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환자의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

 

지난해 12월 미국심장·폐·혈액연구원(NHLBI)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인 JNC 8판이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총 14장의 분량으로 기존 JNC 7판에 비해 간편해졌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JNC 7판에 비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방법론 및 주요근거, 고혈압의 정의, 치료목표, 치료약물 등에서 변한 내용들이 있었다.

분량에서도 알 수 있듯이 JNC 위원회는 1차 의료기관에서 간편하게 적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월 대한뇌졸중학회 Stroke Update에서 뇌졸중 1차예방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서울의료원 박태환 박사는 “분량이 많지 않아 관련 전문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JNC 8에서는 18세 이상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총 9개의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권고사항 내용도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고혈압학회(ESH)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나이, 당뇨병, 신장질환, 무증상 장기 위험요소 등을 반영한 것과 달리 나이, 동반질환(당뇨병 또는 신장질환), 인종에 따라 구분했다.

연령기준과 동반질환 여부는 환자들의 목표혈압을 설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봤다. 동반질환 없이 60세 이상인 고령 환자들의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고, 60세 미만인 환자들의 목표는 140/90mmHg이다. 60세 이상의 환자들에 대한 주요 근거로는 HYVET, Syst-Eur, SHEP,  JATOS, VALISH, CARDIO-SIS 연구 등을 꼽았다. 특히 60세 미만인 환자들에서는 이완기혈압에 무게중심을 두고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주요 근거는 HOT 연구로, 이 연구에서는 이완기혈압을 80mmHg나 85mmHg로 조절한 군과 9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군을 비교했을 때 예후에 유의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0세 미만 환자군의 수축기혈압 목표를 140mmHg 미만으로, 18~29세 고혈압 환자와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목표 혈압은 140/90mmHg로, 근거는 명확치 않지만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권고등급인 E로 제시했다. 즉 전문가의 재량에 맡겨놓은 셈이다. 목표혈압에 관련된 권고사항에서는 생활습관과 함께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요법을 시행하도록 했다.

 

인종에 따른 치료전략 제시
약물치료에 대한 권고사항에서는 인종이 주요한 기준으로 적용됐다. 우선 흑인 외 다른 인종 환자에서는 티아지드계 이뇨제, 칼슘채널차단제(CCB), 안지오텐신전환 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중 하나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는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권고등급 B). 흑인 환자의 경우 티아지드계 이뇨제나 CCB 둘 중 하나로 시작한다(권고등급 B, 흑인 당뇨병 환자 - 권고등급 C).

가장 큰 변화는 흑인 외 환자의 1차치료 전략에서 베타차단제가 빠진 것이다. JNC 위원회는 근거로 LIFE 연구(Lancet 2002;359:995-1003)를 꼽았다. LIFE 연구에서는 55~80세 고혈압 환자(수축기혈압 160~200mmHg, 이완기혈압 95~115mmHg) 9193명을 대상으로 했다. 아테놀롤과 로사르탄을 비교한 결과 아테놀롤 복용군에서 심혈관질환 사망, 뇌졸중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다른 연구들에서 베타차단제와 다른 4개의 계열약물 비교에서 효과가 유사하게 나온 부분이 있지만, 효과를 뒷받침하기에는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알파차단제 역시 이뇨제와 비교한 연구들에서 뇌혈관질환, 심부전, 종합적인 심혈관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권고하고 있는 4개의 약물들과 비교한 양질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흑인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 권고사항의 근거는 ALLHAT 연구다. ALLHAT 하위분석 연구에서 이뇨제가 ACEI보다 흑인 환자에서 뇌혈관질환, 심부전, 종합적 심혈관 예후를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CCB의 경우 심부전이 있는 흑인환자 대비 혈압강하 효과는 낮았지만,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심질환, 신장예후, 사망률 등에서 유사한 효과를 보여 1차치료 약물에 이름을 올렸다. 또 ALLHAT 연구에서 CCB와 ACEI를 비교했을 때 ACEI군의 뇌졸중 발생률이 51% 높았다는 점도 이 권고사항의 근거가 됐다. 한편 JNC 위원회는 당뇨병이 동반된 흑인환자에서 CCB와 ACEI를 비교한 연구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권고사항이 당뇨병이 동반된 흑인 환자에서는 일반적인 흑인환자들보다 낮은 수준으로 권고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권고등급 C).

CKD 환자에 대한 권고사항의 근거로는 IDNT, AASK 연구를 꼽았다. IDNT 연구에서는 ARB가 CCB 대비 심부전 예후를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AASK 연구에서는 ACEI가 CKD가 동반된 흑인 환자의 신장 예후를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JNC 위원회는 이 권고사항은 18세 이상 CKD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내용이지만, 75세 이상 환자들에 대한 근거는 약하다고 말했다. 이에 75세 이상 CKD 환자에 대해서는 ACEI, ARB와 함께 티아지드계 이뇨제나 CCB도 치료약물로 권고했다.

 


타 가이드라인과의 차이점은
한편 JNC 위원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현재 나와있는 다른 가이드라인들의 기준 및 권고사항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예로 JNC 7에서는 당뇨병 또는 CKD 동반 환자의 목표혈압 기준은 관찰연구를 근거로 제시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JNC 8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미국고혈압학회(ASH)·국제고혈압학회(ISH)의 지역사회 임상 고혈압 관리 성명서와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 공동 고혈압 관리 접근전략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보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ASH·ISH 가이드라인의 경우 JNC 8과 큰 틀에서는 유사한 알고리듬을 보이지만, 연령기준을 80세 이상으로 제시했다는 점, 환자도 140~159/90~99mmHg인 고혈압 1기와 160/100mmHg 이상인 고혈압 2기로 분류했고, 고혈압 1기 환자들 중 흑인 외 환자들만 60세 미만과 60세 이상으로 구분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신장질환,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병력, 심부전 환자들은 별도의 사례(special cases)로 다루고 있고, 흑인 환자에 대한 구분은 고혈압 1기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치료전략에서도 고혈압 1기 환자 중 60세 미만 환자에는 ACEI나 ARB를, 60세 이상 환자에는 CCB나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권고했다. 고혈압 2기의 모든 환자들에게는 ACEI 또는 ARB와 CCB 또는 티아지드계 이뇨제의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또 CCB + 티아지드계 이뇨제 + ACEI 또는 ARB 3제요법은 필요할 경우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ACC·AHA·CDC 가이드라인의 경우 환자분류는 ASH·ISH와 동일하게 고혈압 1기는 140~159/90~99mmHg, 고혈압 2기는 160/100mmHg 초과로 구분하고 있지만, 치료전략에서는 고혈압 1기에서는 생활습관개선 후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고혈압 2기 환자에서는 생활습관개선 및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기반으로 ACEI, ARB, CCB 병용전략을 권고했고, ACEI + CCB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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