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환자참여와 환자안전


흔히들 미래의학을 '4P Medicine'으로 표현한다. 맞춤의료 (Personalized Medicine), 예측의료 (Predictive Medicine), 예방의료 (Preventive Medicine), 참여의료 (Participatory Medicine) 등이다.

이들은 현 의료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환자들 각각에게 적합한 의료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이런 의료서비스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미국의료정보학회 기조강연은 'ePatient Dave' 강연으로 잘 알려진 Dave deBronkart라는 환자가 맡았다. 유명한 의료정보학자나 정부관료 혹은 의료정보업계의 거장이 담당하던 기조강연을 환자가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강연이 끝나자 2000명이 넘는 청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로 답례를 보냈다.

강연의 주제어는 참여의료, Health2.0, ePatient 등이었다. 그는 "말기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나선 자신의 참여와 환자동호회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에 많은 의료진들이 구글링(Googling)을 하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불편해 하지만 구글링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보고가 없는 반면, 많은 환자가 의료오류로 매년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참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료계에 던지는 의미있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는 '환자참여'를 반-의사 (anti-doctor)가 아니라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환자참여'가 의미있는 결과를 낳기 위해선 동반자인 의료진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아직은 '환자참여'를 위한 의료진의 참여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New England Health Institute (NEHI)의 회장인 Wendy Everett 박사는 지난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있었던 Connected Health 심포지엄에서 환자 가족으로 의료서비스를 경험했던 뼈아픈 경험을 공유했다. 그녀의 남편이 5일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작은 수술을 받는데 6만3580달러 (약 6700만원)의 비용이 청구됐다. 비싼 검사를 시행받으면서도 어느 누구와도 그런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치료에 참여하는데 준비된 환자들을 도울 의료진들의 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에도 환자의 참여는 강조되고 있다. '환자안전을 위해 가장 덜 사용되고 있는 자원인 환자를 참여시켜라'는 조언을 실행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의료진들이 미처 거르지 못한 오류를 마지막에 환자나 가족이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제공,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개인건강기록이나 모바일 헬스 앱 등도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데 환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참석한 한 학술행사에서는 실제 병원관련 감염 생존자가 초청을 받아 그들의 경험과 요구를 청중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몇몇 병원들은 실제 의료오류의 피해자를 초청,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환자를 치료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직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환자의 참여가 가져올 많은 긍정적인 측면과 환자 건강의 주체가 환자 자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환자참여'는 의료서비스의 원칙으로 보인다. '환자참여'는 환자안전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아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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