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고민 없이 공약만 지키려는 복지부 방식 지탄받아

"그렇게 비판했는데 이 두 가지 정책을 정말 펼칠 줄 몰랐다."
"선별급여는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정책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보험급여 담당자들은 가장 불행한 공약을 이행 중이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3대 비급여 개선안 등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쉴 새 없이 지탄을 받고 있다. 특히 앞으로 시행예정인 선별급여에 대해 "그렇잖아도 심각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한국보건행정학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다수의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이같이 지적했다.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의대 김 윤 교수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비급여 개선 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4대중증 정책 중 앞으로 시행예정인 '선별급여'에 대해 "비급여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수급여와 달리 경제성이 불분명하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필수와 선별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결정할 때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서 "시민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대 비급여 안에 대해서는 "그간 환자입장에서 '끼워팔기'에 불과했던 것들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라며 "환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질과 효율에 기반한 제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이들 정책 시행하면서 동시에 환자쏠림 억제와 예방-치료-재활의 서비스 제공 체계를 위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에 학계, 의료계, 병원계는 물론 경제전문가까지도 비판하고 나섰다.


"선별급여,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위험한 정책"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재정복지정책 연구위원은 "선별급여 정책은 2000년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문제 있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 연구위원은 "환자쏠림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없이, 또 정책 필요성에 대한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발표만 해댔다"며 "현재의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이 대선 후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안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심평원의 전문위원회, 건강정책심의위원회 등의 의결기구가 엉망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쏠림'에 대해 우려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원장은 선별급여 등 앞으로 보장성 강화는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임을 강조했다.

권 원장은 "앞으로 3대 비급여와 4대중증질환에 대한 선별급여는 우리나라 의료태풍이 될 것"이라며 "빅5 등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환자 선호도를 더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소득계층별 의료이용에 차별을 가져오는 문제도 생길 것"이라며 "고소득자의 의료이용률이 많아지며, 불확실한 의료기술들이 시장에 더 빨리 도입되는 등 보건의료에 많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쓰기 보단 '환자 쏠림 완화'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권 원장은 "상급병실이나 선택진료 등 3대비급여 문제는 빅5 위주 대형병원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라며 "상급종병에 꼭 가지 않아도 될 환자가 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대한민국 빅5에 가격결정권까지 사라지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환자 쏠림현상 심화와 대기시간 증폭만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의료계에서 "지금 현실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3대 비급여 급여화 등의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해왔지만, 이를 계속 이어나가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서 이사는 "선거 표, 정치인들의 인기 의식으로 정부가 솔직한 정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자만 쥐어짤 뿐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는 손도 못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의료기관 선택권 제한, 종별 및 지역별 차이 완화 등을 위한 '솔직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의료이용에서의 효율성을 얻은 다음, 4대중증, 3대비급여 정책을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병원계
는 결국 피해는 모두 환자의 몫이라고 정부에 압박을 넣었다.

대한병원협회 장호근 보험이사는 "현실적으로 정리하면 결국 돈문제"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결국 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 이사는 "정부는 병원들이 돈을 적게 벌면 결국 불편과 피해는 모두 환자에게 돌아가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정책을 멈추고, 비정상적 전달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 "정책 관둘 생각 없다. 안전장치 마련해 시행할 것"

 

하지만 정부, 환자단체는 "이들 정책을 통해 보장성 강화를 할 수 있으며, 전달체계 때문에 보장성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선별급여는 실험적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그럼에도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으로 이들을 편입시키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즉 수많은 비판에도 이들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회연대"라며 "이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들 정책을 펼칠 수 없다. 형평성을 극복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소득별 차이 발생 예측'에 대해서도 우려를 불식시켰다.

환자단체도 4대 중증질환 정책과 3대 비급여 개선안 등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보이면서,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제자인 김 윤 교수도 "우리 부모님이 아프다고 하시면 아주 경증질환이 아닌 이상 대학병원에 보낼 것"이라며 "환자의 자율권을 국가가 통제할 수는 없다. 다만 중소병원들의 질도 대학병원급으로 높이는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쏠림은 방지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보장성 강화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들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산제도를 정비하고 수가를 현실화하면서 질향상부담금 등의 정책을 펼치면 환자들도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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