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 조경환 이사장 인터뷰

대한가정의학회 조경환 이사장은 비타민의 다양한 연구 결과에 대해 "최근 20~30년간 비타민과 관련된 대규모 연구가 매년 5~6개씩 발표되고 있고, 메타분석 연구를 포함하면 주요 연구가 100여 개에 이르지만 각각 연구대상군이나 비타민 성분, 연구 조건 등이 상이해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이미 예상된 결과였음을 피력했다.

특히 최근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 결과들에 대해서는  설계 자체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타민결핍군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면 종합비타민제 복용군에서 분명 혜택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계절적 요인·신체리듬 맞춰 보충

▲ 대한가정의학회 조경환 이사장
조 이사장은 "비타민결핍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종합비타민제 복용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영양불균형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연구 결과와 같이 별도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지만 별도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해야 하는 대상군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대상으로는 영양불균형이 일어나기 쉬운 노인이나 성장기 청소년, 다이어트 중인 여성이나 당뇨병, 고혈압, 간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자를 꼽았다. 또 동반질환이 없더라도 편식이 심하거나 치아질환으로 인해 균형잡힌 식사가 어려운 사람은 식사만으로 체내에 필요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고, 그 외 신체 컨디션이나 계절적 요인에 따라 비타민결핍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에서 권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있고 가족들에게도 권하지만 매일 챙겨먹지는 않는다"며 "계절적 요인과 개인의 신체리듬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타민이 체내 꼭 필요한 영양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편향된 연구 결과들로 인해 이미 입증된 비타민의 효능까지도 저평가될 것을 우려하면서 "비타민결핍으로 인한 임상적 증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비타민은 체내 합성 및 장기저장이 불가능하므로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통해서라도 보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이 염려되는 폐경 여성이라면 비타민 D가, 말초신경염 치료를 위해서는 비타민 B6가 추천된다.

흡연자에서 베타카로틴이 폐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비타민 A와 폐암 발생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불규칙적으로 제시돼 왔으나 그에 관한 베타카로틴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베타카로틴 섭취와 무관하게 폐암 고위험군인 흡연자에서 폐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데이터는 크게 임상적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암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일부 연구에서 발표된 효과도 비타민제의 영향만으로 평가하기에는 극히 기여도가 낮아, 암 예방을 위해서는 오히려 건강검진을 자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비타민과다 부작용도 고려돼야

그렇다면 고용량 종합비타민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물론 비타민결핍뿐 아니라 비타민과다도 고려돼야 한다. 비타민은 비교적 체내 안전역이 넓어 이상반응이 드물지만 초과량 섭취하면 독성반응이 발생하고, 일부 약물상호작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스피린과 오메가-3는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권고되고 있고, 비타민 A는 자체 독성 때문에 베타카로틴 형태로 제공된다. 비타민결핍과 과다로 인한 임상증상은 이미 기존에 충분히 연구된 바 있어 예측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비타민제도 정확한 체내 비타민 농도측정과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그는 "질환이 있거나 특이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스크리닝 개념으로 미량영양소를 검사해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권고되지는 않고, 검사수가가 비싼 편으로 모든 항목을 측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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