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경쟁 병원에 대한 정보찾기나 환자병원 이용전 예방진료비 서비스 등 지원"
임상교수들 "동료들도 의심보다는 환영" 긍정적
일부 의료계 "제공 범위도 명확치 않고, 정보량도 미미...통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자료, 평가결과, 의약품 유통정보, 요양기관 현황 등의 빅데이터가 민간에 개방된다.

기존의 심평원 병원찾기서비스나 병원경영지원서비스가 고도화될 전망이며, 관련 연구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쓸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의료계 관계자들은 정보의 부족뿐만 아니라, 심사나 삭감 등에 이를 이용할 수 있고 국민과 의사 간 신뢰관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은 의료정보지원센터 개소식에 앞서 16일 심평원 빅데이터 활용방안 및 센터 이용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심평원 강평원 실장은 의료정보지원센터 설립 목적에 대해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건의료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사자료나 의약품 데이터, 요양기관 관련 정보 등을 방문이용이나 인터넷 원격접속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방되는 데이터의 종류는 지난해 센터 개소 계획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며,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14억건의 진료비 명세서 △병의원 인력, 시설, 장비 등 요양기관현황 △평가결과, 환자평가표 등 요양기관 평가정보 △수가코드, 약가코드, 상병코드 등 기준정보다.

향후 심평원에서는 정보센터 설립뿐만 아니라 정보연계 서비스와 원격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의 활발한 이용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 보건의료정보에 대한 공개 포털 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전문인력 양성 확대를 실시할 방침이다.

강 실장은 "공익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게 책정 중"이라며 "건강보험공단과 연계 예정은 없지만,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센터 설명 중인 강평원 실장.
현재 심평원 자체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정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부분도 보고했다.

김록영 부연구위원은 "여러 아이디어가 도출됐으나, 심평원의 기능과 역할에 맞게 '의료경영지원 서비스'와 '맞춤형 병원 찾기' 두 가지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동료의사 진료검색' '치료처방 의견교환' 등은 그간 금기시 됐던 처방내역이나 매출, 상대 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른 병의원 동료들이 어떤 유형의 진료를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처방을 내리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며 "품목명까지는 아니지만 성분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맞춤형 병원찾기 서비스에 대해 "현재 심평원에서 운영 중인 병원찾기 서비스의 고도화버전"이라며 "병원 가기 전 어디가 잘하는지, 진료비는 얼마 정도 나오는지 확인한 후 환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골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의료기관 개소 전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인 '개원지역 예측 서비스'와 개폐업 현황 등을 통한 폐업률 높은 지역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임상교수들과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고려의대 조금준 산부인과 교수(고대구로병원)는 "그간 시간이나 비용문제로 코호트 연구를 활발히 하지 못했는데 그러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됐다"며 "앞으로 질병에 대한 원인이나 흐름을 파악하는 연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라떼 운영자
또 조 교수는 "다른 동료들은 지난해 처음 센터 개소 얘기가 나왔을 때는 심사나 삭감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활용 방안에 대해 문의하는 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인 메디라떼 운영자도 "지금은 전화번호나 위치 등만 알려주는 시스템이지만, 이번 공공빅데이터 개방으로 병원의 시설, 서비스, 의료 질, 전문 질환 등 다양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 관계자는 심사, 삭감 등의 통제부터, 의사-환자 간 신뢰 하락, 타 병원과의 경쟁 심화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우려를 하고 있다.

A의원 원장은 "병원찾기 서비스는 효율성, 평의성 증대부분에서 박수쳐줄 만하다"면서도, "사전에 얼마의 진료비가 나올지, 주변 병원 중 어느 병원의 평가가 좋은지 등을 알려주게 됐을 때, 진료 후 결과가 달라지면 의사-환자 간 신뢰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B 교수 역시 "심평원에서 하고 있는 28개 적정성평가 결과를 위주로 이번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적정성 평가 자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매우 좋지 않다"며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의 데이터가 많아 동네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B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환영하지만, 이들 자료로 강화된 심사를 펼친다면 의사와 심평원과의 갈등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C 보건의료전문가는 주변 병원끼리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일부러 사망률이나 나쁜 기록 등을 이용해 상대 병원에 대한 오명을 남기려는 빅데이터 활용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록영 부연구위원은 "바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언해 계획을 조금씩 수정할 것"이라며 "민감한 정보는 활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는 17일 오후 5시 별관 센터에서 심평원의 의료정보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리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오제세 의원을 비롯해 정부, 보건의료 인사, 전문가 등 다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센터는 40석의 규모의 정보분석실과 60여명의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원격접속 환경이 구축됐고,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한 후 이용하면 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