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모 개원의협 정책이사는 의료계와 반대되는 주장 피력

"공단이 미래의 건강보험 재정 추계에서 보험료율 등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건보재정이 문제될 것처럼 발표해 국민을 겁주고 있다."
20일 열린 '건강보험 재정 흑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백진주 보험정책과 사무관이 공단의 주제발표에 이같은 지적을 제기했다.
이날 건보공단 정책연구원 현경래 부연구위원은 공단의 재정 흑자의 원인 분석, 향후 전망, 이해당사자간의 흑자분 사용 주장 등을 발표했다.
우선 건보재정의 흑자 요인으로 △직장가입자 보수월액 증가 △입내원일수 및 실수진자수 감소(병의원 이용 감소) △영상검사 수가의 재인하 △약가 인하 등을 꼽았다.

현재 공단의 당기흑자는 3~4조원 가량이고, 누적흑자분은 8조원으로 총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 부연구위원장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 부채충당금이나 현금 외 재정 부분을 제외하면 누적흑자는 3조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즉 아직 요양기관에 지급하지 못해 공단 재정에 남아있는 5조원을 제하면 누적흑자는 총 3조원으로, 이는 1달의 보험급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부연구위원은 "이 부분을 당장 정부 의견대로 복지 재정에 투입하거나 의료계 주장처럼 수가 인상 등에 써서는 안 되며, 경제불황이나 전염병, 태풍, 지진 등 예기치못한 비상사태에 대비해 적립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법상 공단의 법적준비금 적립률은 5~50%까지로 규정돼 있는데, 현 부연구위원은 "3조원은 법적준비금의 적립률의 10%에도 못미치므로, 적어도 50%인 15조원의 흑자분을 보유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공단에 묶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급증으로, 흑자를 비축하지 않으면 건보 재정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은 건보료 총 수입이 더 높지만, 현행 건보료를 유지했을 때 고령사회인 2017년에는 건강보험 재정의 총수입과 총지출이 비슷해지며 흑자분이 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욱이 초고령사회인 2026년[그래프 참고]에 접어들게 되면 △급여비의 절반 이상이 노인의료비로 사용되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급여비 비중 역시 42%를 차지, 또 △보장성 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지출분 등을 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현격한 차이를 보여 결국 '건보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제에 복지부는 탐탁지 않은 모양새였다.
복지부 백 사무관은 "총 지출 증가분에는 자연증가, 수가인상, 진료비 상승 등을 넣어 어느 정도 맞지만, 총 수익부분에서는 자연증가, 보수월액 증가, 소득증가만 넣었을 뿐 '보험료율'을 제외시켰다"면서 "현재의 보험료 인상률 추세를 반영한다며 그래프는 역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20~30년후에는 건보 재정이 파탄날 것처럼 발표를 해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면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정확한 추계를 통한 발표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건보공단 측이 "건보 재정흑자를 적립금으로 비축하자"는 의견을 보인 것과 달리 복지부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국민에게 부담을 절감하는 것인지를 연구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보였다.
이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더 높게 책정할 것'인지, 아니면 '누적 적립금을 사용해서 보험료의 인상률을 절감할 것'인지를 연구해, 보다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누적적립금 사용이든 보험료율 인상이든, 어느 한 쪽이 아닌 두 가지 안을 적절히 섞어 효율적인 안을 채택하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흑자가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정지을 수 없다는 데 공단과 뜻을 같이했다.
백 사무관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또 정부의 재정지출 절감 노력, 계절성 질환의 감소, 국민 건강관리 수준의 향상 등으로 건보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재원의 다원화 등 외국의 건보재정 안정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또한 약가인하 등 지출의 효율화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면서 "이외에도 질평가 가감지급, 의료기관 체계 정립, 의료자원관리 체계화 등으로 새는 지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급자측의 유일한 토론자로 나선 대한개원의협의회 유승모 정책이사(前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누적흑자분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면서 그간 의료계의 주장과는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의료계에서는 공단의 11조원에 달하는 흑자에 대해 "보장성 강화나 국민 의료비 절감을 위해 의료계가 희생하면서 벌어들인 돈"이라면서 "비현실적인 수가를 적정한 수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 이사는 이같은 의견과 달리 공단의 재정관리실이나 공단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등과 뜻을 같이 하면서, "건보 재정이 보다 안정화된 후에 사용을 논해야지 아직은 이르다"며 "추후 적립금이 충분히 모인다면 3대비급여나 4대중증질환이 아닌 경증환자, 노인환자에 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