송의 첫 법적 공방은 내달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공단은 국제심포지엄 개최는 물론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처장 신영수)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담배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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