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어려움 타파 위해 명칭 변경 불가피

 

"각종 규제와 제도로 산부인과가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산부인과 대신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꾸고 힘들지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 등 6명의 임원들이 13일 춘계학술대회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다른 과의 동의를 당부했다.

박 회장은 "오늘 대의원총회에서 집행부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을 대한여성의학의사회로 병용하자'는 정관 개정안을 내놨다"며 "이에 대해 회원 대다수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원의사회에서 먼저 사용하면 학회에서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며, 다만 다른 진료과목 간의 이해관계가 있어 바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의료법 개정은 물론 타과의 설득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며 "이를 위해 끊임 없이 학회, 회원 등과 공조하며 큰 틀을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조병구 총무이사도 "교과서에서도 산부인과, 부인과로 나눠 쓰지 않고 여성의학(women's health)으로 포괄해서 쓴다. 외국에서도 Total Women's Care 등의 명칭을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방이나 불임 등의 질환을 포괄할 수 있도록 이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한 과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칭 변경? "어려운 산부인과 의사들의 발버둥"


 
이 같은 명칭 변경에 대해 의사회 측은 앞길을 막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했다.

의사회에서는 우선 '불합리한 규제'로 산부인과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며, 최근 회원들로부터 규제라고 느끼는 것에 대한 민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부터 의사회 내 규제개혁TF팀을 꾸려 이에 대해 논의 중이며, 특히 산부인과 기준병상 규제, 요양병원 등급제,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인력 규정 및 산후클리닉 규제, 요실금 강제 검사 고시 등 4가지 규제를 최우선적으로 철폐키로 했다.

또한 '불가항적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기관의 분담금'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위험분담금은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받아서 모아뒀다가 이를 위기상황에 사용하는 것인데, 산부인과에서는 분담금은커녕 수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의사에게 30%의 위험분담금을 내라고 강요한다면서,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과실을 하지 않았다면 1원도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충훈 부회장도 "의료사고 과실이 없는 것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잖아도 분만인프라가 무너져가고 있는데, 만약 해당 법안이 수정 없이 그대로 간다면 분만인프라는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의사회는 학회와 공동으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정부가 한 번 더 분담금을 부과시키면 헌법소원을 또다시 내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DRG에 대해서도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어느 정도 수익이 균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써야 할 재료나 약제, 행위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즉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매년 이뤄지는 정부의 원가분석을 통해 수가가 더 낮아지게 되고, 해당 수가에 맞춰 의료기관에서 행위와 재료를 더 절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수가는 점점 더 떨어지고, 더이상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고위험, 고난이도 수술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무조건 회피해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히 원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수익이 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남은 임기 1년간 산적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아갈 것"이라며 "어렵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나아가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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