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기 재정관리실장, “흑자 4조원대지만 '수가' 일괄 인상은 불가능”

저수가체제에 대해 의료계 뿐 아니라 정부 국회 여야 모두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김종대 이사장은 공식석상에서 36년간 지속해온 '저수가-저부담' 건강보험체계를 '적정수가-적정부담'으로 바꿔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같은 의-국-정간 공감대 형성에 이어 지난 3분기 건보 재정 누적흑자가 4조원을 돌파하면서, 의료계는 오는 5월 수가협상에서 큰 폭의 인상률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 중이다.

하지만 수가협상단에 참여 중이면서 공단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조준기 재정관리실장은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계속되는 흑자에도 건보 재정은 늘 불안하고 유동적이며, 누적흑자분은 진료비 수일 분으로 충당될 정도로 적다는 게 그가 NO를 외치는 이유다.

더욱이 현재 수가계약 구조상의 어느 병원에게는 '저수가'일지 몰라도, 몇몇 병원이나 몇몇 진료과목에서는 지금의 수가가 '적정 수가' 또는 '고수가'라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만약 현재 의료계에서 올려달라는 수준으로 수가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 빅5 병원에서만 진료를 보더라도 건보재정은 거덜나게 된다”면서 “특히 수도권, 몇몇 대형병원들은 지금의 수가가 결코 저수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어려운 지방 중소병원, 동네의원 등을 키우고, 죽어가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일부 진료과목을 살려야 하는데 동의하면서, "이를 위해서 수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수가계약 구조에서는 부분적으로만 수가를 올려줄 수 없기 때문에, 지역별, 과별로 세분화한 계약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소속 연구원들이 이것을 연구해서 제시하거나, 공단 연구원과 같이 이를 연구하면 충분히 연구결과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면서 “협회 내 잇속 챙기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부 갈등이나 입김 탓인지 수년째 말만 나올 뿐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건보 재정의 이례적인 4조원대 흑자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큰 폭의 수가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병의원이 망하고 있는데 건보만 흑자로 배불린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면서 “수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차등화 정책부터 고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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