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능력 없는 일반인·기업 등에는 '그림의 떡'" 지적

정부 3.0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빅데이터 공개와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처간 칸막이가 남아 있어 자료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반인 및 일반기업이 접근하기엔 지나치게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공단을 포함한 일부 공공기관들이 빅데이터를 공개·활용하면 모든 정책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데이터 만능론'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중앙대 하용찬 교수(위), 가천대 이희영 교수(아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일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보공단은 내년부터 공단, 가입자, 의료기관이 상호간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외부의 의료데이터와 공단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통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포항공대 조대곤 교수가 공단의 연구용역을 받아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설계 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10월경에 파일럿 시스템을 시현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빅데이터 교류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의료기관에서 원하는 통계를 제공해 의료경영이 개선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조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제3의 기관의 정책 마련에 도움을 주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의대 하용찬 교수(골대사학회)는 공단의 빅데이터를 통해 골다공증 골절 양상을 분석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맞춤형 건강관리 지원을 위한 다양한 건강 및 질병 지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빅데이터를 통해 사전 질병 예방은 물론 2차적인 질병 예방도 가늠해볼 수 있고, 건강검진 자료 등을 통해 위험인자에 대한 분석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질병 예측 프로그램 개발,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위험도 분석, 장기간 사망률 추적 관찰, 퇴원 후 장기요양기관에서의 질병 추이 등도 공단의 빅데이터로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보유한 환자 자료와 공단의 빅데이터가 만나면 다양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다"며 "예방사업은 물론 정책 마련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기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천의대 이희영 교수는 "정부3.0에 따라 빅데이터에 관심은 많이 갖고 있지만 활용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공단의 자료는 정확한 값도 아니며, 경험이 많은 연구자가 장기간 다루지 않으면 자료로서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건보 빅데이터는 사용자에게 상당히 어려운 수치일 뿐 아니라, 데이터의 변수가 크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여전히 남아 있는 부처간, 데이터간 칸막이는 빅데이터 이용을 어렵게 한다"며 "3.0이라고 하지만 데이터 두 개를 엮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이 '데이터 만능론'에 빠져 있다면서, "데이터만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단에서 자료를 공개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자료를 잘 다듬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장밋빛 환상에 일침을 가했다.

개인정보보호도 문제로 지목했다. 이 교수는 "늘 주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산업통산자원부에서도 볼멘소리를 냈다. 우화 '두루미와 여우'를 빗대며 "현재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공개는, 기업에서 볼 때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준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산자부 바이오나노과 김성수 팀장은 "최근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건강관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공단의 빅데이터 공개에 대해 많은 기대 중"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보건의료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고, 데이터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떤 자료를 가져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제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면, 일반기업들이 봤을 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공단에서는 자료 공개도, 자료 활용도 너무 연구자 중심"이라며 "복지부와 공단에서 수요자들의 니즈(needs)부터 파악한 후 통합·정제된 자료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내년 공단에서 구축할 '빅데이터 플랫폼 설계안'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도 "빅데이터 활용 기회를 주겠다는 건보공단의 의지는 바람직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떤 편익이 발생할지, 또 무엇을 위한 빅데이터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방향성 마련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를 통해 정부 정책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실적인 접근법이 없다면 빅데이터는 한 번 해보고 마는 '정치 버블'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병원에 가기 전 진료비를 미리 알려주거나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병의원을 사전에 예측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정부에서도 빅데이터 공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해 현실적인 정책 및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이경은 과장은 "빅데이터는 의미가 없다. 이를 활용해 국민의 삶에 도움을 줘야 의미가 있다"며 "정책 시행 중 놓친 현상들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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