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임 수 교수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병태를 보면, 높은 중성지방(TG)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HDL-C)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됐던 LDL 콜레스테롤(LDL-C)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전반적인 이상지질혈증 병태가 서양을 따라가고 있는 추세다. 높아지는 LDL-C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따라 증가할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질조절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공포의 3중주 위협에 놓여 있다. 높은 LDL-C와 TG에 이어 낮은 HDL-C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볼 적수가 없다. 현단계에서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은 전통적인 특성과 서구화의 결과가 혼재되면서 지질이상의 병태를 구성하는 모든 요인들을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치료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전통적으로 고TG와 저HDL-C의 병태가 서양에 비해 높은 반면, LDL-C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 양상이 계속 유지되는 상태에서 LDL-C 수치도 서양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 4년간 LDL-C 수치가 35%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전략 역시 보다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수 교수는 높은 LDL-C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생활요법과 동시에 초기에 스타틴 집중요법을 적용하는 등 치료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TG나 낮은 HDL-C 병태와 관련해서도 타깃 환자군이나 용량 등을 적절히 설정해 충분한 지질조절 효과를 담보하도록 주문했다.


- 우리나라에서 이상지질혈증의 비중과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시작됐던 1998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료를 요약해 우리나라 인구의 이상지질혈증 패턴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상지질혈증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콜레스테롤혈증,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해당해도 이상지질혈증으로 규정한 경우다. 즉, 우리나라 성인인구 5명 중 3명은 이와 같은 지질이상 병태 중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 LDL-C 수치의 변화도 파악됐나?
지난 12년 사이 계속해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LDL-C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최근 4년 사이에는 증가 폭이 35%에 이를 정도로 상승세가 꾸준한데 이어 이전과 비교해 가파른 곡선이다.

- 우리나라 인구의 LDL-C는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통념 아니었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지질이상의 패턴도 서양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TG는 높고 HDL-C는 낮은 패턴으로 LDL-C가 높은 서양과는 병태생리의 차이를 보여 왔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이로 인해 탄수화물 섭취가 많다보니 TG가 올라가고, 그 영향으로 HDL-C는 낮아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육류 섭취량이 많은 식이의 변화로 LDL-C 수치도 따라서 늘고 있다. 아직은 고TG와 저HDL-C가 지배적이지만, 곧 이 패턴이 고LDL-C 쪽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 이러한 변화의 파급력은 어디에 어느 정도로 미치게 되나?
지질이상 가운데 심혈관질환 위험과 가장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LDL-C다. 때문에 모든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의 치료기준도 LDL-C와 스타틴을 1차적인 타깃과 공략수단으로 삼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질병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순이었으며 이들 사이의 차이도 컸다. 그런데 2010년의 통계를 보면 암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뇌혈관질환이 다소 줄고 심혈관질환은 늘면서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뇌혈관질환(뇌졸중)은 고혈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고혈압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치료율 또한 좋아져서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줄고 있다.
반면, 이상지질혈증이나 당뇨병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혈관질환(심근경색증)은 늘고 있다. LDL-C가 이런 식으로 계속 증가하는 상태에서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만성질환 패턴이 바뀔 수도 있다.

- 적극적인 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가?
고위험군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질조절이 필요하다. 같은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의 지질 상태와 치료 현황을 분석했다. 당뇨병 환자의 80%가 지질이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가이드라인은 이 경우 LDL-C 100mg/dL 미만을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가운데 LDL-C 100mg/dL 미만을 달성한 경우는 60% 대에 머물고 있었다. 여기에 흡연, 낮은 HDL-C, 가족력 등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있으면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돼 LDL-C 70mg/dL 미만으로의 조절이 권고된다.

이 목표치에 도달한 경우는 20%에 그친다. 임상현장에서 이상지질혈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집중치료가 전반적으로 실천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위험군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이와 동시에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에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즉 필요시 초기부터 스타틴계 약물을 처방하고, 타깃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용량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현재 세계적인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그래도 지질이 조절되지 않으면 스타틴을 쓰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생활요법의 순응도 문제를 들어 처음부터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쪽으로 동향이 움직이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좀 더 적극적으로, LDL-C 수치에 관계 없이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을 사용해 기저치의 50%까지 낮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 ‘당뇨병 = 스타틴 투여’라는 공식도 성립되나?
임상의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모두 처방해야 한다는 쪽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쓰자는 쪽이다. 혈당조절이 안되거나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스타틴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혈당이 잘 조절되고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크게 높지 않은 환자에게까지 고용량의 스타틴을 무리해서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 TG가 높고 HDL-C가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의 한계는 없나?
이상지질혈증의 첫번째 치료타깃이 LDL-C이고 스타틴이 1차약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CARDS, 4S 연구 등을 보면 LDL-C를 충분히 낮춘 이후에도 계속해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TG가 높고 HDL-C가 낮은 사람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됐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핵심은 LDL-C를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TG가 높고 HDL-C가 낮으면, 추가적인 약제를 처방해 심혈관질환 발생의 잔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TG나 HDL-C 조절 약제들의 연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TG를 낮추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피브레이트가 있다. FIELD와 ACCORD-Lipid 연구가 대표적인데, 스타틴에 피브레이트를 더했을 때 추가적인 혜택이 없었다. FEILD 연구를 보면, TG가 90mg/dL 이상인 경우도 시험대상에 포함됐다. TG는 200mg/dL 이상이라야 높다고 할 수 있다. ACCORD-Lipid 연구 역시 TG가 200mg/dL 미만인 사람들에게도 피브레이트를 투여했는데, 연구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두 연구팀 모두 이러한 지적에 기반해 TG가 200mg/dL 이상인 그룹을 하위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임상에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용량이 2000mg 정도다. 스타틴에 더해 추가적인 혜택의 입증에 실패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400~500mg 대의 용량을 사용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지질치료제인 CETP 억제제 중에서는 HDL-C를 100% 이상 올리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아나세트라핍이나 에바세트라핍 등이 향후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예방 혜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하면 스타틴 보조약물들이 타깃환자와 용량의 설정을 통해 충분한 지질조절을 이끌어 내면 심혈관질환 혜택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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