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환자공감센터 등 혁신 사례 제시

“여러분의 병원에는 환자를 위한, 환자만으로 이뤄진 별도의 조직이 있습니까?”
“환자들이 병원에서 경험한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줍니까?” 
“환자들이 찾는 병원은 정말 환자를 위한 곳일까요? 의사를 위한 곳은 아닐까요?”

병원혁신을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인 ‘환자경험', '환자공감’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명지병원 김현수 환자공감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은 19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병원혁신과 환자경험 컨퍼런스 2014‘에서 아직 병원은 환자 중심이 아니라 의사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또 병원의 숨은 문제에 대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청소원, 안내 데스크 요원 등이다.

겉보기엔 환자가 넘쳐나는 병원도 속을 들여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가령 긴 대기시간이 필요하면서도 환자들에 왜 대기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이유있는 기다림이라면 환자 역시 충분히 감수하지만, 환자를 위한 실질적인 서비스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 환자 공감의 정의

병원 스스로 환자 입장에서 다양한 생각과 개선점을 이끌어내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환자공감센터의 주된 역할이다.

환자경험을 통해 도달하려고 하는 목표가 곧 환자공감이며, 이같은 실천이 쌓여 병원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보통 의사가 실력이 있고 친절하면 환자들이 '만족'한다. 거기에 환자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의 태도까지 보여주면 '매우 만족'하게 된다. 그만큼 공감은 환자경험에서의 최고의 가치”라고 부연했다. 

과연 병원이 환자들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행하고 측정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즐겨야 한다.

그만큼 조직 내 열정적인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병원에 거의 미쳐있다시피 한 직원을 선정해 중요한 인재라며 격려해야 한다”며 “이제는 CEO만이 아니라 경험(Experience)을 합친 CXO의 시대다. 명지병원에는 소음, 조명, 대기, MOT, 인사(Greeting) 등을 담당하는 새로운 Chief 직원들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외래가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타나 설명을 강화하면서도 대기시간을 최적화하는 외래 간호사제도를 일부 도입했다.

다른 병원에도 환자공감센터를 만든다면 병원 조직의 체질부터 바꿀 것을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보통은 교육전문가나 위원회가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수 서비스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것도 해결되지 않으며, 책을 사서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단순히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안된다”라며 “이 병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줄 때 성공한다”고 제언했다. 
 

병원혁신, 조직문화 쇄신해야 성공한다

병원혁신을 위해서는 리더의 강요가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명지병원 역시 뼈를 깎을 정도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시도가 있었으나,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선 명지병원은 각 부서에서 추천을 받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중간관리자 그룹인 장미특공대를 뒀다.

김미경 간호사는 “폐쇄적인 구조, 단절 등을 이유로 새로운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했고, 이를 통해 병원에서의 환자경험이 좋은 방향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2012년말부터 의료진의 40%가 교체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만큼 직원들의 불안감을 이끌어 내고 애매한 직무 분위기를 만들었다.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중간관리자 조직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매주 1회, 한달에 32시간씩 모여 병원의 개선점을 공유하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인사, 차나누기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그만큼 열정을 가진 이들의 모임으로 확대됐다. 병원에서는 과감한 업무시간 내 시간 안배와 인센티브를 통해 동기를 부여했다.

▲ 자연과 함께 하는 검진센터 '숲마루'

또한 '환자공감병동'은 병동 개별 단위로 환자공감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었다.

김정숙 간호사는 “환자공감병동을  처음에 만들 때는 이사장 외에는 '공감'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만큼 리더의 생각을 전 직원에 확산, 전염, 동조화시키는 것이 공감병동의 핵심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각 병동별 팀별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에서 회의를 통해 혁신과제를 선정, 결정된 과제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인 '혁신학교'가 진행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서로 같은 자리에서 환자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환자가 되어 체험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환자공감이란 개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직원들도 서서히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환자경험을 위한 서비스디자인도 도입했다. 디자이너와 함께 환자, 보호자의 동선을 따라 지도를 그려보면서 응급실 등 곳곳의 환경을 관찰했다. 과감한 투자는 어렵지만, 그렇게 병원이 하나하나 변해갔다.

암통합치유센터에서는 검사를 받을 때 영상, 음악, 향기, 조명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검진센터 숲마루에서는 자연과 함께 하는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오동희 IT융합연구소장은 “규모로는 대형 암센터에 대적할 수는 없는 데서 출발했다. 병원의 규모는 작지만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형외과 외래 진료실의 서비스디자인은 성공 사례로도 제시되고 있다. 가장 환자가 많은 진료과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의사만 보는 모니터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함께 보는 모니터 등 진료실 구조 자체를 뜯어고쳤다.

부위별로 대기공간을 따로 두고, 몸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이동하는 침대도 진료실에 뒀다. 휠체어를 고려한 공간 배치와 모서리가 없는 가구에도 신경썼다.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혁신이 가능하려면 의료진은 반복된 업무 탈피, 환자들은 감정적 배려, 병원은 효율적 운영 등 원하는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야 한다”라며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지만, 조직에 긍정과 열정을 가득 채우는 것이 환자공감의 시작이며, 결국 환자경험을 최대한 환자가 원하는대로 병원을 변화시키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 정형외과 진료실 구조 개선 전과 개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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