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내부 공사에 추가 비용 .... 툭하면 바뀌는 병원정책 불만 터져나와

 
보건복지부가 오는 9월부터 일반병실 기준을 기존의 6인실에서 4인실로 확대해 현재 74%인 일반병상의 비율을 82%까지 확대하고 병실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병원들의 덧셈뺄셈이 바빠졌다.

복지부는 4인실까지 일반병실로 확대하면서 5인실에 대한 수가는 기본 입원료 대비 30%, 4인실은 기본 입원료 대비 60% 인상을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안으로 병실가산료를 계산하면 병원급은 5인실 8358원, 4인실 1만6716원이 되고 종합병원은 5인실 9450원, 4인실 1만8900원, 상급종합병원은 5인실 1만260원, 4인실 2만538원이 된다.

하지만 병원 경영진들은 정부의 대안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지금도 초음파 급여화 등으로 병원이 휘청이고 있는데 선택진료비에 이어 상급병실료 수익 부분까지 축소하면 병원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복지부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분위기다. 3대 비급여 논의가 진행될 때는 병원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막상 내놓은 정책에는 구체적인 보완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급병실료가 병원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3월 자료를 보면 상급병상 운영 기관 수는 6275곳으로 상급종합병원 43개, 종합병원 276개, 병원 1140개, 요양병원 475개로 조사됐다. 이 중 상급병상 운영 기관비율은 상급종합병원이 100%였고 종합병원이 99%, 병원이 80%, 요양병원이 42%였다.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팀이 2013년 5월 기준으로 1461개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을 분석한 결과 83.6%가 상급병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상급 대형기관일수록 상급병실이 차지하는 비중과 상급병실료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2년 기준으로 상급병실료 차액 규모는 약 1조 147억원이나 됐다. 상급종합병원 4415억원, 종합병원 3360억원, 병원 2371억원으로 병실차익료는 전체 병원급 이상 총 수입의 4.2%, 비급여 총수입의 14.4%를 차지할 정도로 병원에게는 알짜 수익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몇몇 근거자료를 봐도 대부분의 병원이 상급병실료에 대한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병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13년 추정 적자가 640억원 정도 되는데 여기에 초음파 급여화로 인한 추정손실이 45억원이다. 병원이 제대로 경영이 되겠나"라며 "상급병실을 75%까지 확대했을 때 추정손실은 121억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실보전 대책 세부방안은 '감감'
"4·5인실 입원료 적정 인상·차액 손해 특수병실료·수가 인상"

그는 정부의 상급병실료 축소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는 물론 장기적으로 입원하는 환자 관리 문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집중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대병원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번 정부 들어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계속 타격을 받고 있다. 적자를 지속하는 병원들에게 상급병실료가 어느 정도 숨통 역할을 해줬는데 이제 이마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하다"며 "정부가 상급병실료를 축소하고 병원들의 손실을 보완할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이 없어 거의 모든 병원이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들의 상황과 나머지 상급종합병원들은 또 다른 아픔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병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잘 나가는 병원들은 병실이 모두 채워지지만 우리 병원이나 비슷한 처지의 병원들은 6인실도 다 안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겨우 병실차액료 등으로 보존해 왔는데 이것마저 없앤다고 하니 참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병원 정책이 수시로 바뀌니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겠나. 병원 정책이 정치에 휘둘리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가 없다"며 "정부가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정책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병원들이 상급병실료 손실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4,5인실 입원료를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고 이를 건강보험에서 80%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상급병실료 차액으로 인한 병원들의 손해는 중환자실, 신생아실, 감염격리실 등 특수병실료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고,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해 병원의 손실을 보전하면서 집중치료나 격리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적용기준, 건강보험 지원수준 등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공급자, 가입자, 공공대표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1/4분기 안에 도출한다고 했지만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병원 공사해야할 판

내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의무비율이 현재 50%에서 70%로 상향조정되면서 병원들은 병실 구조변경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지난 2011년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종합병원을 신규로 개설하거나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상을 확대할 때 병상 중 일반병상을 70% 이상 확보하면 상급병실료 차액을 비급여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규정에 맞게 지어진 병원들은 구조변경 등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들은 70% 일반병상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공사가 필요해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대병원 등 대다수의 병원이 구조변경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향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기본 병실이 4인실이 되니까 병원이 어떻게 병실을 활용해야 경영에 도움이 될지, 1인실이나 2인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병실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정부는 이런 것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병실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인실에 입원시키고 다인실 비용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병원들의 손해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병원의 관계자도 "4인실과 6인실 모두가 일반병실이 됐을 때 어떤 환자들이 6인실에 있으려 하겠나. 모두 4인실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에서 병실 운영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 없이 수치에 의해 정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의 한 관계자도 같은 지적을 했다. 정부가 병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현재의 6인실 병실을 모두 4인실로 바꿔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6인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비판이다.

일괄적인 병실 정책을 시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프랑스 등은 다양하게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2~10인실까지 다양하고, 프랑스는 2인실, 벨기에나 룩셈부르크는 1인실 사용 시 환자가 비용을 부담한다. 일본은 일정 요건을 갖춘 4인 이하 병실에 대해 환자가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차액 베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독일, 벨기에 등은 환자의 요구와 무관하거나 의학적 필요에 의한 상급병실 이용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하고 환자 편의에 따른 이용은 비급여로 하고 있다.

대형병원 문턱 낮아져…환자 발길 못막을 것

9월부터 일반병실 확대를 통한 환자 부담 경감과 병실 환경 개선 정책이 진행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몇 가지 존재한다. 이 정책이 논의될 때부터 지적받아온 환자 쏠림 문제는 여전히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특실, 1인실의 입원료는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하고, 상급종합병원 4인실 기본입원료의 본인부담률을 20%에서 3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입원 시 본인부담 인상 등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최소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이 정도의 정책으로 환자쏠림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문제의 핵심이 특실이나 1인실이 아니고, 상급종합병원의 4인실 기본입원료 본인부담률을 10% 올린다고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환자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할 것이란 얘기다.

순천향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4인실이 일반병실로 됐는데 어떤 환자가 지방의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싶겠냐"라고 반문하며 "빅5 등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것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아마 빅5 병원의 팽창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용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을 주저했던 환자들이 이제 낮아진 문턱으로 본격적으로 쏠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환자쏠림 문제는 이번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작용이 될 수 있다. 지방에서 망설였던 환자들도 모두 대형병원으로 올 것이고, 더불어 의료전달체계도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3대 비급여 문제보다 환자쏠림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제라도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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