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핵심 모두 빠져있다" 비판

정부, 의료공급자, 소비자 등 의료 관계자 수백명이 의료규제 '개혁'을 위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왜' 규제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핵심이 빠져있어 '속빈강정'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서울시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보건의료계의 소통 발전과 의료규제 개혁을 위해 모였는데, 왜 이것을 하려는지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어떤 목표를 두고 개혁할지를 정리하는 게 먼저"라며 심평원에서 이것부터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없애야 할 부분, 개선해야 할 점, 또 새롭게 만들어야 할 정책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며 "의료법, 거버넌스, 지불제도, 비용효과성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우선 규제 보다도 모든 규범 마련에 있어서 '투명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장은 "지침 마련의 과정과 이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의료계에서 불만이 많은 심사기준은 기준 자체 보다 불합리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한 것이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심평원에서 '급여'를 결정했던 '이유'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병원에 있다보면 답답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90일 이상 입원하면 무조건 '삭감'하는 급여기준 때문에 환자가 3개월에 한번씩 뺑뺑이를 돌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자기 치료 성과도 모른채 단지 해당 지침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침을 왜 하는지, 또 누가 만들었는지 명백하게 공개하고, 이 같은 지침처럼 환자가 불편하고 의료기관 행태를 왜곡하는 모든 것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의료법-건강보험법 중복 및 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중심으로 개선해야 하며, 중복이나 효율성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중앙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거버넌스 문제와 관련, 권 원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보면 복지부는 물론 심평원, 건보공단 모두 보험자"라며 "처음 심평원 설립 취지는 공급자-복지부 사이에서 전문성있는 중재를 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상당히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자인 심평원은 전문성이고 합리적인 중재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며, 가입자 대리인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여기준의 핵심 논의점은 '지불제도'라고 언급하면서, "행위별수가, 포괄수가 등을 나눠 어느 것을 시행할지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형 지불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즉 급여기준을 무엇으로 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닌, 한국만의 묶음방식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의료행위와 자원관리에 대한 규제에 대해 정부-의료계-소비자 간의 토론이 이어졌다.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책임론을 부과하면서, 의료제도를 만들 때 의료전문가 입장 반영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소비자단체 측에서는 "의료용어를 소비자가 알아듣기 쉽게 모두 바꾸고, 불필요한 검사나 비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을 더욱 확실히 잡아낼 수 있도록 규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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