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치료제 시장서 점유율 확대…기술발달로 제형 진화

국내 복합제 시장이 열기를 보이고 있다. 약가적 이점에 복약순응도까지 개선돼 이를 찾는 의사들과 환자들이 늘어나자 개발역량을 보유한 상위제약사 중심으로 복합제 시장에 참여,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

용량이 고정돼 단일제 병용처방보다 처방폭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옛말이다. 제약사들은 추가적인 임상을 거쳐 고용량, 저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물론 복합제에 단일제를 추가하는 애드온 개념으로도 처방이 가능해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성질환 중심으로 급성장

특히 이들 복합제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1조 6000억원 규모의 고혈압 시장과 5000억원 당뇨병 시장의 상위권에 복합제가 포진하고 있으며, 6000억원의 이상지질혈증 시장도 함께 갖고 가는 것. 이들 영역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례로 같은 고혈압 성분을 합쳐 아모잘탄(로자탄칼륨+암로디핀캄실산염)을 개발한  한미약품은 이후 사노피아벤티스와 공동개발을 통해 고혈압(아프로벨)과 이상지질혈증(아토르바스타틴) 복합신약인 로벨리토를 출시했으며, 양사는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며 영업·마케팅 협력에 들어갔다.

또 의약품 통계정보 서비스 유비스트에 따르면 고혈압 시장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텔미사르탄+암로디핀베실산염)는 지난해 82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매달 70억원 이상 처방액을 달성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엑스포지(발사르탄+암로디핀베실산염)도 지난해 785억원,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은 722억원의 처방액을 과시했다.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는 복합제인 자누메트(메트포르민염산염+시타글립틴인산염수화물)와 가브스메트(빌다글립틴+메트포르민염산염)가 각각 전년대비 12%, 21%씩 성장하며 단일제보다 높은 처방액을 보였다.

트라젠타듀오(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염산염)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지난 3월 30억원가량 처방됐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칼슘)의 물질특허가 4월 10일 만료됨과 동시에 제네릭과 함께 복합제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691억원, 그 이전에도 매년 수백 억씩 판매하던 고혈압 치료제 올메텍(올메사탄메독소밀)에 로수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해 올로스타를 출시했으며, LG생명과학도 로바티탄(발사르탄+로수바스타틴칼슘)을 선보였다.

당뇨병 치료제 성분에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LG생명과학은 자사 개발 신약 제미글로(제미글립틴)와 로수바스타틴 3상임상을 진행 중이고, 비씨월드제약과 한미약품 등은 메트포르민과 로수바스타틴을 복합했다.

일동제약은 텔미사르탄과 암로디핀에 로수바스타틴 결합 복합제 1상과 텔미사르탄과 로수바스타틴 3상을 진행 중이며, 실리디핀과 발사르탄 복합제도 3상에 있다. 당뇨치료제는 메트포르민과 나테글리니드 임상이 완료돼 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제네릭과 차별화되고 오리지널과도 거뜬히 경쟁할 수 있는 복합제의 매력에 국내 제약사들 다수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기술로 모델도 다양

기술력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는 케이스도 있다. 대웅제약 올로스타는 주 성분간 약물 상호작용이 없도록 시간차 용출 이층정으로 개발해 두 약물을 병용 투여할 때와 동등한 효과를 낸다. 대웅제약은 해당 기술을 국내 및 세계에 특허 출원한 상태다.

CJ헬스케어의 보그메트(보글리보스+메트포르민)는 메트포르민에 보글리보스를 분사해 코팅한 기술을 적용해 제형 크기를 축소시켰다.

이 밖에도 삼층정, 핵정(정제 안에 다른 성분의 정제를 넣는 것), 멀티충전(경질캡슐에 정제 등 서로 다른 제형을 넣는 것) 등의 기술을 적용하는 등 복합제 모델도 진화하고 있다.

또 대웅제약이 한국다이이찌산쿄와 올로스타 공동판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외자사의 오리지널 품목을 도입하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난 역제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안전성 확보·제형 차별화 고심

그러나 복합제 개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복합개량신약을 출시하는 한 국내제약사 제제연구팀 임원은 "두 성분을 섞는 게 간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물성이 달라 한 성분만 대사가 안 이뤄지는 경우가 있고, 안전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 약물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 이하 DDI)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약사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복합제 개발 시 상호작용과 상호반응 고려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형적으로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줘야 하며, 한미와 대웅 등 제약사들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제형설계를 한다"고 밝혔다.

또 효과가 더해지는 것만큼 각각 성분이 갖고 있는 부작용 또한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독의 아마릴엠 등 '글리메피리드+메트포르민염산염' 복합제에 심각한 혈소판 감소증이 보고됐다며 처방에 주의를 당부하고 허가사항 변경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복합제의 시판 후 조사에 따르면, 빈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혈소판 수 10,000/㎕ 미만 및 혈소판감소성 자반증을 동반하는 혈소판감소증이 보고됐다.

복합제를 제조하기 위한 기계값도 만만치않다. 이층정타정기는 cGMP를 고려하려면 약 15억원, 멀티충전기는 3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기간도 동반질환 복합제는 약 5~6년, 동일질환은 약 6~7년의 기간이 걸린다. 대체로 동반질환은 1상과 3상만 진행하며, 동일질환은 1, 2, 3상을 모두 거쳐야 한다.

의사·환자 모두 복합제 매력에 '푹'

하지만 감안한 제약사들의 복합제를 향한 행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치료 현장에서 복합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의 신뢰가 과거보다 증가했으며, 환자들도 복합제의 이점에 만족한다는 평판이다.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는 최근 복합제의 유용성에 대해 "두 알 먹던 것을 한 알로 줄인다는 것은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 그러나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는 대부분 당뇨병 등을 갖고 있어 중증인 경우 알약수가 10개쯤 되는데 다른 분야도 복합제가 등장하니 알약 숫자가 줄어 복약순응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라매병원 김상현 교수(순환기내과)는 "2000년대 초반 복합제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용량조절의 불편함도 있었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되고 여러 이점이 있어 치료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일단 약제 개수가 줄어들고 가격이 낮아져 환자들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사와 환자를 만족시킨 복합제는 자연스럽게 매출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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