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제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해 말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이와 함께 암 발생 및 인지기능 감퇴에 있어서도 예방 효과가 전혀 없다는 연구 3개가 잇따라 발표됨에 따라 최근 종합비타민제 효용성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비타민보충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1994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이른바 '핀란드 쇼크'다. 이 연구에서는 핀란드 50세 이상 흡연 남성 2만9000여 명에게 매일 5~8년간 비타민 E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투여했을 때 위약군 대비 폐암 발생률이 18%, 총사망률이 8%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N Engl J Med 1994;330:1029-1035). 연구대상이 명백한 폐암 고위험군인 흡연자로 국한됐고 사용된 베타카로틴 용량(20㎎)이 초고용량이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쇼킹한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비타민 A, E와 암 발생에 관한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최근의 화두는 종합비타민제를 장기복용해도 암이나 심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합성비타민보다 천연비타민의 효능이 뛰어나다면서 천연비타민제를 홍보하는 업계의 움직임도 관찰된다. 덕분에 천연비타민제 가격이 껑충 뛰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비타민의 피로회복, 항산화 효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단순히 비타민이 '좋다', '나쁘다'는 흑백논리에 그치기 보다 "어떻게 먹어야 효과적일까"에 시선을 돌릴 때다. 최근 발표된 주요 연구들을 중심으로 종합비타민제가 심혈관질환 및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고, 올바른 종합비타민제 복용 방안을 모색해 봤다.

 

심혈관질환 예방은 부정적

종합비타민제의 심혈관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현재 부정적인 결론이 대세다.

지난 해 종합비타민제 복용 논란을 주도했던 TACT(Trial to Assess Chelation Therapy) 연구팀은 50세 이상(평균 연령 65세, 여성 18%) 심근경색 환자에게 28가지 성분의 고용량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복합제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을 유의하게 낮추지 군했다고 밝혔다(Ann Intern Med 2013;159:797-805).

총사망률, 심근경색 재발, 뇌졸중, 관상동맥 혈관재건술 또는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을 1차 종료점으로 정의했을 때 종합비타민제 복용군 230명(27%), 위약군 253명(30%)에서 발생해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HR, 0.89 [95% CI, 0.75-1.07]; p=0.21). 

연구의 주요 저자인 마운트싸이나이의대 Gervasio A. Lamas 교수는 "일부 영양결핍 환자를 제외하고는 고용량 종합비타민제가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무분별한 종합비타민제 복용을 경계했다. 또한 존스홉킨스블룸버그의대 Eliseo Guallar 교수는 "현대인의 비타민 섭취량은 이미 충분하다"며 "더 이상 종합비타민제에 돈 낭비하지 말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3년 시점의  환자 탈락률이 절반 가량 이르렀고 프로토콜 위반 사례도 많아 안전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비타민 연구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똑같은 비타민이나 항산화 물질이라도 보충제로 복용하면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BMJ 2013;346:f10). 명 교수는 "무작위 대조연구(RCT) 50개(환자 29만4478명)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과 항산화 보충제 복용은 주요심혈관사건 위험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RR 1.00, 95% CI 0.98-1.02)"면서 "보충제 종류와 심혈관질환 유형, 복용기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하위군으로 나눠 분석했을 때도 예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암 예방 효과 연구 결과 엇갈려 

암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비타민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한 학계의 논란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던 미국의 물리화학자 라이너스폴링 박사는 비타민 C의 항암효과를 최초로 주장했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유안카메론 박사(베일오브레벤병원)와 함께 고용량 비타민 C를 암 치료에 적용하려 했으나, 메이요클리닉에서 Edward T. Creagan 등이 시행한 연구를 통해 암 환자에서 치료혜택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쳤다(N Engl J Med 1985; 312:137-41). 

비타민이 암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2012년 AHA Scientific Session에서 발표됐던 PHS(Physicians' Health Study) Ⅱ 연구가 대표적이다(JAMA 2012;308:1751-60). 이 연구에서는 50세 이상(평균 64.3세) 미국 남성 내과의 1만4641명을 종합비타민제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1차 종료점은 비흑색종 피부암을 제외한 모든 암으로 정의했고, 2차 종료점은 전립선암, 및 특정부위 암으로 정의했다.

▲ 종합비타민제 복용군과 대조군의 모든 암 발생률 비교(출처: JAMA 2012;308:1871-80)

평균 11.2년(10.7~13.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2669명에서 암이 발생했는데, 위약군과 비교 시 매일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남성에서 암 발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연간 1000명당 발생건수 17.0건 vs. 18.3건; HR 0.92, 95% CI, 0.86-0.998; p=0.04). 다만 전립선암(9.1건 vs. 9.2건; HR 0.98, 95% CI, 0.88-1.09; p=0.76), 대장암(1.2 vs. 1.4 events per 1000 person-years; HR 0.89, 95% CI, 0.68-1.17; p=0.39) 및 특정부위 암 발생률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고, 암 사망률도 유의하게 줄이지 못했다(4.9건 vs. 5.6건; HR 0.88, 95% CI, 0.77-1.01; p=0.07).  

그러나 대규모 연구임에도 대상군이 미국 남성 내과의라는 특정 집단으로 국한돼 있어, 이 결과를 일반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또한 최근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는 동일 연구에서 65세 이상 종합비타민제 복용군에 대해 하위군 분석을 시행했을 때 인지기능 감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발표돼 종합비타민제 복용혜택이 없다는 연구 결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Ann Intern Med 2013;159:806-814).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의 분석 결과도 앞서 언급된 두 연구와 함께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소개됐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된 비타민 관련 연구의 문헌고찰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의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 효과를 평가했다.  

2개의 대규모 연구(환자 2만7658명)를 통합 분석한 결과, 10년 이상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한 남성은 암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RR 0.93, 95% CI, 0.87-0.99). 그러나 동일 군의 여성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24개의 RCT(환자 32만4 653명) 분석 결과에서도 비타민 A, C, D, 엽산, 셀레늄, 칼슘 등의 보충제 복용으로 인한 혜택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베타카로틴은 흡연자에서 폐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와 과거 핀란드쇼크를 연상케 했다.

이외에도 비타민과 암에 대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누적돼 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여성건강계획협회(WHI)는 침습성 유방암이 있는 고령 여성이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를 복용하면 유방암 사망률이 3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Breast Cancer Res Treat 2013;141:495-505).

앞서 중국에서는 비타민 E가 간암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고(J Natl Cancer Inst 2012;104:1174-1182), 비타민 B와 오메가3 보충제가 심혈관질환자에서 암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연구도 나왔다(Arch Intern Med 2012;172:540-7). 

 

일관성 없는 결과 의사도 헷갈려

이처럼 비타민 유용성에 대한 일관성 없는 연구 결과는 의사와 소비자를 혼란속에 빠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타민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 검사를 통해 복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년기 암 예방을 위해서라면 먹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심혈관질환나 암 예방을 위해 먹는 환자가 드문 만큼 연구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어떻게 복용해야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며 비타민 복용 혜택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추천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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