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100% 보전한다지만 가능성은 희박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발표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큰 그림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전문진료의사 가산  등 몇 가지는 달라졌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3대 비급여 안을 발표했을 때 병원들은 설마 내년부터 선택진료비를 없애기야 할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발표한 내용을 보고 병원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올해부터 진료항목별 20~100%로 가산하던 선택진료비를 15~50%만 가산하도록 조정해 평균 35%의 선택진료비가 감소하지만 확실한 수가 보완책은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올해 선택진료비를 35% 축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5~2016년에는 45% 축소, 2017년에는 완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상급병실도 올해 일반병상을 6인실에서 4인실까지 확대하고 적정 수준의 4~5인실 입원료를 신설하고 기본 입원료를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3대 비급여 중 가장 골칫거리였던 간병비는 간호사나 간호보조인력 등 팀 간호체계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해 건강보험 급여권에서 해결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방안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병원들의 경영악화, 환자 쏠림 문제, 의사들의 내부갈등, 재원 조달 등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는 게 주변의 전반적인 평가다.
 
병원들 으악! 우리는 어쩌라고

복지부 발표의 영향권에 있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만일 복지부가 발표한대로 진행된다면 대부분의 병원이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불안감을 표현했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안이 나왔을 때는 당장 시행보다는 점차적인 진행에 초점을 맞춰 병원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왔는데 올해부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감소한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말 서울대병원측은 4대중증 보장성을 강화했을 때 추정손실로 306억, 상급병실을 75%로 확대했을 때 121억의 손실이 있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전체 선택진료비가 600억원 규모이고 다른 병원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서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면 400억원에 이르는데, 지난해 적자가 난 상황에서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일반 병상 기준을 올리면 병상당 수익도 떨어지게 되며,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서울아산병원 보직자는 "3월부터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내과 교수들조차 당직이 늘었다. 그간 힘겹게 전공의, 임상강사, 조교수, 부교수 등을 순차적으로 거치면서 정교수가 된 이제서야 한숨돌리나 싶었는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며 "정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병원은 오히려 정년을 줄이고 각자 맡은 진료, 논문, 당직 양만 늘어날 것"으로 토로했다. 

개별병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대한병원협회의 대응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병원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병협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있지만 지켜 볼 것"이라며 "이제 구체적으로 병원 경영에 어떤 영향이 올지 분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정부의 발표는 골 모델은 맞지만 세부적인 그림이 없고 병원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발표안이라 비판했다. 이 실장은 "정부 발표안으로는 병원의 수익감소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대안이 구체적이지 않는 등 목표는 있지만 프로세스는 없다"며 "앞으로 병원 내부 의사들 간 갈등과 공급자들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중소병원들도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이 3대 비급여 개선활동으로 대형병원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져 중소병원들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병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의 수익 손실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 교수는 "병원간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선택진료비 비율을 줄인다고 해서 병원들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도전문적 수술이나 고도 중증환자 서비스 등에 대해 낮았던 수가를 올려줘 5100억원을 보상하겠다란 것이므로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조달은 어디서?

복지부 발표에 재원조달에 대한 언급이 두루뭉술하다는 점도 지적받는 부분이다. 복지부는 올해는 보험료 인상 계획이 없고 내년부터 3년 간 매년 1% 정도의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나 효율적 관리를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만으로도 당장 5.8%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분석은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재원조달 문제를 꼬집었다. 의협은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환자들이 받는 혜택을 늘리기 위해 올해 5600억원, 내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3600억 원의 신규 재정이 필요하지만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한다는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건강보험재정의 잉여금 10조는 경제불황 때문에 의료이용률이 크게 줄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의료 이용률이 본궤도를 회복하면 정부의 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정부는 3대 비급여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조달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사전 조율이 된 것일까? 공단 보험급여실 박국상 실장(수가협상단장)은 "정부의 안이니 이미 추계를 마쳤을 것이고, 국고 지원을 하든 건보료를 올리든 정부의 재정 확보 안이 있으니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한다는 것이 아니겠냐"라고 반문하며 "재정부분은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기초 데이터를 줬을 것이다. 거기서 예측가능한 자료를 줬으니 이 같은 정부방안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정부의 계획이 나왔으니 곧 여론과 유관단체에서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확정 되는 대로 정부와 재정을 쥐고 있는 보험자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건보료를 인상할지 아니면 공단의 흑자분을 사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공단 흑자분은 의료계에서 11조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4조원에 불과하다. 흑자분을 모두 3대비급여에는 털어넣을 수 없다. 여러 방면에서 끌어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쏠림은 더 악화될 듯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 중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린 것이란 것이었다. 지금도 심각한 환자쏠림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란 게 모든 전문가들의 걱정이었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하고, 수도권 지역 대형병원 병상신증설시 사전합의제 도입, 중증질환은 상급병원에서 경증질환은 중소병원에서 담당하도록 수가를 개선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환자 쏠림 문제는 현재 의료전달체계의 가장 큰 문제인데 3대 비급여 문제로 인해 환자 쏠림이 더욱 강화될 것. 그동안 주저했던 환자들도 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쏠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전혀 대안이 없고 또 선택진료비가 없어지면 환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의사를 선택할 수 없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노조도 복지부의 발표에 못마땅한 표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에 대한 공약 파기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상급병실료 개선방향에 대해 모든 병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병상을 4인실까지 확대하고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상향하며, 4~5인실 입원료를 신설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실이나 1~2인실 같은 상급병실을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하면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비싼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전혀 개선될 수 없다"며 "모든 병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일반병상 비율을 90%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진료 의사 두고 병원 내부 갈등 우려
 
현재는 전문의 취득 10년 이상이면 의사의 80%까지 선택진료 의사로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2015년이 되면 병원별 80%였던 선택진료의사가 65%로 감소한다. 이는 3명당 2명으로 선택진료의사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2016년에는 선택진료의사가 진료과별 30% 즉 3명당 1명으로 줄게 된다.

선택진료의사는 의사들의 연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굉장히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같은 병원 같은 진료과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택진료 의사로 선정해야 할 것인지는 그야말로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병협의 한 관계자는 "병원들이 선택진료비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도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의료진은 연봉과 관련된 것이라 굉장히 첨예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갈등의 소지가 확실히 있다. 선택진료의사들의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2017년 "전문진료의사도 누가 전문진료를 결정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복지부가 병원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선택진료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만들어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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