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이어 적정치 못한 ‘적정성 평가’가 또 논란

지난 10월 약제, 요양병원에 이어 '적정성 평가'가 또다시 "적정치 못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 결과가 발표된 제왕절개분만, 급성심근경색증, 유방암, 대장암 모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치러진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수많은 병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제왕절개분만 평가 ‘불필요’로 뜻 모아져...1월 존폐여부 결정

우선 제왕절개분만 평가에 대해서는 "평가를 위한 평가이며, 행정력 낭비만을 초래한다"는 '불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심평원에서는 지나치게 급증하는 제왕절개분만율을 낮추기 위해 적정성 평가를 실시했다. 거대아, 고혈압성 장애, 조산, 산모연령 등 15가지 위험도 보정 요인 외에 이유 없이 실시하는 제왕절개분만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줄일 수 있는 제왕절개분만을 다 줄인 상태며, 수가도 자연분만일 경우 30% 더 높아 산모가 요구하지 않으면 굳이 제왕절개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처음 실시했던 2001년 당시 국내 제왕절개분만율은 40.5%에 달했고, 2002년 39.3%에 이어 2006년에는 36.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7년 36.3%, 2011년 36.4%로 소폭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6.9%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즉 더이상 평가로써 제왕절개분만율을 줄이는 단계는 지나간 것이다.

더욱이 수술적 항생제 적정성 평가에 이미 제왕절개가 포함돼 이중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올해 진료분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 적정성평가까지 시행되면 겹치는 평가가 많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자연분만 유도는 의료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의료사고 분쟁조정 시 의사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도 커지는 실정이다.

심평원도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비록 내부 의견은 '지속' VS '중단'으로 팽팽히 갈렸지만, 결국 심평원은 중앙평가위원회를 통해 제왕절개분만 적정성평가를 '중단'하는 데 뜻을 모았다.

평가3부 박영미 부장은 "중평위를 통해 제왕절개분만에 대한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 것을 최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면서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복지부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왕절개 평가는 13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다만 평가가 종료되더라도 심평원에서는 '분만현황 정보 공개'는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만약 심평원 모니터링 결과 다시금 불필요한 제왕절개가 증가하는 등 이상징후가 보이면 적정화를 위해 언제라도 재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급성심근경색증 치료 상향평준화로 평가 무의미

제왕절개분만 평가에 이어 바로 다음날 급성심근경색증 치료에 대한 적정성 평가 결과도 공개됐다.

평가 결과, 4개 기관이 하위권으로 삭감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대부분 의료기관이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되면서 100점을 맞아도 2등급으로 전락하는 불상사가 나왔다.

심평원 2013 급성심근경색증 평가 결과에 따르면, 병원도착 후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스텐트 또는 풍선확장술)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61분으로, 적정성 평가를 시작한 지난 2008년(85분)보다 24분 단축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미국심장학회에서 권고하고 있는 90분보다도 30분가량 단축된 것이다. 또한 입원 30일 내 사망률은 7.0%로 작년대비 0.7%p 감소했다. 이는 한 해 동안 379명의 생명을 구한 효과다.

평가부 관계자는 "너무 상향평준화돼서 잘못한 기관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오히려 100점이 넘어도 상대평가기 때문에 2등급으로 넘어가는 병원들이 있어 안타까울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번 평가 결과 공개 때 일부 병의원들은 공개 등급이 조정되기도 했다. 심평원에서도 급성심근경색증 적정성 평가가 더이상 필요없는 평가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는 이미 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한 지표가 잘못됐고, 만약 이 지표들을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이미 지나칠 정도로 상향 평준화돼 있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 교수는 "적정성 평가를 통해 진료 수준이 높아진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PCI까지 걸리는 소요시간 등 평가 지표 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데다가, 평가 결과와 연계해 삭감지급까지 이뤄지니 병의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해서 얻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만약 통상적인 기준으로 적정성 평가를 한다면, 이미 대부분 기관이 1등급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증도 보정도 원인 분석이 정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심평원은 앞으로 급성심근경색증 단독 평가를 허혈성심질환으로 통합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현재 허혈성심질환 사망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조치다.

허혈성심질환 적정성 평가 영역에는 급성심근경색증을 비롯해 관상동맥우회술,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등이 모두 평가된다. 이는 올해 7월 진료분부터는 시범평가가 이뤄지며, 오는 2015년 1월 진료분부터는 본 평가가 진행된다.

암 치료 전문인력 구성조건, 대형병원도 가까스로

'암'에 대한 적정성 평가는 지적이 계속되도 그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유방암 치료 성적이 올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평가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점수가 높았으나, 병의원의 점수가 현저하게 낮았다. 대장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실제 유방암 적정성 평가 중 구조지표에서는 외과, 혈액종양내과, 병리과, 방사선 종양학과 등 4개과 전문인력 구성 여부를 묻는데, 이는 71.9%로 전체 지표 중 가장 낮은 지표 충족률을 보였다.

대장암 구조지표 역시 외과, 혈액종양내과, 병리과 등 3개 과의 '전문인력 구성 여부'를 평가하는데, 충족률이 65.9%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평가(67.0%)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3~4개과의 전문의를 갖추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물론 일부 중소병원에서도 충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전문인력 충족률'을 묻는 지표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병의원 관계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맞추기 힘든 구성"이라고 지적했고, 해당 지표를 만드는 데 관여했던 대학병원 교수 역시 "암치료에 대해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려는 부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빅10에 드는 큰 병원도 겨우 인원을 맞출 정도로 까다롭게 구성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몇몇 병의원들의 편의 때문에 '환자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급여평가실 관계자는 "이미 전문가들 의견을 받아 구성된 지표일 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 필수인력 충족은 필요한 부분"이라며 "중소병원, 의원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요양기관 편의에 맞춰 지표를 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 같은 지표는 앞으로 이어질 간암 적정성 평가에도 포함이 돼 있다.

이외에도 치료 방법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받는 부분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암 치료 특성상 수술 후 방사선이나 항암제요법, 고주파치료 등 의사의 경험마다 다른 방식을 고집하는 데 지표가 지나치게 획일화돼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부문에서도 사람마다 회복 기간도, 상태도 모두 다른데, 단순히 빠른 정도나 사망률이 적은 것만 보고 '회복이 잘됐다'고 점수를 주는 방식도 잘못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지표에 대해서는 수차례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라면서 "앞으로 수정계획은 없다.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암 평가에 대해서는 제왕절개나 급성심근경색증 치료처럼 결과에 따라 가감지급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위기관에 대해서만 심평원에서 해당 기관을 방문해 질 향상을 위한 교육활동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0월 공개된 약제 적정성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른 바 있다. 정말 사용해야 할 환자군까지도 사용치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왕절개분만'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중단을 검토하는 제왕절개 평가와 달리, 약제 적정성 평가는 지표연동관리제와 연계해서 하위기관들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가감지급을 시행하는 등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요양기관 평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법적 다툼이 있었더라도 그 부분만 수정해서 계속 평가를 이어가고, 또 가감지급 사업도 연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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