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 목표혈압·약물요법 강화·재평가 시기 두고 논란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계 위험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표혈압의 설정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특히 고혈압 1기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이득과 관련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으로, 주요 가이드라인들조차 목표치에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심혈관계 아웃컴과 관련해 적절한 수축기 혈압의 목표 수치와 함께 약물요법 강화, 재평가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이번 논문은 후향적 코호트 분석이라는 디자인상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수축기 혈압의 역치값과 약물요법의 조절 시기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면서 적절한 타깃설정과 규칙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미국 BIDMC 연구팀, 8만 8756명 코호트 분석
수축기혈압≥160mmHg, 심혈관계 위험도 21%↑

 

BMJ 2015년 2월 5일자 온라인판에 고혈압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혈관계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분석에 따르면 항고혈압제를 추가하기 전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150mmHg를 초과할 때까지 기다렸던 이들에서 급성 심혈관 사건 발생률 및 사망률이 증가했다. 연구는 이러한 심혈관계 위험도가 기존 약제의 증량 또는 새로운 약제의 추가와 같은 약물요법 강화 시기의 지연과도 연관성을 나타냈다고 제시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이스라엘디커너스메디컬센터(BIDMC) Wenxin Xu 교수팀은 기존 치료로 혈압조절이 충분치 않은 환자들에서 약제 조절 시기가 필요한 최적의 시점을 확인하고, 치료가 지연됐을 때 심혈관계 아웃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의 THIN(The Health Improvement Network) 일차진료 연구 데이터베이스로부터 고혈압 환자 8만 8756명의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수축기 혈압 수치와 약제의 상향조절(escalation) 및 재평가 시기에 따라 환자군을 구분한 뒤 급성 심혈관 사건 발생률,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했다.

성별, 연령, 사회경제적 상태와 더불어 흡연력,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신질환의 병력 및 체질량지수(BMI) 등 분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보정분석을 시도했다. 37.4개월(중앙값)의 추적 기간 동안 총 9985명(11.3%)이 급성 심혈관 사건을 경험하거나 사망했다.

수축기 혈압이 130~150mmHg 범위에 해당할 때에는 아웃컴에 차이가 없었던 반면 150mmHg 이상일 때에는 위험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역치값(systolic intensification thresholds)이 160mmHg일 때 21% 증가했다(95% CI, 1.13-1.30; P<0.001).

약물요법을 강화하는 시기는 혈압 상승 후 1.4개월까지 심혈관계 위험도가 가장 낮았고, 1.4~4.7개월 사이일 때 12% 증가했으며(95% CI, 1.05-1.20; P=0.009), 재평가 시기가 2.7개월보다 지연되면 위험도가 18%까지 올라갔다(95% CI, 1.11-1.25; P<0.001).

연구에 참여했던 Alexander Turchin 교수(브링검여성병원 내분비내과)는 "고혈압 환자에서 시기적절한 치료와 규칙적인 평가를 통해 심혈관계 위험도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며 "치료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표혈압의 역치값과 함께 약제를 언제 증량하고 재평가하는 것이 최선일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향적 코호트연구 한계…목표혈압 140/90mmHg 권고"

▲ 김광일 서울의대 교수

이번 연구와 관련해 서울의대 김광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후향적 코호트 분석연구이기 때문에 진료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저자들이 임의로 수축기 혈압의 강화 역치값을 결정한 데 따른 오류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혈압 1기 환자에서 약물치료 혜택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목표혈압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를 바탕으로 했을 때 140/90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군은 심혈관계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려면 대규모 피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능한 치료 전 단계에서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며 "재평가는 유럽의 고혈압 지침에 근거해 최소 6개월 미만을 주기로 요단백, 심초음파, MR 영상 등의 정기적인 검사가 이뤄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수축기 목표혈압, 가이드라인마다 견해차

혈압조절 시기가 지연됐을 때 환자의 심혈관계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존 여러 연구를 통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VALUE(The Valsartan Antihypertensive Long-term Use Evaluation) 연구에서는 발사르탄을 투여받았던 환자들보다 암로디핀을 투여받은 환자들에서 초기 혈압 감소율이 더 높았는데, 이 같은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뇌졸중 발생률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Lancet 2004;363:2022-31).

Syst-Eur(Systolic Hypertension in Europe) 연구의 오픈라벨 연장연구에서는 즉시 치료군으로 배정됐던 환자군에서 치료 시기가 지연됐던 환자군보다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률이 더 낮았다(J Hypertens 2004;22:847-57).

특별히 약물요법의 적용과 관련된 혈압의 기준 수치를 직접적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이 연구가 주목받는 중요한 요인이다. 고혈압 1기 환자 특히 수축기 혈압이 140~149mmHg 사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 최적의 개입 시기가 언제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한 데이터는 거의 없었기 때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혈압수치가 높으면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수축기 및 확장기 혈압을 어느 정도 낮춤으로써 뇌졸중, 허혈성 심질환 등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Lancet 2002;360:1903-13).

그런데 ONTARGET(Ongoing Telmisartan Alone and in Combination with Ramipril Global Endpoint Trial), INVEST(INternational VErapamil SR-trandolapril STudy) 연구의 사후분석에서 과도한 강압에 의해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하는 'J-커브' 현상이 관찰되면서 목표혈압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Am J Cardiol 2005;95:160).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오히려 심혈관 사건 및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기준치와 함께 혈압조절의 하한치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숙제로 남겼다. 주요 학회의 가이드라인들도 수축기 혈압의 역치값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JNC-8(Joint National Committee 8th) 개정판과 유럽고혈압학회/심장학회(ESH/ESC) 가이드라인은 젊은 연령층일 때 수축기 혈압을 140mmHg, 고령층일 때 150mmHg 이하로 조절하도록 제시한 점은 동일하지만, 고령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각각 60세와 80세로 정하고 있어 무려 20년이나 차이가 난다.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은 다른 심혈관계 위험요소가 있거나 장기손상을 동반한 환자에 한해 수축기 혈압을 140~160mmHg 범위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 표. 심뇌혈관질환 위험도와 치료방침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2013)

우리나라는 2013년에 개정·발표됐던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이 최신 버전인데,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1기 고혈압 환자에서는 생활요법을 우선 시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되거나 다른 위험인자가 나타난 경우, 환자가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가급적 빨리 약물을 투여해야 하고, 특히 고위험 1기 환자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라고 정하고 있다(BMJ 2009;338:b1665).

▲ 표. 고혈압 치료의 목표혈압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2013)

고령이거나 당뇨병, 뇌졸중, 만성신질환 등을 동반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목표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확장기 혈압 90mmHg 미만이다(Eur Heart J 2011;32:1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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