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렴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심평원은 '의사'를 지목한 반면 의사들은 '뇌물수수'를 지적하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최근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는 '청렴도'와 관련된 질의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기관, 기관장 평가는 물론 청렴도 평가에서도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심평원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2010년 기관평가 B등급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기관·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C등급'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도 3년 동안 빠짐 없이 최하점인 5등급, 즉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양 의원은 "심평원의 기관·기관장 평가 점수가 3년 연속 개선되지 못한 채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심평원의 리더십 부재, 경영성과 저조, 경영시스템의 저조, 원만하지 못한 노사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국민신뢰를 쌓아야 할 기관이 오히려 청렴도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에서는 '직원들은 충분히 청렴하나, 의사들의 보복성 평가 탓'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때와 마찬가지로 “민원인인 의사들이 외부평가를 하면서 점수가 오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현지조사를 예를 들어보자”며 “우리가 강압적으로 조사한다고 매번 지적을 당하는데, 그렇다고 웃으면서 하면 조사당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심평원 업무 자체가 의사들이 하는 일에 대해 낱낱이 심사를 하고 잘못된 점을 꼬투리잡는 것은 물론 그러한 행위에 대해 삭감을 하는 일”이라며 “의사들에게 이미지가 나쁠 수밖에 없는 업무를 하는 기관의 청렴도를 의사들에게 물으면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부의 청렴도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며 “앞으로 의사들과의 신뢰 회복 등 외부평가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심평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잇따랐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국감 자료분석을 통해 “업무 특성상 부정적인 일로 국민과 접하는 사례가 많아 청렴도 평가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점수를 보면 외부평가 보다 직원이 직접하는 내부평가의 하락률이 더 큰 폭”이라고 꼬집었다.

즉 의사들이 주는 점수는 비슷한데, 직원들이 부패한 정도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조직 내 문화와 제도, 인사 업무 및 업무 지시의 공정성 등을 평가하는 내부청렴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심평원 자체의 문제”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민 의원 역시 심평원이 2년 연속 준정부기관 중 청렴도 꼴지를 한 점 뿐만 아니라 부패사건 발생현황과 신뢰도 저해행위에 대한 평가도 73개 기관 중 2번째로 높은 수준임을 비판했다.

지난해 반부패 경쟁력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심평원은 '청렴의식 문화개선' 항목을 제외한 모든 평가 항목에서 준정부기관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반부패 인프라' '부패유발 요인 제거' '부패방지 성과' 등에서는 평균점수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역시 “심평원 직원들의 잘못은 외면한채 원인을 모두 의사들의 적개심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느 정도 평가에 의사들의 반감이 포함은 됐겠지만 기관 직원들의 부적절행태가 심각한 점이 부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뇌물과 금품수수가 오고 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뇌물이나 접대 등을 감시하는 본원 감사실 직원들이 종합감사 당시 대전지원에 감사를 가서 향응을 수수한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 2011년 국감에서 청렴도를 지적받았음에도 그 이후 직무관련 향응 수수자가 적발된 사람만 11명에 달했고, 이에 또다시 2012년, 2013년 모두 '청렴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개선은 열심히..다만 지시받았던 징계부과금제도는 도입 안해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심평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청렴도 낙제점을 면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들을 실천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사실은 수차례 평균 미달의 결과를 받아들고 '와신상담' 중이다. 이들은 청렴도 향상을 위해 △부패방지 예방을 위한 학습동아리 운영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추진 △반부패 자율시책 및 청렴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청렴 마일리지제 운영 △청렴 매니저 운영 및 청렴 소식지 발간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심평원은 올해 1월부터 청렴도향상추진팀을 구성, 운영 중이다. 이 팀에는 상임감사가 위원장으로, 감사실 직원과 외부 유관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박병옥 상임감사를 위원장으로 하며, 심평원 1급 직원 7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한국제약협회·소비자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외부인사 4명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들은 2년의 임기 동안 심사평가원의 반부패·청렴활동 추진방향 및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활동을 평가하는 등 심평원의 청렴도 향상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심평원 감사 규정을 개정, 상임감사의 업무에 방만경영 예방활동과 공인신고자 등의 보호의무를 추가했으며 상임감사 또는 감사실장이 인사징계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외부인사가 감사실 직원들을 감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됐으며, 상임감사는 감사실 직원 중 부패방지 및 청렴업무의 전담직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청렴도 향상 등에 기여한 우수 직원에 대해서는 우수·모범 직원 표창 추천 등 우대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이번 개정을 통해 상임감사의 역할 강화와 감사부서의 독립성, 전문성을 제고한 것이다.

원장의 의지도 컸다. 강윤구 심평원장은 국감 현장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료비 심사가 중요한 역할이므로 국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한다”고 인정하면서, "평가에 있어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심평원은 평가부분 중 투명성에 가장 집중하면서, “올해부터 심사사례를 대폭 공개하는 등 여러 모로 개선 중이어서 2013년도의 평가는 좋게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한편 심평원은 금품수수, 향응 등 적발시 부적절한 금액의 5배 이상을 징계부과금으로 내는 징계부과금제도는 정부나 공무원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법제화 돼 있어 도입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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