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의학전문직업성 (상) e-professionalism

14. 응답하라 의료윤리
내가 생각하는 의료윤리

최숙희
서울외과
산부인과전문의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겸임교수
의사들의 인터넷 사용 늘면서 전문직업성 훼손
정직성·이타주의·인격적 통합성 등 성찰 필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및 블로그 등으로 이뤄진 또 다른 세계인 인터넷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 거의 모든 의사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는 진료를 하기 어렵게 됐다.

의사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의학 전문직업성(e-professionalism)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첫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전통적인 전문직업성의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태도와 행위(어떤 것은 사석에서 나타나는 것)이고, 둘째는 인터넷을 이용해 의학 전문직업성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수법이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의사의 전문직업성의 훼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핵심에 있는 것이 전문직의 전문직 윤리 및 생명 의료 윤리의 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및 보건 관계자들은 새로운 세상인 인터넷상에서는 기존의 사적인 정보와 전문직으로서의 정보가 합쳐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전문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므로 SNS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의학 전문직업성의 요소인 정직성, 이타주의, 인격적 통합성 및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신 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의학 전문직업성의 패러다임을 확장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할 두 가지 사항은 온라인 대리인격(페르소나, persona: 그리스시대 가면에서 유래)에 대해 주의 깊게 살피는 것과 사적 공간(예를 들어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서 태도나 행위를 조심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윤리가 손상되는 의사의 비전문직업성(medical unprofessionalism) 행위들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론화되진 않았지만 외국의 예에서 보듯 SNS를 통해 환자와의 성적인 대화 및 오프라인 만남으로 인해 징계를 받는 의사들의 문제는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또한 과도하고 허황된 광고 행위 및 진료와 관련 없는 상품 판매 행위 등도 있다.

반면에 인터넷 의학 전문직업성의 순기능도 있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의사 한 사람이 다수를 대상으로 의학 상담이나 지식을 나눠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비전문직업성 행위를 한 의사들의 범법 행위를 웹사이트에 공지해서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앨러바마, 알라스카, 아칸소, 애리조나 및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의 의사회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의 명단과 행위를 고시하고 있다.

이들 의사들의 범법 행위에는 단순한 비전문직업성을 넘어서는 강간, 의사의 약물중독 및 다른 주에서 범법 행위 후 도피한 경우 등이 포함돼 있다. 공공시민단체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전문직업성 의사들을 찾아내 웹사이트에 올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의학 전문직업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 정책적인 뒷받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세미나 등을 통한 의료계 자체의 교육도 병행해나가야 한다.

매츠(Matz) 등이 제시한 인터넷 전문직업성의 세 가지 특징인 인터넷에서의 대화가 갖는 공공성, 영원성 및 강력함으로 인해 SNS를 통해 무책임한 언행이나 무분별한 행위들이 오히려 더 빨리, 더 널리 파급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의사들은 항상 책임감과 열정을 가져야 하며,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상대가 아바타나 문자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의학 전문직업성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디지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의된 의료인의 성범죄에 대한 면허 정지와 취소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터넷 시대의 의사들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조심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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