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보험으로 한의계 '내분' 또다시 발발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두고 보건복지부-한의계의 의견 대립에 이어, 한의계 내부에서도 첨예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시범사업 시행에 찬성하는 협회원들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TFT'를 꾸리고 사업 즉각 시행을 위해 단식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필건 회장을 비롯한 대한한의사협회 임원진들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2일 한의협 첩약 건보 TFT는 기자회견에서 "약사를 배제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즉각 시행"을 관철하기 위해 안철호 시도지부회장협의회 의장(전북한의사회장), 정경진 TFT부위원장(경기도한의사회장), 박종준 시도지부장협의회 간사(전남한의사회장) 등 3명이 1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서 지난 10월 '3000억원을 투입, 노인과 여성질환에 대한 치료용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현재 한의협 집행부에서는 '반대'를, 시도지부장 등으로 이뤄진 TFT는 '부분적 찬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김정곤 회장이 이끄는 전 집행부는 '첩약 급여화'에 찬성했으나, 한의협 비대위는 이를 반대해왔다. 올해부터는 비대위 출신으로 집행부가 바뀌게 되면서 복지부에 시범사업 금지를 선언하고 전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당사자가 반대하는 제도를 어떻게 시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난감함을 표한 채, 1년이 되도록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식단은 "비록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르지만, 집행부나 TFT 모두 '진단권이 없는 약사를 이번 시범사업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면서 "같은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약사를 배제하려는 이유는 한약 조제약사는 매우 허술한 시험을 통해 자격을 얻은 집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약제조 약사는 국민의 외면을 받아 전체 첩약시장의 2.6%에도 못미치는 한약을 취급하고 있다"며 "약사의 참여는 한방과 양방으로 구분된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약사 배제에 대한 뜻이 같음에도 김필건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TFT와의 소통을 전면 거부한 상태다.

TFT는 "단식투쟁 등을 위해 협회 본부 1층을 점거한 상태지만 회장을 본적이 없다"면서 "김 회장은 회무를 보기 위해 사무실만 들른 뒤 엘레베이터를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빠져 나가는 등 대화회피를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87년 한방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번 시범사업은 매우 획기적인 제도적 변화"라며 "첩약이 공적 보험제도에 포함될 길이 열렸다는 것은 한의계에 다시 오기 힘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계 내부 분란을 잠식하고 시범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임에도, 집행부는 대화를 회피하는 데만 급급하다"면서 "한의계 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집행부가 마음을 열고 화합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국민이 한의약의 폭넓은 혜택을 받고, 직능간의 원활한 재정립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정부에서 조율을 잘 해야 했으나, 이를 미흡하게 처리했다"면서 "늦었지만 정부에서도 이를 조율하고 제도가 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단식 동조 의사를 밝힌 다른 시도지부 회장단들과 일반 회원들도 참여를 조율 중이며, 협상이 진행될때까지 릴레이 방식으로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단식단은 집행부와의 소통 활로 마련은 물론 정부, 국회, 국민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할 방침이며, 일환으로 단식기간 중에는 매일 아침 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첩약 급여화를 주제로 8월말 양승조 의원의 주최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양 의원은 지난 집행부와 '첩약 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논의의 장을 열 예정이었으나 현 집행부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TFT와 손을 잡은 것이다.

양 의원과 TFT은 직능단체장, 시민단체, 소비자 및 환자단체, 관련 전문가 등과 '첩약의 급여화를 통한 한의약의 공공성 확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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