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C·ACG·AHA 합의 권고안



미국 순환기·소화기 학계가 항혈소판요법의 위장관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프로톤펌프억제제(PPI)의 사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심장학회(ACC)·미국위장관학회(ACG)·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10년 JACC 2010;56:2051-2066에 두 약물의 병용에 관한 전문가 합의성명을 발표,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ACC·ACG·AHA 항혈소판제와 PPI 병용에 관한 전문가 합의성명’ 제목의 권고안은 두 약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다수의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서 두 약물의 병용이 부작용 위험 극복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반면,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따른 PPI 병용의 선택을 권고해 전반적이고 일괄적인 적용에는 선을 그었다.

항혈소판제 효과
항혈소판제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성명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에서 항혈소판요법의 잠재적 혜택이 지난 20년간 충분히 입증돼 왔다”며 특히 티에노파이리딘계(thienopyridines) 약물의 스텐트혈전증 예방효과를 강조했다.

‘출혈 부작용’ 아킬레스건
하지만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항혈소판요법도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두고 두고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출혈 부작용이다. 성명에 따르면, 항혈소판제는 상부 및 하부위장관에서 점막과 관련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혜택 대비 위험에 근거해 사용해야 한다. 또 환자에 따라 위험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병력이나 임상특성 등이 선택에 고려돼야 한다.

구원투수 PPI 제제
ACC·ACG·AHA는 지난 2008년 이같은 출혈 위험에서 환자를 구할 구원투수로 PPI의 사용을 권고했다. 항혈소판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상부위장관 출혈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에 PPI의 사용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로써 항혈소판요법의 출혈 위험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병용시 상호작용으로 항혈소판 효과 감소 나타나
하지만 불펜진에서 새로운 문제가 노출됐다. 2008년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로 티에노파이리딘계 항혈소판제와 PPI 간 약물 상호작용의 잠재적 부작용 위험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항혈소판제의 위장관 출혈위험을 막는데는 기여했지만, 상호작용으로 인해 항혈소판 효과를 줄이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두 약물의 상호작용으로는 PPI가 클로피도그렐과 관련된 CYP2C19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항혈소판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두 약물 간의 상호작용 결과를 검증한 유일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보고됐다. COGENT 연구에 따르면, 클로피도그렐과 오메프라졸의 고정용량 병용요법이 클로피도그렐 단독과 비교해 심혈관사건 빈도를 더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된 정보의 홍수와 임상현장의 혼란
성명은 “항혈소판제와 PPI의 상호작용에 대한 상반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사들이 적절한 약물전략을 선택하기가 힘들다”며 새로운 권고의 배경을 밝혔다. 즉 이번 합의성명의 목적은 “최근의 관련 근거들을 검토해 임상현장에 적합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2010년 위장관 출혈 극복전략
성명은 항혈소판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이미 상부위장관 출혈 경험이 있는 경우를 재발위험이 가장 높은 그룹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고령, 항응고제·스테로이드·NSAID 사용,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 여타 위험인자를 추가했다. 즉, 상부위장관 출혈 병력을 비롯해 다수의 위험인자를 보유한 환자들에게 항혈소판제 투여시 PPI의 사용을 권고한 것이다.

COGENT 연구
이러한 권고에는 COGENT 연구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 연구는 당시까지 항혈소판제와 PPI의 상호작용 및 상부위장관 출혈위험을 검증한 유일한 RCT라는 점에서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결과는 이중항혈소판요법에 오메프라졸을 추가한 그룹의 심혈관사건이 이중항혈소판요법군과 비교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장관 부작용 위험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특성 따른 맞춤형 선택
반면, 성명은 상부위장관 출혈위험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예방요법의 혜택이 적다며 PPI를 권고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티에노파이리딘계 항혈소판제와 PPI 병용을 임상적으로 결정하는데 있어 환자의 심혈관 및 위장관 합병증 위험을 모두 고려해 전반적인 혜택과 위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환자의 병력이나 임상적 특성에 근거해 PPI 선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혈소판분석, 선택기준으로 확립안돼
특히 성명은 “유전자검사나 혈소판반응검사 등 혈소판분석법이 임상에서 PPI와 항혈소판제의 상호작용이나 이로 인한 PPI 선택의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현단계에서 환자의 특성에 따른 PPI와 항혈소판제 병용의 선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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