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지 않는 점수..."형사비리·금품수수 심각...의사 핑계 그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낮은 청렴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간 심평원은 의사들의 악의적인 민원'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으며, 실제로는 내부 직원들의 금품 수수 및 부패사건 연루, 형사비리 등이 감점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청렴도 조사 결과를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등급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등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등급을 받았다.

2014년 전체 640개 공공기관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7.78점으로, 전년 7.86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번 청렴도는 내·외부 청렴도 및 고객평가 설문결과를 비롯해 부패사건, 신뢰도 저해행위 등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먼저 중앙행정기관(Ⅰ유형)에 속하는 복지부는 종합청렴도 및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 등을 합산한 결과 7.75점을 받아 2등급을 차지했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은 복지부와 달리, 공직유관단체유형으로 등급이 다소 다르게 책정됐다. 건보공단은 외부 청렴도 8.87점, 내부 청렴도 8.68점으로 전년대비 모두 소폭 상승했고, 정책고객평가부분은 7.02점(4등급)으로 다소 낮은 상태였다.

심평원은 외부 8.08점으로 3등급, 내부 8.23점으로 4등급을 받았고, 정책고객 평가는 3등급을 맞아 평균 4등급에 머물렀다.

이는 그간 심평원에서 "의사들의 불만 민원과 악의적인 설문조사 때문에 점수가 낮았다"고 해명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내부 직원들이 평가한 '내부 청렴도'가 가장 낮은 것을 감안했을 때, 조직 내 금품수수, 형사비리 등 부패사건이 많은 것이 낮은 등급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내부 청렴도는 △조직 내 부패행위 관행화 정도, 부패 방지제도 운영의 실효성 정도를 묻는 청렴문화지수와, △인사, 예산집행, 업무지시 등에 있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했는지를 보는 업무청렴지수 등을 묻는다.

또한 부패 공직자 징계지수, 임직원의 부패사건 지수 등을 감점요인으로 하기 때문에 평균을 깎아 먹은 내부청렴도 등급이 심평원의 낮은 청렴도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실제 심평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낮은 청렴도와 매년 반복되는 형사비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도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부분도 언급된 바 있다.
 

▲ 심평원 직원 범죄사실 현황(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심평원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평가를 하는 기관이라서 다른 기관들에 비해 청렴도가 저평가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매년 임직원 징계가 발생하고, 경찰 및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직접 수사대상에 오른 직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청렴도가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평원은 지난 10월 직원들과 함께 반부패·청렴 실천 결의식을 진행했음에도, 같은 달 직원 3명이 직무관련자인 A의료재단 이사장으로부터 골프 및 식사 등을 접대받았다.

앞서 올해 1월에도 부산광역시에서 재사용이 금지된 '카테터'를 신품처럼 꾸며 요양급여를 조작한 일당이 적발됐는데, 놀랍게도 심평원 직원이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심평원은 요양기관 현지확인에서 향응 제공받거나 요양기관으로부터 명품가방이나 현금 뭉치 등 금품을 수수한 사례도 많았고, 용역업체로 부터 뇌물을 수수받은 사례, 퇴직금 중간정산에서 부당을 저지른 사례 등 수많은 청렴도 저해 사건이 발생했다.

근무 태만도 심각한 실정이다. 주중엔 심평원에서 일했지만 주말에는 고액의 강사로 '투잡'을 뛴 직원이 얼마 전 내부 고발에 의해 적발됐고, 휴가계도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해외에 간 직원도 있었다.

끊임 없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만, 감사실의 감사가 부실하고 처분이 '경고' 등으로 그쳐 비슷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몇몇 내부 직원들이 이를 규탄하고 있지만, 윗선에서 바뀌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를 보면서 "의사민원 때문에 청렴도가 낮다고 푸념을 늘어놨지만, 이번 결과를 보니 거짓 해명이었다. 이처럼 청렴도가 낮은 기관이 요양기관을 청렴도를 심사, 평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심평원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청렴한 모습을 보여야 의료행위 심사나 적정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을 때 수긍이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