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관계자 유통비용 정상화 입모아 호소

▲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 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늘 토론회는 당사자인 유통업계와 다국적 제약사가 직접 소통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그러면 다국적사 누군가는 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같이 살자고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당사자가 없어 유감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황치엽)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회원이 다국적사와 불참을 아쉬워하며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 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유통업계, 대한약사회, 보건복지부 등 패널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황치엽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국적사는 자기들의 제품을 유통시키면서 유통업체에게 손해 보라고 강요한다"며 "밑지고 유통하는 것도 한 두 달이지, 장기화되면 누가 취급할 것인가. 의약품을 취급하지 않을 때의 문제는 누가 해결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국적사 패널의 불참에 대해 "사정에 의해 불참한다고 통보해왔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한 임원은 통화에서 "공문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는데 유통비용에 대해 회사별로 정책이 다르며, 이를 협회에서 한 목소리로 담을 수는 없었다"며 "회원사 입장에서는 유통비용을 많이 준다는게 드러나도 불편하고, 적다고 지적돼도 불편하기에 협회차원의 대응은 맞지 않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최저생계비 수준, 대화가 안통하는 상황"

▲ 김동구 회장

한편 토론회는 유통업계의 현실과 대책마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김동구 백제약품 회장은 최근 2년간 유통업계가 구조적 변화와 수익성 악화로 중견사들이 자진 정리하는 등 아주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또 유통비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하다 결국 배송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며, 최저생계비 수준에 도달하는 비용밖에 못받는 직원들의 상황을 제약사와 국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혜 의약품유통협회 수석부회장(지오영 회장)은 현재 약가인하 등에 따른 제약업계의 어려움이 도매업계로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유통업계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국적사의 마진을 보면 팔수록 손해보는 상황이고 국민 보건을 위한 원활한 의약품 공급에 전념할 수 없을 정도인데 다국적사 시장 점유율이 커지면서 손해도 커진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회전율이 늦는 병원도 다국적사는 영업을 하고, 회전에 대한 부분은 전부 유통업계에 떠넘기는 부분 등은 수 차례 지적해도 도무지 대화가 안통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조선혜 회장

조 수석부회장은 "유통업계는 사명감을 갖고 저마진이라도 의약품을  공급했지만 생존권 차원에서 수용 불가한 상황에 왔다"며 "다국적사는 대금결제 금융비용 인정과 카드결제를 수용해주길 간곡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두주 대한약사회 경영개선본부장은 도매업체당 평균 매출액을 비교하면 미국 28억4800만 달러, 독일 2억1200만 달러, 영국 1억4300만 달러, 일본 4억800만 달러인데 한국은 600만 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이 유통업체간 과다 경쟁으로 금융비용이나 불법 리베이트, 1원 낙찰 등 유통질서 문란행위, 품목도매 등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는 정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금융비용이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비용도 인정하지 않고 오리지널 제품을 앞세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의약품 도매상과 제약사간 적정 유통비용과 약업계의 공동발전방안 마련을 위해 '약사회-제약협회-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약품유통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 이고운 사무관

이고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이러한 갈등은 의약품이 일반적인 물품이 아닌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재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해결책을 바로 제시할 수 없겠지만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의약품 종합도매사의 유통비용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황인경 가천대 명예교수는 "국내 도매사들은 매출규모가 작아 판관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불리한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수익성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매사 간 M&A가 이뤄져 매출 규모가 커지고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하는 대형 도매상으로 재편성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런 개선방안은 모든 도매업체에 즉시 실행토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제약사들은 도매업체가 장차 2~3년간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적정마진을 제공해주는 것이 의약품산업 발전을 위한 동반자로서 마땅히 할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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