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입증에 기대감 상승 vs. 임상에선 여전히 냉랭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하면 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됨에 따라 1차예방 효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임상적용에 있어서는 국내외 모두 신중한 모습이다.

대부분 관찰연구에 근거한 분석 결과에 불과하므로 근거수준이 낮다는 게 그 이유인데, 학계가 어떤 지침을 내릴지 귀추이 주목된다.

 

영국 연구팀, 일반인 대상 아스피린 암 1차예방 효과 입증 
아스피린이 진통소염 효과 외에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혈관사건에 대한 항혈소판 치료 효과를 높이고 각종 암 발생 및 사망률을 낮춘다는 주장은 기존에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위장관출혈, 뇌출혈 등 출혈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률적 사용을 권고하기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

더욱이 과거 특정 질환에 대한 병력이 없거나 심혈관질환, 암 등의 발병 위험도가 높지 않은 일반인에게 1차예방 목적으로 장기복용을 권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영국 퀸매리의대 연구팀은 최근 Annals of Oncology 온라인판(2014년 8월 5일자)에 "50~65세 성인이 매일 아스피린 75mg을 10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대장암과 위암, 식도암 발병률이 최대 35%, 사망률이 50%까지 감소해 출혈 위험 대비 심뇌혈관질환, 암 예방 혜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아스피린의 암예방 효과가 위해성을 뛰어넘는다고 선언한 최초의 연구로, 5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1차예방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관출혈, 뇌출혈 등 유해반응 위험이 증가하긴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복용하는 편이 오래 사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 이를테면 60세 성인 1000명이 10년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 출혈로 인한 사망자는 2명 늘어나는 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6명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투여를 시작한 후 최소 3년까지는 암에 대한 영향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5년 이후부터는 위해성 대비 혜택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소 10년간 아스피린 75~325mg을 매일 복용했을 때 여성에서는 암, 뇌졸중 및 심장마비 발생률이 7%, 남성에서는 9%까지 감소했으며 20년 기준 전체 사망률은 4% 감소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Jack Cuzick 교수(퀸매리의대 암예방센터장)는 "암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금연이나 비만 치료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아스피린이 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용량간 직접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없었지만 저용량 및 표준용량에 따른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저용량(75mg)을 꾸준히 복용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아스피린 암 예방효과, 근거 있나 
아스피린이 대장암을 비롯 췌장암, 난소암, 식도암 등 각종 암 발생을 예방한다는 보고는 어느 정도 근거가 확보된 상태다. 특히 염증반응이나 전이억제 기전 등과 관련해 대장암 및 기타 위장관암 발생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2007년 Lancet에는 300mg 이상 고용량 아스피린을 5년간 복용하면 대장암의 1차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Lancet 2007;369:1603-13), 2011년에는 아스피린을 4~8년간 복용하면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등 8가지 이상의 암에 대해 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공개됐다(Lancet 2011;377:31-41).

최근에는 1997~2008년까지 11년간 성인 남녀 10만139명을 추적했을 때 5년 동안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소화기암 발생을 40% 낮추고 전체 암 사망률이 16% 감소했다는 장기연구 결과가 미국암학회의 Eric J. Jacobs 박사를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J Natl Cancer Inst. 2012;104:1208-1217).

 

아스피린 예방적 투여...임상적용은 '시기상조'
그러나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 암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출혈 위험을 상회할 만큼 1차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사용을 권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2007년 성명서를 통해 "매일 500mg 이상의 고용량 아스피린을 10년 이상 복용했을 때 대장직장암 발생의 상대 위험이 22%가량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10년간 아스피린 장기복용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연구인 여성건강연구(WHS)에서는 대장암 감소 효과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며 "출혈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대장직장암의 1차예방에 아스피린을 권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

국내 상황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특별히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뇌출혈 발생률이 높다는 대한신경과학회의 보고(J Korean Neurol Assoc. 2013;31:143-157)에 따라 아스피린 사용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도 "평균적 암 발생 위험도를 가진 일반인에서 비치명적 심근경색과 암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주요 출혈사건을 증가시킨다"며 "심혈관질환 사건발생 가능성, 암 발생 위험도, 출혈 위험성을 고려해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아스피린을 처방하고 위장관 출혈의 가능성을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내용이 발표된 바 있다(J Korean Med Assoc. 2014;57:348-56).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가정의학클리닉)는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 수 자체가 매우 적고 주로 관찰연구에 의존하고 있어 근거수준이 낮은 데다 출혈 위험도 대비 감소 효과도 미미했다"며 "이번 결과만으로 암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투여를 권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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