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계가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치료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내 학계도 리뷰작업에 돌입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가이드라인은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서 발표한 'An Effective Approach to High Blood Pressure Control'이다. 지난해11월 15일 AHA 공식 저널(온라인판)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이어 지난 12월 16일에는 미국고혈압학회(ASH)와 국제고혈압학회(ISH)가 공동으로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ypertension in the Community'을 내놨고, 이튿날 미국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전세계 심장전문가들이 기다려왔던 JNC8(Joint National Committee 8th)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을 통해 선포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제목은 '2014 Evidence-Based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High Blood Pressure in Adults'이다.

서로 다른 알고리듬 갖지만 유사

미국 가이드라인은 서로 다른 기관에서 발표하면서 부득이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일성을 찾을 수 있다. 나이, 인종, 치료전략(약물)이 그것이다.

우선 대표적인 미국고혈압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JNC8은 60세라는 기준 나이가 들어있다. 이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목표혈압을 150/90mmHg을, 이하면 140/90mmHg으로 제시했다. 또 인종차도 적용했다. 나이로 나눈 후 다시 흑인과 비흑인으로 구별하고 흑인인 경우 이뇨제와 CCB만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당뇨병이 있으면 다시 흑인과 비흑인으로 나눠 각 인종별 치료전략을 쓰게 했고, 당뇨병없이 만성신질환만 있으면 인종에 상관없이 목표혈압은 140/90mmHg으로 하고 초기약제로 ACEI 또는 ARB 약제를 우선 투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베타차단제는 초치료에서 제외했다.

ASH·ISH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역시 60세를 기준으로 치료전략이 나뉜다. 다만 JNC8에서는 없는 1기 고혈압과 2기 고혈압으로 나눠 각각 140~159mmHg/90~99mmHg과 160/100mmHg이상으로 정의한 것이 특징이다. 신질환, 당뇨병, 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 이력 심부전 등의 환자는 특별케이스로 묶었다.

1기 환자의 경우 흑인이면 이뇨제 또는 칼슘길항제를, 비흑인이면 다시 나이로 나눠 60세 이하면 ACEI 또는 ARB를, 그 이상이면 CCB 또는 이뇨제를 권고하고 있다.

2기의 경우는 인종을 나누지 않고 무조건 2제요법을 시작하도록 했으며, 이는 CCB 또는 이뇨제에 ACEI 또는 ARB를 선택하도록 했다. 역시 베타차단제도 초치료 및 병용에서는 권고하지 않지만, 관상동맥증후군이나 심부전이 있는 경우는 ARB 또는 ACEI와 같이 쓸 수 있도록 열어놨다.

반면 AHA·ACC·CDC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나이와 인종에 대한 분류가 없다. 따라서 훨씬 더 간단하다.

ASH·ISH가 정한 1기·2기 단계가 등장하는데 1기의 경우 이뇨제를, 2기의 경우 이뇨제와 ACEI, ARB, CCB 조합 또는 ACEI와 CCB 약물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베타차단제를 당뇨병 동반 고혈압 환자에게도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앞서 두 가이드라인과 다른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자국의 임상을 토대로 가급적 실제 임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상당수 인용한 국내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국내 가이드라인은 미국에는 없는 환자군 분류(12개)가 있고, 당뇨병과 신진환외에도 위험인자 3개이상, 무증상 장기손상 인자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이 중요한 치료전략 구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이에 따른 분류도 없다. 또 우리나라는 베타차단제를 아직까지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앞으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대한고혈압학회 현민수 홍보이사(순천향병원)는 "아직 발표된지 얼마안되서 계속해서 리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적용에 대한 문제는 여러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모아진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교수들은 지금까지 JNC를 상당 부분 참조해왔다는 점에서 아예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미국발 가이드라인이 어떤 형태로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내년 4월에는 일본고혈압학회가 발표하는 2014년 일본고혈압치료 가이드라인 발표가 예정돼 있어 향후 국가별 가이드라인 차이점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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