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성 낮아”•기업 “투자 쏠림 심각” 고민

 

정부가 진행하는 지금까지의 보건의료 R&D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보건의료 R&D 전략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투자 불균형도 심각하고, 연구의 결과물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2012년 보건의료 R&D에 투자된 비용은 1조 1천억원으로 이는 전체 R&D 금액인 16조의 6.9%에 해당된다. 이중 보건복지부 R&D 비용은 3970억원인데 이는 전체 R&D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복지부는 보건의료 R&D에 4615억원을 투자하는데 이중 연구단계에 있는 응용연구가 높은 곳에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신약개발과 줄기세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R&D 투자는 미국이 2014년 기준으로 22.3%, 영국이 2011년 기준으로 18.0%, 일본이 2011년 기준으로 8.4%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에 투자되는 R&D 투자액이 적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적은 금액은 금액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투자는 하는데 성과는 신통치 않아

국내 보건의료 R&D의 문제점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로 기초기술 및 신물질 등의 연구개발에 치중하고 있어 임상시험, 시판허가 등 실용화와 상업화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27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복지부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복지부는 의료서비스 글로벌화,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출산업화를 비전으로 정하고 메디컬 코리아 벨트 구현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비전과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R&D의 성과 즉 생산성이 낮아 고민이고, 기업측면에서는 연구개발한 것들이 상업화 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많아 걱정이다"며 "단독개발 중심이라 상업화 추진과 병원 수요와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 병원과의 공동연구 기회가 적어 임상적 유용성이나 시장성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산•학•연•병 융합 전략 부재로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 대부분

또 "연구개발에서 병원들의 역할도 다시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병원은 우수한 인력과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R&D 투자가 부족하고, 연구 여건 조성도 미흡하다"며 "결국 병원은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도 산업적인 가치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관련해 대학병원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중소병원 혹은 개원가들과 경쟁하느라 바쁘다. 41개 의대부속 병원들이 병상 증설이나 고가의 첨단의료장비를 구비하느라 R&D에는 별 관심이 없다"며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R&D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먼 나라 얘기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6월 국회예산처가 발간한 '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R&D 지원사업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더라도 대학병원들의 역할이 부진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병원 포함한 우리나라 병원들은 진료중심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고 관련 대학 및 연구기관, 기업과의 연계 및 투자가 부족해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산업적 성과 창출에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또 저수가 정책을 통한 의료 공공성 강화로 인해 자체 의료 연구 R&D투자는 어려운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보스톤 바이오클러스터, 일본의 고베 의료산업도시 등과 같은 의료 관련 클러스터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보스톤 바이오클러스터는 병원(하버드부속병원인 MGH 등)과 연구기관(MIT, 하버드의대 등), 기업(노바티스 등)이 함께 노력해 제품 17개를 산업화해 기술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국립연구병원을 설립하고 기존 첨단복합단지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수도권과 지방의 우수대학원과 연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기초 연구에만 투자 집중

중개연구와 임상연구에 대한 투자와 부족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R&D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초연구와 사업화하기 위한 분야에 투자가 집중됨에 따라 중개연구와 임상연구에는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기까지 한다.

연구개발 단계별 투자현황을 보면 건강증진 및 보건 연구개발비 중 기초연구에 2009년 39%에서 2011년 47%로 증가했다. 이는 기초개발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서 국가 전체적인 보건의료 R&D 역량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보건의료와 생명과학분에 모든 연구단계가 집중되고 있어 기계 등 그 이외의 분야에는 투자가 미약한 점으로 보아 사회적인 문제, 복지문제 등에 활용하는 R&D가 아직은 미약함을 알 수 있다.

영국은 MRC(Medical Research Council)를 두고 기초연구와 중개연구를 통한 질병 기전 연구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독, 자폐증, 만성피로증후군, e-Health, 실험의학, 장수 및 웰빙, 예방 등의 연구주제와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신약 및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중개연구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건의료 R&D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현실을 무시한 연구를 꼽는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실에서만 구상해 연구를 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연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연세의료원 송시영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 R&D 투자는 기본적인 투자 금액이 적은 것은 물론 산학연병의 융합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송 단장은 "성공적으로 어떤 제품을 사업화하려면 의료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인데 우리나라는 학교, 병원, 사업체 등이 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다"며 "연구소에서는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을 제품을 열심히 개발하고 이후 제품의 마케팅 등에는 관심이 없다.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신의료 융합기술 개발 및 산업적 성과창출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힘 없는 복지부, 분산투자도 문제

보건의료 R&D를 이끌어 가는데 복지부의 권한이 너무 작다는 것도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3년 정부 조직 개편 이전 기준으로 R&D 사업 집행 결과를 분석하면 미래창조과학부, 복지부 등 6개 부처에서 수행하는 건강증진 및 보건목적의 R&D 사업은 모두 44개다. 그런데 복지부가 20개, 미래부가 12개, 산자부가 2개 등이다.

미국 NIH는 전체 보건의료 R&D 312억 중 309억달러(99%)를 집행하고, 영국도 보건부가 보건의료 R&D 예산의 51%를 보건부가 집행한다. 일본도 후생성이 51%를 집행한다.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복지부의 권한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복지부가 연구비라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과,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의 연구비를 통합 기획, 평가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분산투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지부의 권한이 약하다보니 보건의료 R&D 투자가 교과부, 복지부, 지경부 등에서 수행되고 있다. 외국의 범부처 R&D 통합 기획조정 부서가 없어 보건의료분야에 여러 부처가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점이다.

복지부 “중개임상연구 비중 늘릴 것”

현재 보건의료 R&D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복지부가 제시한 방안은 중개임상연구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복지부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2007~2009년 기준으로 미국의 중개임상연구 비중이 44%인데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 20%에서 단계적으로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현재는 기초연구와 개발연구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Chasm형으로 투자 패턴을 바꿀 것이다. 또 허리에 해당 하는 발견•탐색 및 임상연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의 단절된 연구 시스템을 글로벌 연구, 학제적 연구, 산•학•연•병원 활성화 대규모 연구 등이 연계형 시스템으로 바뀌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의 연구개발은 정부 주도형 구조라 민간전문가의 참여가 낮아 거버먼트(Goverment)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이를 선진형 거버넌스 형태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기술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HT R&D에 대한 투자와 R&D 성과물의 사업화 촉진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술사업화 전담조직(TLO)육성, 지식재산(IP) 인큐베이팅과 특허보전 지원, 제약 벤처기업 육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가 밝히는 연구중심병원의 전략은 병원내 연구시스템 정착과 연구개발 제도적 지원, 보건의료 R&D 병목현상 해소를 위한 중개연구 인프라 확충, 성과확산과 실용화 비중확대를 통한 전략적 R&D 관리체계 구축이다.

또 산•학•연•병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개방형 R&D 연구생태계 조성, 협력네트워크를 통한 R&D 국제 경쟁력 제고라는 것을 보면 결국 복지부의 R&D 전략은 연구중심병원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