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일방적 통보에 의료계 반발하자, '미지급' 협박, 의료계는 "법대로"...책임론 공방 장기화 조짐 보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요양기관 간의 '부정수급 책임론'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는 책임이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에서는 "부정수급자에게 치료를 할 경우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6일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공단의 오리발 내밀기식 행보에 "무보수로 대신해온 공단의 자격조회 업무를 중단하고, 미지급금에 대한 지급지연 이자 청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 일환으로, 전국 요양기관에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 대해 요양기관에서 반드시 자격여부를 확인해 급여를 제한토록하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공단은 이달말까지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의 명단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내달 1일부터는 대상자의 급여를 요양기관에서 직접 제한토록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료계 일부 단체는 "요양기관에 건보자격 확인 의무를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공단의 책임 전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돈이 없어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일선의료기관과 환자와의 신뢰관계 및 환자의 건강권을 해치는 일"이라며, "공단이 스스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포기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건보공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건보공단 측은 "이번 건보 부정수급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환자 접수시 자격조회가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며, "이는 요양기관의 편의를 도모한 것일 뿐 환자와의 마찰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민원도 요양기관이 아닌 공단에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요양기관 역시 공단과 마찬가지로 방문환자에 대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시스템 도입은 의료계와 정부간 합의를 통해 추진된 사안인만큼 원래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의료기관에서 이를 어기고 진료를 하면, 공단에서는 절대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거듭 선전포고 했다.


의료계 "법적 대응까지 고려 중"....책임론 장기화 '전망'

의료계는 즉각 재반박에 나섰으며, 향후 법적으로 대응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건보법에서는 자격관리를 공단이 하도록 했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무보수로 대행해주고 있다"면서 "공단은 고마워하기는 커녕 이에 더 나아가 부정수급자를 확인하지 못하면 진료비조차 지급하지 않겠다며 책임을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보법 제47조에 따르면, '심사청구를 받은 심사평가원은 청구분을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밝혔으며, 또한 '심사 내용을 통보받은 공단은 지체 없이 그 내용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의 자격확인은 서버 중단으로 자격조회가 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역마다 인터넷망 에러도 종종 일어나고 있으며, 환자의 의사표현이 불명확해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이 관계자는 "1년 건강보험료 지출의 0.002%의 누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공단에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무자격자 급여제한'을 시행하려고 한다"면서 "게다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요양기관에 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슈퍼갑 공단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단은 그동안 의료계의 노고는 무시한 채 서민의 건강방패막인 급여를 제한토록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이는 의사-환자의 신뢰를 깨뜨리고,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준정부기관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앞으로 공단이 이런 불법적인 행동을 강행하는 경우, 이 관계자는 "무보수로 대신해온 공단의 자격조회 업무를 중단하고, 미지급금에 대한 지급지연 이자 청구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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