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이철호 부회장 "동네의원 긴급수혈"에 공감대 형성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첫 수가협상은 한마디로 '얼음장'이었다. 서로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의미 없는 인사만 오고갔기 때문.

하지만 2015 수가협상 첫 출발은 경쾌했다. '죽어가는' 동네의원에 '긴급수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의협은 물론 공단에서도 십분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왼쪽 : 아래부터 의협 협상단장인 이철호 부회장, 임익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연준흠 의협 보험이사 
오른쪽 : 아래부터 현재룡 급여보장실장, 이상인 급여상임이사(협상단장), 박국상 보험급여실장, 서철호 수가급여부장

19일 오후 5시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채, 건보공단과 의협의 협상단이 2015년도 첫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원만한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공단과 의협 모두 근거자료를 공유하기에 바빴다.

우선 의협은 대한병원협회나 대한약사회 등 타 기관으로부터 역차별을 당하는 어려움에 주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또한 의협 협상단은 어려워지는 동네의원의 상황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영실적, 폐업률 등 1년치 자료를 두둑히 준비해갔다. 이러한 자료는 의협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공단에서도 크게 신뢰했다는 후문이다.

이철호 부회장은 "세월호 사건과 연관지어 동네의원과 국민건강의 영향을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면서 "당장 아플 때 빨리 찾을 수 있는 동네의원이 많아져야 국민의 건강도 지켜질 수 있다는 점에 공단 협상단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의협 이철호 부회장(수가협상단장).

이어 "같은 감기환자가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에 갔다고 생각해보면, 대학병원에 갈 경우 환자본인부담금은 물론 공단 재정도 더 큰 폭으로 쓰게 된다"면서 "동네의원은 국민건강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의협 협상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를 인용해 동네의원을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은 "대형마트와 동네슈퍼가 경쟁할 수 없다는 '경제민주화' 원리를 상급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의 경쟁에 빗대었다"면서 "상급종병은 환자가 몰릴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도 다양하게 하고 있지만, 동네의원은 그럴 수 없다. 이 부분 역시 공단에서 이해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협상이 순탄할 것"이라고 화색을 띠었다.

즉 '죽기' 직전의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의 '긴급 재정 수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동네의원을 살리는 데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전달체계 개혁이나 65세 이상 진료비 개선 등도 필요하지만, 이들은 장기적으로 개선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단에서도 의협에 연구결과 자료를 건넸다.

공단에서 제출한 자료는 공단에서 선택분업 이후 2001년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 점을 다룬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제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협과 공단 협상단은 2차 협상 전까지 서로 교환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 검토한 후, 오는 26일 2차협상장에서 자료 분석 결과와 제시된 밴딩폭을 토대로 공단과 의협이 열띤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