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동량, 심박수, 맥박수를 측정하는 각종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기기를 의료기기로 관리하지 않겠다는 고시 개정안을 내놨다.

그동안 식약처에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달라고 숱하게 건의해온 업계에는 꿈쩍하지 않다가 삼성전자가 갤럭시 S헬스에 심박센서를 부착해 출시하자 갑자기 튀어나온 고시인 만큼,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특혜라는 비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운동 및 레저용 심(맥)박수계를 의료기기와 구분해서 관리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고시 개정안을 17일 행정예고 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기기법 제2조 및 제3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심박수계는 심전도 등에서부터 분간 또는 일정 기간의 평균 심박수를 표시하는 기구로 2등급 의료기기에 해당한다.

맥박수계는 혈액이 심장의 수축에 의해 대동맥 기시부에 밀려나왔을 때 발생한 혈관내의 압력변화가 말초방향으로 전해져 갈 때, 1분간  또는 일정기간의 횟수를 압, 광전 스트렌게이지, 임피던스 등의 방식을 이용해 계측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역시 2등급 의료기기로 관리된다.

식약처는 그간 의료기기법 제2조‧제3조 등 관련 법령 및 대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심(맥)박수 등을 표시하는 제품은 운동‧레저용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의료기기로 관리해 왔다.

이번에 전격 개정된 고시개정안을 보면 별표 A26080.01의 심박수계 정의의 ‘기구’에서 운동용 및 레저용 등은 제외하도록 한 내용을 덧붙였다. 다만, 운동용‧레저용 제품을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목적을 변경해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별표 A26080.02의 맥박수계의 ‘장치’에서도 운동용 및 레저용 등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다만, 운동용‧레저용 제품을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목적을 변경해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부칙으로는 △제1조 이 고시는 고시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 별표 개정 규정은 고시 시행 후 최초로 허가를 신청하는 의료기기부터 적용한다 △제3조 고시 시행 당시 운동용‧레저용으로 심박수‧맥박수계 제조‧수입 허가 받은 자 중 그 사용목적을 의료용으로 변경하려는 자는 고시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변경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등을 뒀다.

갑작스런 식약처 고시개정...왜?

식약처는 고시 개정이유로 “다양한 각계 전문가 의견과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의료용과 운동, 레저용 제품은 구분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운동용 심(맥)박수는 체온, 혈압, 혈당과 달리 질병진단이나 치료 행위 등 의료목적에 직접 연결되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의료전문가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도 변화된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운동, 레저용 심(맥)박수계는 의료기기가 아닌 것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운동, 레저용 심박수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의료기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외국사례를 고려했다”며 “운동, 레저 목적의 손목시계형 및 러닝머신 결합형 심(맥)박수계 등을 의료기기로 관리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식약처는 "일반 소비자가 의료목적으로 심(맥)박수계를 사용하려는 경우,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며 "운동·레저용 심박수계 판매제품 중에서 의료용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특혜? 업계 전체에 규제 해지된 셈

그동안 식약처는 의료기기 앱을 별도의 첨단의료기기로 관리한다고 발표하면서 큰 혼란을 초래했다.

한 비뇨기과 교수가 만든 전립선 발생 확률 계산 앱을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가 하면, 원격의료 관련기기는 모두 유헬스 의료기기로 둬야 한다고 규정해왔다. 출시 봇물을 이루고 있는 웨어러블기기도 심박센서 등이 부착돼 있으면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말 설명회에서 식약처 관계자는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도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기기의 신뢰성을 위해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요건을 만들게 된다”며 “진단, 건강정보를 전송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유헬스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의료기기 심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비스 차원으로 앱을 개발해온 의료계는 물론, 전자업계, IT업계는 평소 건강관리는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건의를 계속하면서 원활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 과도한 규제는 얼토당토않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일단 식약처가 한 발 물러선 이유는 규제 완화를 주문하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식약처는 새롭게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을 규제대상으로 관리하려는 욕심이 컸다.

또한 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벗어나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힘겨루기에서도 뒤지고 싶지 않아 했지만, 청와대에 의해 제지된 셈이다. 어떻게든 규제를 완화하라는 지시에 당장 법을 바꿀 수는 없고 고시를 덧붙여 규제에서 최대한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산업계, 재계가 관심있어하는 각종 첨단기기를 규제 안에 넣고 싶어하던 식약처가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본다”며 “규제기관이 오히려 앞서가는 기술과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간극”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FDA에서도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최소한의 안전성이 필요한 규제외에는 허용하기로 했다”며 "전세계적으로 각종 건강관리 앱, 웨어러블기기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에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규제였고, 이제서야 정상으로 되돌아온 듯하다"고 해석했다.

특히 업계 전반적으로 삼성 특혜 의혹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규제 해소가 된 상황이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법까지 바꾸게 만들 정도로 삼성 특혜 의혹이 있는 것도 맞다"라며 "아이러니하게 삼성 특혜(?)로 오히려 피트니스 등의 평소 건강관리를 겨냥하는 헬스케어업체들에는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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