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호 대한신장학회 학술지 편집장

캐나다신장학회(CSN)가 만성신질환(CKD) 환자의 투석 시작시기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능한 투석 시작을 늦추라는 것이 개정사항의 주요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이 15mL/min/1.73㎡ 미만으로 떨어지면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고 eGFR<6mL/min/1.73㎡에 도달하거나 '임상적 악화'가 발생할 경우 투석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처럼 명확한 투석 가이드라인을 만든 반면 국내에는 지침이 없다.

지난 2008년 대한신장학회(KSN)에서 KDOQI (Kidney Disease Outcomes Quality Initiative)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CKD 진료지침을 발표한 것이 마지막 버전인데, 여기에서도 투석 시작시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이상지질혈증, 빈혈 등 동반질환과 관련해 분야별 업데이트만 이뤄지고 있으며 투석에 관한 한 가급적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야 하는 실정이다.  

▲ 한양의대 신장내과  김근호 교수

eGFR 수치만 보지 말고 임상증상 보고 결정해야

이와 관련해 대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KRCP 편집장을 맡고 있는 한양의대 김근호 교수(한양대병원 신장내과)는 "eGFR 수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검사 결과와 환자의 임상적 증상을 함께 고려해 투석 시작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의 연령이나 동반질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요독증이 나타나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투석 시작기준을 일괄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통적으로 CKD 환자에서 투석 시작시기는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과 요독증 정도에 근거해 결정했는데, 1997년 CKD 진료지침에서 CKD 단계를 1기~5기로 구분하고 5기부터는 투석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하면서 과거 관행보다 투석 시작시기가 점차 앞당겨지게 됐다.

당시 진료지침에는 임상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는데, 투석 시작시기에 따른 차이를 평가한 최초의 RCT로 IDEAL(The Initiating Dialysis Early and Late) 연구가 시행됐다. 이 연구에서는 이른 투석으로 인한 혜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캐나다 투석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김 교수는 "IDEAL 연구에서 eGFR 값이 10~15mL/min/1.73㎡일 때 투석을 시작하는 것이 10mL/min/1.73㎡ 미만일 때 시작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혜택이 없다는 결과에 동의한다"면서 "실제 임상에서도 대개 eGFR 7~8mL/min/1.73㎡일 때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2012년 발표된 KDIGO(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 가이드라인에서도 CKD 환자는 요독증 증상이 있을 때 투석을 시작하도록 했는데 대개 eGFR 5~10mL/min/1.73㎡가 기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석 진료지침 마련도 필요

김 교수는 이번 캐나다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계기로 앞으로 국내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는 "대한신장학회 등록현황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말기신부전(ESRD) 환자가 7만여 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그 중 혈액투석 환자가 4만8000명, 복막투석 7500명, 신장이식 환자는 1만4000명에 이른다.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러한 환자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투석 치료에 관한 진료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신질환은 동반질환이나 요독증 여부에 따라 환자별 맞춤치료전략이 필요하다. 요독증이 없는 환자에서 무의미한 조기 투석을 감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적절한 투석시기를 놓쳐 요독증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위험 부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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