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혈압 140/90mmHg 미만 상당수 ABPM 측정시 치료대상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팀 "2기 고혈압전단계 환자 ABPM 해봐야"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정상 또는 고혈압전단계였던 환자들의 상당수가 진료실 이외의 측정에서는 실제 고혈압인 것으로 진단됐다.

진료실혈압에만 의존할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이 실제로는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팀(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책임저자 신진호, 제1저자 민승연)은 대한고혈압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에서 '고혈압전단계 환자의 가면고혈압 유병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활동혈압(ABPM)을 통해 가면고혈압을 잡아내지 못할 경우, 실제 고혈압 환자의 40~60% 정도가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2기 고혈압전단계 환자들의 경우 고혈압 확진을 위해 ABPM을 측정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임상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정확한 혈압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면고혈압의 정의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가면고혈압을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미만이지만 가정혈압 또는 ABPM은 135/85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혈압이 정상이지만 진료실만 들어가면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백의고혈압과 달리 진료실에서는 정상 또는 경계치 미만인데 진료실 밖을 나서면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는 고혈압의 특이병태 중 하나다. 인지해야 할 것은 가면고혈압도 심혈관질환 위험 등에 있어서 고혈압과 같은 예후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면고혈압의 개념은 가정혈압이나 ABPM의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수면 위로 부각됐다. 과거 혈압측정이 병원에서만 가능했을 때에는 "고혈압이다", "아니다"의 두 가지 구분만 가능했다. 하지만, 진료실 외에서의 측정이 확대되면서 네 가지의 분류가 가능해졌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들은 크게 "혈압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그룹(진성고혈압)", "완전조절 그룹(정상혈압)", "진료실에서 조절되는 그룹(가면고혈압)", "진료실에서 조절되지 않는 그룹(백의고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언더트리트먼트 우려

가면고혈압은 겉으로는 정상 또는 경계치 미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혈압이 아니거나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적극적이고 정확한 혈압측정 없이는 고혈압 이환 또는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환자가 방치되기 쉽다는 것이다. 바로 언더트리트먼트(undertreatment)의 문제다.

이러한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환자나 의사가 가면고혈압인 줄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경계치 미만을 나타내는 진료실혈압에 의존하다 보니 고혈압이 아닌 것으로 진단해 강압치료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혈압치료를 받고 있지만 진료실혈압이 정상이거나 경계치를 밑돌기 때문에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강화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임상데이터 후향적 관찰

신진호 교수팀은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KorABP (Korean Ambulatory Blood Pressure) 연구에서 진료실혈압과 ABPM 데이터가 모두 제공된 4061명의 환자들을 코호트로 삼아 고혈압, 정상혈압, 1·2기 고혈압전단계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항고혈압제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들 가운데 진료실혈압이 정상, 1기 고혈압전단계, 2기 고혈압전단계로 진단된 환자의 43.2%(216/500명), 45.8%(203/443명), 62.8%(152/242명)에서 ABPM 수치 상 가면고혈압이 확인됐다. ABPM 결과로는 강압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진료실혈압만 놓고 본다면 치료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다.

또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분석에서는 진료실혈압이 정상, 1기 고혈압전단계, 2기 고혈압전단계인 경우의 44.8%(87/194명), 40.3%(82/203명), 57.7%(52/90명)가 ABPM으로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가면고혈압 환자였다. 진료실혈압 상으로는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치료강도를 높여야 하는 환자들이다.

특히 진료실혈압이 130~139/85~89mmHg로 2기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경우, ABPM 결과로는 가면고혈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것인데, 신진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현장에서 진료실혈압이 2기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ABPM이나 가정혈압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하게 고혈압을 진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방치로 심혈관질환 위험 높아

가면고혈압이 더 위험한 것은 고혈압과 같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대등하게 높이는 수준으로, 예후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가면고혈압은 혈압이 잘 조절되는 그룹이나 백의고혈압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성고혈압과는 위험도가 비슷한 수준이다. 가면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는 연구는 상당히 많이 보고돼 있다. 가면고혈압 환자들은 정확한 혈압측정을 통해 병태를 가려내지 못하면 결국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삶을 영위하게 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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