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의학전문직업성 (하) e-professionalism

15. 응답하라 의료윤리
인터넷 의학전문직업성 (하)

e-professionalism

최숙희
서울외과
산부인과전문의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겸임교수
온라인에서도 인격적 통합성 지켜져야
의사들의 인터넷 사용 가이드라인 필요


이제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 의학 전문직업성의 발전을 위해 온라인에 존재하는 자신의 대리 인격(페르소나, persona)에 대해 책임을 질 때가 됐다. 의사로서의 정체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익명의 아바타가 아닌 의사로서 윤리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환자와의 신뢰 회복에 신경을 써야 한다.

2009년 조사에서 미국 의사의 60%가 온라인상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의사의 73%가 페이스북 프로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온라인상에서의 프라이버시와 관계된 문제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상의 사리분별은 이제까지 의사들이 사회 안에서 씨름해 오던 전문직 윤리와는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

케인과 로마넬리(Cain and Romanelli)가 지적한 대로 앞으로 신세대 의사들이 의료계의 리더가 되면서 문화적 관습도 바꾸려고 할 것이고 온라인상에서 본인들의 페르소나에 대한 비판에 면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의사의 공적인 인격과 사적인 인격이 서서히 통합해 나갈 수도 있으므로 공적인 것과 사적인 부분이 서로 분리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하나의 정체성을 이룰 수 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 지식을 전해 준다면 또 하나의 선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왕립의사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of London)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의사들이 더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환자를 만나게 됨으로써 보다 질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상담(e-consultation)에서는 상담의 질도 중요하지만 법적, 전문직업성적 상관관계, 환자의 사생활 및 의학적인 기밀을 보호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안 문제이다.

온라인 상담은 환자가 특별한 보안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한, 잘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수도 있으므로 환자의 의학적인 비밀 보장이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선후배 의사 사이의 위계질서 파괴 및 환자와의 관계 변화이며, 이는 의학 교육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적인 면에서 신세대 의사들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작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사협회(AMA)에서 발표한 인터넷 사용 가이드라인에는 의료법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사의 인식,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터넷을 통한 적절한 대화 방법 및 관리 요령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인 '우리는 인터넷 전문직업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를 보면,

첫째, 철저히 감독하기
둘째, 정책 수립하기
셋째, 실례(實例)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과정 짜기
넷째, 인터넷 사용 시의 행위를 추적·검증하기
다섯째, 개선 가능한 전략 세우기
여섯째, 좋은 습관 갖기
일곱째, 최근의 첨단 기술 습득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인터넷상에서 제공되는 의학 지식에 대해 방임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법적, 사회적 및 의학 전문직업성과의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의사의 의학지식에 대한 독점이 허물어지면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면서 의사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공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뒤따라야 하고 투명성이 유지돼야 한다.

의사들은 현대의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자신의 인격적 통합성(integrity)을 지키면서 의료 환경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외국의 예에서와 같이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인터넷 전문직업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학회에서도 자체 내 지침을 만들어 교육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의사 각 개인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관리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

민첩하고 뛰어난 능력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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