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제약산업 규제에 해외서 활로 찾아 10년 만에 두 배 성장

 

국내 제약사들이 정부 규제로 인한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 원료의약품(API) 수출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제약산업 견인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종근당은 원료의약품 자회사인 경보제약과 종근당바이오를 통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으며, 대웅바이오, 한미정밀화학 등 주요제약사의 원료의약품 제조사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원료의약품을 기본적으로 자체 생산하지만, 점차 이를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전망도 밝다.

그러나 늘어나는 시장의 크기만큼 인도와 중국 등 국가 간 경쟁 또한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2012년 일괄약가인하 위기를 기회로

그동안 원료의약품은 제약산업의 규제 및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의 흐름을 같이 했다.

1970년대에 원료의약품 합성 공정을 자체 개발할 때는 원료의약품의 국산화와 수입 대체에 의의를 뒀으며, 1987년부터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며 신공정을 개발해 특허만료 전 발매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다.

1998년 국산원료 합성의약품의 우대약가제를 도입한 시기에는 자체 원료 공급이 보다 활성화 됐고 KGMP(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와 BGMP(우수원료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가 통합된 2000년에는 퍼스트 제네릭 및 자체합성 약가의 부흥시기를 거쳤다.

2005년에는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가 대폭 강화되며 실질적으로 원료의약품에 대한 시설과 인력 투자가 늘었다.

기존에 저가형 제품이 많았다고 하면 본격적인 투자로 제품군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것. 염변경, 이성질체, 결정형, 전구체 등에 따른 개량신약이 약가우대를 받으며 원료도 더 비싼 값에 거래됐으나 품목에 대한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2010년 품목별 사전 GMP 도입으로 PV(Process Validation) 의무화가 시행됐다. 품목 허가 자료마다 PV를 제출했는데, 최소 3루트의 분량을 생산해야 해서 고가원료인 경우나 1년에 10kg도 안 쓰는 원료는 허가를 받기 위해 3년치를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어 재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DMF 대상 품목이면 관련 규정에 따르는데, 실질적으로 오래된 약들 외에는 허가대상 품목이 아니라 DMF에 해당돼 PV실시가 유명무실해졌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는 원료의약품 산업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자체원료합성 우대도 사라지면서 완제의약품 회사들도 경비 절감을 위해 중국 등 저렴한 원료의약품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몇몇 회사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 인력을 줄이고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정제만 파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고품질 원료 요구…한국, 대만 선호

반면 기술력과 자본이 있는 회사는 수출에 집중했다. 특히 일본은 중국, 인도 등에서 저가원료가 나와도 그쪽 원료는 쓰지 않았다. 습성적으로 자국 원료를 우선시하고 그 이후 한국이나 대만 등의 원료를 선호해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수출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수출액은 2004년 4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12년부터 1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13년 4.2% 상승한 10억 9928만 달러를 기록했다.

규제 수출확대로 업계 구조조정

세계 API 시장도 2005년 767억달러에서 2011년 1086억 달러, 오는 2017년에는 1671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어서향후 원료의약품을 동력으로 삼은 업체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내수 위주 업체는 재편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원료의약품연구회 김현규 회장(한림제약 중앙연구소 소장)은 "산업 규제와 수출 확대로 원료의약품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두 가지 부류다. 당장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완제품에 가까운 것을 가져와 정제하면 경비 절감이 되니 국내 저가 원료의약품 가격경쟁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약가인하로 완제의약품 회사가 경비절감을 위해 저가 원료의약품을 구입하기는 하지만, 저가 경쟁으로는 중국에 상대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금이야 중국보다 10~20% 비싸도 품질관리나 반품 등 클레임에서 유리해 국내 저가 원료의약품을 쓰지만 중국에서 이보다 더 저가로 들어오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는 것.

반면 "2012년 일괄약가인하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슬슬 아웃풋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 향후 1~2년 뒤에는 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료의약품 업체들, 향후 전망은?

국내 주요 원료의약품 업체는 한미정밀화학, 유한양행, 에스티팜 그리고 종근당 자회사인 경보제약, 종근당바이오 등이 있다.

한미정밀화학은 2006년 무균원료부문에서 FDA 실사를 성공적으로 받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2007년에는 APIs 합성공장을 완공해 세파계에 치중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으며, 새로운 공장도 미국 FDA, 독일BSG, 호주TGA, 일본PMDA 등으로부터 cGMP 제조시설의 적합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2011년 809억원의 원료의약품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이 중 Ceftriaxone이 127억원, Cefotiam이 100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에 있어 자회사인 유한화학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원료의약품 판매로 전년 매출액 1196억원에서 11.7% 증가한 13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 사업의 주요 목표 시장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이다. 신시장 개척이라는 개념보다는 목표시장 내의 신규 업체 및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작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올해도 신규 업체 및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대웅바이오는 2011년 매출 1328억원 중 원료의약품 매출액 842억원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는 30년 이상 생산한 우루사의 주원료 우루소데옥시콜릭에시드(UDCA)를 특화해 이탈리아 PCA, 일본 미쓰비시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처에 등극했으며, UDCA로만 359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 밖에 종근당도 자회사를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코오롱생명과학, 에스티팜 등도 적극적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4가지 포인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팀 정혜자 상임컨설턴트는 18일 원료의약품연구회 세미나에서 원료의약품 업체는 △CMC(Chemistry, Manufacturing, Controls) △cGMP △Regulatory Affairs △Management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제조한 모든 과정에 대해 컨트롤이 이뤄져 지속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API가 생산돼야하며, 해외 진출에 있어 cGMP 설비 구축은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고,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국에 대한 마케팅 스킬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사의 API를 이끄는 리더가 가장 중요한데, 리더가 원료의약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건의해도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정혜자 상임컨설턴트

정 컨설턴트는 "이 산업을 잘해보겠다고 하면 cGMP 등도 도입하는 등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 지속적으로 도입하면서 우리 입지를 굳혀야 원료의약품에 강한 스위스와 같이 신뢰를 쌓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다수의 원료의약품 업체를 컨설팅하며 포트폴리오를 접하는데 "우리나라 회사는 기업 비밀이 많아서 서로 얘기를 안 하는데 막상 받아보면 거의 비슷하다"며 "다른 회사와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고, 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정서에 맞는 사람을 영입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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