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데이터 사라고 강요해 슈퍼갑 아닌 메가슈퍼갑 될라" 우려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면서 유료사업화를 구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은 지난 17일 서울 평화빌딩에 의료정보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보유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방되는 데이터의 종류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14억건의 진료비 명세서 △병의원 인력, 시설, 장비 등 요양기관현황 △평가결과, 환자평가표 등 요양기관 평가정보 △수가코드, 약가코드, 상병코드 등 기준정보다.

심평원은 센터 설립 외에도 정보연계 서비스와 원격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의 활발한 이용을 도모한다. 특히, '의료경영지원 서비스'와 '맞춤형 병원 찾기' 두 가지 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일부 업체들에 빅데이터 공동 사업화를 제안했다. EMR, OCS 등의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 이들 데이터를 활용하는 업체가 주요 타깃이었다. 현재 같이 일하기로 한 곳은 3곳이다.

심평원 김록영 부연구위원은 “심평원 다양한 요양기관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의료경영분석에도 충분히 활용가능할 것”이라며 “병원 정보 서비스 앱인 메디라떼, 굿닥, 닥닥 등과 함께 창업 지원이나 병원마케팅 서비스를 위해서도 공동작업을 시도해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3개 업체는 웹과 앱, SNS 등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병의원 정보를 찾아주고, 비급여 가격우대 쿠폰을 발행하는 등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비급여 진료과 병의원에 고객이 한정돼 있으나, 심평원과 함께 공동작업하면서 급여과에도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라떼 측은 "지금은 심평원이 전화번호나 위치 등만 알려주는 시스템에 불과하지만, 공공빅데이터 개방으로 병원의 시설, 서비스, 의료 질, 전문 질환 등 다양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업체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IT업체 관계자는 “심평원이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으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해놓고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니 그 뒤부터 아무런 말이 없다.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이 없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데이터 분석을 잘하고 있는데, 심평원이 회사 노하우를 수집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며 “심평원이  데이터를 자체 사업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더라도 유료화에 목적을 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의료기관 처방 정보에서 나아가 제약, 의료기기 등의 연관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평원이 처방빈도, 평소 질병 패턴 분석을 통해 수요예측을 하거나 제약이나 의료기기산업 확대, 신시장 발굴에도 도움을 준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다소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심사평가, 수가 조정, 재평가 등에 영향을 주는 기관인 심평원이 '데이터'를 무기로 지금의 '슈퍼갑'을 넘어 '메가슈퍼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처방이 늘어나거나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약점을 내세워 데이터 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심평원은 엄밀히 민간을 통해 데이터를 모은 것이지, 자체적으로 습득한 정보가 아니다. 정보를 있는 그대로 개방,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만 모색한다면 추후에 업체들을 또다른 형태로 옥죄는 정책을 세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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