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부모 관심 비판..."키 보다 자신감 키워주는 게 중요"

"성조숙증 보다 부모의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아이들 키와 자신감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몇몇 한의원이나 네트워크병원에서 돈벌이로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순 교수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성조숙증에 대한 우려, 성장클리닉의 과대 광고 및 과잉 진료 등에 대해 비판하며, 이에 대한 대안점을 제시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발현이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것으로, 여자는 8세 이전에 유방의 발달이 있는 경우, 남자는 9세 이전에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에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게 되면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지만,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성장이 빠르게 멈추게 된다.

결국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지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여자 아이의 경우 생리를 이르게 시작하게 되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위생적인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외모지상주의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불과 4~5년전까지만해도 생소했던 성조숙증과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다.

이에 몇몇 네트워크병원과 한의원에서는 '성조숙증 치료' '성장클리닉' '성장판 확대' '185cm 프로그램'등을 내세우면서, 키와 성장 치료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소아비만으로 인한 호르몬 교란작용, 식생활 등 환경적 요인 변화, 음란물 및 성적인 자극 접촉 확대 등으로 성조숙증 환자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공단 진료인원 현황에 따르면 2008년 진료인원은 1만4207명에서 2012년 5만4866명으로 4배 가량 급증했다.

기존에도 환자 자체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사춘기가 조금 일찍 온다고 생각했을 뿐 이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사례는 거의 드물었다.

즉 성조숙증에 대한 인식 확산과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환자 자체 뿐 아니라 내원까지 이어지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진료인원이 폭등한 것.

김 교수는 "2010년부터 홍보나 안내가 많이 되고, 환경적 요인이 많이 변하면서 2~3년새 환자가 많아졌다"며 "성조숙증 치료가 급여화되면서 이에 대한 치료율도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성조숙증 환자에 대한 호르몬치료는 만 9세부터 11세까지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2~3년간 4주에 한 번씩 치료가 이뤄지며, 한 번 치료시 10만원 안팎이다. 또 보험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만 하게 되면 진료비는 10만원대 정도에 불과하다.


부모들의 극성 ... "또다른 병 만든다" 

여기서 문제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풍토의 변화다.

보통 성조숙증 치료는 성장호르몬 주사 투여로 이뤄지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병원이나 한의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개발한 각종 약물을 내세우고 있다. 이 경우 비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특히 문제는 한의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약재를 섞어 성조숙증 약물로 판매하고 있는 것. 김 교수는 "어떤 한약재가 들어가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율무 등이 함유됐다고 하는데 이것이 성조숙증에 대한 효능을 보였는지에 대한 연구논문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율무 이외에 포함된 여러 약재들의 성분들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러한 치료를 받다가 잘못되면 재정적 낭비는 물론, 성조숙증 악화, 다른 질병 발현 등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내분비내과학회 등에서 성조숙증과 관련된 한의계의 문제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근거를 마련하는대로 반박과 대처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의사임에도, 이 같은 지나친 관심과 적극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또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적 인식과 풍토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모두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며 "차라리 아이의 키나 외모에 대한 관심 보다 그 아이의 재능이나 특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 위해 노력..."정말 치료 필요한 환자 위해 연구, 진료 주력할 것"

부모들의 오해와 과잉된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는 방학 전 건강강좌를 실시한 바 있다. 또 성조숙증을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진료의 판단은 추후에 맡기는 편이라고.

그는 "일단 보기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또래보다 사춘기가 이르다는 이유만으로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러 오는 부모들이 많다"며 "검사를 통해 정상에 가까워 별다른 치료가 필요없으면 치료를 권하지 않고 운동이나 식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친다"고 전했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할 정도가 아닌 초기 환자라면 식이나 운동 개선,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 충분한 수면 등을 권유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많다. 또 그는 이러한 환자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와 임상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만 1세, 즉 두돌이 갓 지난 아기에게서 성조숙증이 발견된 케이스가 있었다"며 "이는 뇌의 질병으로 인한 것으로 충분한 치료와 사후 연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병으로 인지할 수 있는 사례를 더 찾아서 연구와 진료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요즘 비만과 성장호르몬, 골성숙도 등의 연관성을 추적관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성조숙증 분야에 대해 보다 적합한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서 "사회적인 풍토와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이에 대한 과잉 진료가 아닌 필요한 곳에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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