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있는 기술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시장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PACS가 처음 도입됐을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많이 반대했지만, PACS 도입에 판독료 인센티브를 주면서 빠르게 옮겨갔다. 이제 그들은 필름 판독이 힘들다고 한다.”

의료계는 물론 기업들의 헬스케어 신산업 열기가 뜨겁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연달아 열린 헬스케어 신산업 세미나에서도 어느 때보다 '소비자 헬스'를 내세운 정보 공유가 이어졌다.

들썩이고 있지만 당장 확대되긴 어렵고, 정책 등 제반여건과 함께 진행돼야 가능하다. 미국도 IT시스템 확대가 급증한 이유는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고,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IT 인센티브 실시로 EMR회사가 수천개 생겼기 때문이다.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정지훈 소장은 “미국은 1차의료 게이트키핑 역할의 과반수 이상을 스마트폰 앱이 담당한다는 발표결과가 나왔다”며 “환자들이 어설픈 정보를 맹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놓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전통적인 산업은 내리막길이지만 새로운 산업은 떠오르고 있다. 검사가격의 마지노선인 100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유전자검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7000~8000개 의료기관이 무료로 클라우드 EMR을 사용하게 만든 회사는 별도의 연구개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격전지는 웨어러블 기기다. 손목밴드, 안경 등을 착용하고 건강관리를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이마트, 월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다.

정 소장은 “질병에 따라 접근하는 패러다임을 달리해 끊임없는 혁신이 탄생하고 있다”며 "병원에서의 서비스는 빨리 바뀔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헬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의료법과 상관없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곳이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 데이터 양 아닌 분석이 관건

‘빅데이터’도 중요한 신산업으로 꼽혔다. 당장 데이터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이용할지가 관건이다.

가톨릭의대 최인영 교수는 “EMR 등을 통해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임상 연구에서 질환 위험, 건강관리, 약물처방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와 MD앤더슨에서는 IBM왓슨을 이용해 진료를 지원한다. 암 분야 60만건 이상의 정보, 42개 의학전문 저널, 200만장의 의료관련 판결을 익히고 150만명의 암환자의 기록이 저장돼있다.

또한 FDA는 약물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약물안전시스템을 도입했다. EMR, 보험자료, 환자 등록 자료 등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에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하버드대학을 중심으로 27개기관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의료에서의 빅데이터 소스는 기존 EMR 데이터와 공단의 검진정보, 유전자 정보 등으로 가능하다”며 “의료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고 해서 곧바로 임상에 적용되지 않고, 진료 현장에서 인정이 되는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다만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EMR을 이용해 특정한 진단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인플루엔자, 호흡기계 질환, 전염병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데이터를 빨리 수렴해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병원 중 5개 병원이 동일한 EMR을 사용하고 있고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하고 있다. 환자수만 해도 수십만명에 달하는데,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센서, 즉각적이고 편리한 검사 가능

‘바이오센서’는 우리 몸에 바로 갖다 대기만 함면 즉각적인 검사가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유전자, 암세포, 환경호르몬 등 특정 물질의 존재여부를 감지할 수 있으며, 질병 진단과 신속한 진료를 가능하게 하면서 새로운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대 차미선 교수는 “바이오센서는 가정에서의 간편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 것이 최대 이점”이라며 “고가의 의료비용이 소요되고 환자 접근이 쉽지 않으며 시간도 많이 걸리는 기존 검사의 한계점을 개선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센서는 혈당기 시장이 가장 크고 혈압, 감염, 임신 등 개인의 실시간 건강진단에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눈물 한 방울로 혈당을 진단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이오센서는 작은 신호로 읽혀진 다음 큰 형태의 신호로 증폭시킨다. 또한 스마트폰 등 언제 어디서나 획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는 “스마트폰, 스마트기기들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개인이 센서에서 측정값을 확인해 전문의에게 전송, 진단 형태의 의료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며 “소형화, 조기진단이 가능한 이점을 토대로 임상적 유효성을 갖는 검사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통신사는 스마트기기 활용 건강관리 눈독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에 연결된 각종 진단기기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김태평 부장은 “유전, 가족력, 흡연, 비만, 음주 등 개개인의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심전도,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다”며 “또한 병원에서는 태블릿PC에서 환자정보를 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앞에서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유전자, 건강관리 등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다. 기존 의학이 소비자들의 니즈와 만나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향후에는 건강관리회사를 중심으로 일반인 대상 서비스 확대 여부에 따라 경쟁력을 달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장은 “차기 성장동력으로 식량, 에너지, 의료 등 3가지가 꼽히고 있다. 끊임없이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는 만큼 의료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은 앤젤투자, 벤처투자자가 있고 M&A가 일어나면서 기술이 투자를 받고 혁신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M&A가 흔하지 않고 국산 기술에 인색한 경향이 있지만, 분명 잠재적인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웨어러블기기는 단순히 건강관리 기능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능에 디자인을 더한 제품이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태진 매니저는 “퓨엘밴드, 핏빗, 플렉스 등 디스플레이없이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동기화하면서 전용 앱을 제공하는 웨어러블기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며 "걸음수, 칼로리, 수면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컴퓨터가 우리 몸에 한결 가까워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웨어러블기기와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관리의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경, 시계 등 기기를 작동하면서도 두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며, 앞으로 무엇을 더 가능하게 할지는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그는 “웨어러블기기는 초기시장을 형성하는 단계로 얼마나 확대될지 아직 가늠할 수 없다. 패션아이템으로의 시동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하나의 패션소품으로 시작해 다양한 건강관리 기능으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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