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센터 명승권 박사 "담뱃값 인상 당연…강한 규제들도 시행해야" 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뱃세를 통해 얻어진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흡연자들을 위한 사업이나 지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재정은 흡연 치료제의 급여화나, 담배 제조 및 유통의 철저한 규제 등 강력한 조치에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흡연정책 및 담배소송 관련 토론회에서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가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을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명 박사는 "최근 전체 흡연율이 많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절반이 흡연자며 여성과 청소년 흡연은 유지 또는 소폭 상승하는 추세"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담배는 니코틴 때문에 개인적인 의지로 끊을 수 없는 마약이므로,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며 "의사의 금연충고나 상담, 약물치료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물치료가 가장 큰 도움이 되지만 치료제가 비급여이므로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담되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치료제 중 화이자의 '바레니클린'은 금연율 28%로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지만, 한달에 12~13만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환자들이 꺼려한다고 전했다.

명 박사는 "담뱃세로 걷은 재정은 흡연자의 직접적인 지원을 위해 써야 하지만, 공단은 금연캠페인 등 단발적인 행사에 이를 사용하거나 공단 재정의 부족분을 채우는 데 이용 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담뱃세로 확충된 재정으로는 효과 좋은 흡연치료제를 급여화해주거나 바레니클린의 가격 10분의 1인 싸이티신을 도입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는 부탄처럼 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시켜야…"당장 담뱃값부터 인상"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

이외에도 담뱃갑 경고 그림 부착, 담뱃값 인상, 담배 제조 및 판매 규제 등의 정책도 제안했다.

국회의원들이 '담뱃갑 경고 그림 부착' 관련 법안을 매년 내놓고 있지만, 명 박사는 "담배회사들의 암묵적인 로비로 입법되지 못하고 막혀 있다. 당장 정부와 손을 잡고 혐오감이 들게 하는 그림, 사진을 담뱃갑에 부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담배판매 세수입은 1년에 7조원에 불과하나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해는 9조원"이라면서, "부족분을 메울 수 있도록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당장 시행해야 할 정책은 '담뱃값 인상'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명 박사는 "실제 우리나라가 500원을 인상했을 때 최대 15%가량 흡연율이 줄어들었다"며 "많은 연구결과에서도 담뱃값 10% 인상시 흡연율이 5~10% 감소하는 것이 드러났다"고 뒷받침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아예 담배 생산 및 유통 금지하는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부탄에서 이를 시행 중이며, 오로지 수입을 통해 개인 집안에서만 흡연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일환으로 명 박사를 비롯 이석연 변호사, 박재갑 교수 등은 지난 2012년 담배사업법과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상태다.

명 박사는 "담배사업법은 헌법상 보장된 생명권, 보건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2년째 판결이 나오지 않았으나 조만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헌법소원 판결이 나오게 되면 담배 자체 제작 및 판매에 막대한 영향이 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최근 건보공단에서 진행 중인 담배소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책 제안에 대부분 동의...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조심'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한편 명 박사의 정책 비판 및 제언에 대해 대부분 패널들이 동의하는 입장이었으나,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경상 박사는 우리나라 금연 정책의 문제에 대해 명 박사와 뜻을 같이했으며, "범정부적인 사업이 아닌 부처별, 단기적, 실적 위주의 금연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도 부재하며, 생애주기별 액션플랜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흡연율이 줄어드는 동시에 국민건강증진 기금 부족시 국고 지원율을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토론을 주최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저소득층, 저학력일수록 흡연율이 더 높다"면서 "이들의 부담을 고려해볼 때 담뱃값 인상 대신 보다 현실적인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김일문 부천북부지사장 역시 "담뱃값 인상이라는 가격적 정책은 논란이 크다"며 "담배판촉행위를 막고 이를 규제하는 정책 등 비가격적 정책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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