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윤석준 연구소장 인터뷰

"앞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보건복지부에 실시간으로 의료행위, 질병패턴 등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또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 정부 현안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겠지요."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가 지난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에 취임했다. 윤 소장은 앞으로 3년간 연구소를 이끌 때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제3자의 관점으로 심평원을 지켜봤을 때 "직원들이 매우 정직하고 성실하며, 근면함이 돋보였지만 '자료의 활용'이나 '창의성' 등이 상당히 부족한 점이 아쉬웠었다"고 운을 뗐다.

실제 현장에 오니 이 부분이 생각보다 매우 큰 문제임을 실감했다며, '자료의 창의적인 활용'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혔다.

윤 소장은 "기초적인 자료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의 정책 예측을 돕는 등 연구 지원에 힘을 쏟는 한편 방대하게 쌓여있는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무엇을 만들지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앞으론 세종시로 이전하는 복지부를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 빅데이터를 통해 수시로 의료패턴, 질병패턴 등을 분단위로 뽑아 원격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이로써 회의를 위해 서울~세종시를 오가는 부담도 덜도 공무원들이 쉽고 빠르게 의료경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시간 통계 가공 및 전송은 정부에 국한시키지 않을 전망이다. 추후 관련 산업계나 국민까지도 이런 빅데이터들을 필요에 따라 접근이 가능하도록 마련할 계획이기 때문. 만약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미리 어떤 질병이 많아지고 또 어떤 약제가 없는지 등을 보고 분석한다면, 사각지대를 찾아내기도 쉽고 중복 개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대한 연구 지원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교수였을땐 3대 비급여의 급여에 대해 복지부와 방향은 서로 같았지만 온도차가 존재해 어느 정도의 갈등이 있었다"면서도, "이제 연구소장으로서 정부에 기초연구를 지원하면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올바르고 빠르게 정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간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서, 교육자로서 쌓아온 경험과 통찰력 등을 토대로 '의미있게' 자료를 끄집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심평원 빅데이터로 맵핑작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실례로 미국 CDC에서 비만율 변화를 수치 대신 그래프로 보여주는 방식이 있다. 그는 "심평원은 그동안 자료를 지나치게 단편적으로만 접근했다"면서 "시계열적인 분석 방법을 도입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자료가 시각화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정책 시행에도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간 대학교수로서 '지역별 총량제' '의료자원 관리' 등을 중시해왔는데, 이역시도 '빅데이터'를 통해 획기적인 관리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평원이 의료자원을 돌보는 역할을 상당히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병상을 규제하고, CT, MRI 등 의료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빅데이터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장으로서 앞으로의 업무에 대한 확신과 기대로 가득찼지만, 그는 소장직을 맡으면서 한 가지 문제가 하나 생겼다.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익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전문가로서의 의견만 개진할 것이다. 만약 심평원 일원으로서 조직논리에 매몰된 발언을 한다면 더이상 활동은 할 수 없게 된다"면서 "몸 담은 기관을 배제하고 개인적인 입장으로만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으로 3년. 연구소장으로 해야 할 일들은 방대했지만, 윤 교수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는 "1차 목표는 재미 있고, 보람찬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일에 영혼이 실리고 신나게 하다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 많은 일들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연구소장의 몫"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