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심평원.”
38세 이지혜 씨는 어머니의 갑상선암 수술을 받을 병원을 검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정보가 너무 많다. 광고를 하는 순서대로인 듯 파워링크도 잔뜩 나왔다. 누가 유명한지 어느 병원이 유명한지 잘 몰랐다. 언론홍보를 많이 한 병원, 블로그 마케팅을 많이 한 병원을 원한 것이 아니다. 정작 궁금한 것은 치료비가 얼마나 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치료를 잘하는 병원과 의사가 궁금한 것이다. 이 씨는 “병원 이용할 때 광고에 의존하지 마세요. 검색 한번으로 공신력있는 병원 정보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라는 심평원의 TV광고가 떠올랐다.

곧바로 심평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검색창에 갑상선암을 쳤다. 수술건수, 수술비, 본인부담금, 검진비급여, 갑상선암 적정성평가 결과 비교가 한 눈에 뜬다.

이 씨는 마음에 드는 병원 3개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일단 진료비가 저렴한 순으로 1등부터 3등까지 나온다. 각 병원의 최대 강점 상품이 소개되고, 나머지 값에 대한 비교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했다. 한시적 특가 상품이나 질 관리 우선 상품 등도 선보였다. 이 씨는 병원 인지도가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질 평가도 높은 수치인 병원을 최종 선택했다.


이처럼 심평원이 내년 3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병원 비교 사이트’의 윤곽이 드러났다. 진료비, 진료실적, 적정성 평가결과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미리 살펴본 연구용역 결과는 ‘에누리닷컴', ‘다나와’ 등과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와 다름없었다. 쇼핑몰에서 물건사듯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넣은 다음 비교 검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비급여 가격비교에 대한 병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전체, 심평원이 실시한 질 평가결과까지 공개한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A개원의는 “빅데이터에 대해 건보공단과 중복사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으니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병원 비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도 않은 상태로 병원 줄세우기에 급급한 결과물에 대해서만 욕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B개원의는 “앞으로 심평원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만드는 병원이 유리할 것”이라며 “적정성평가, 질 평가 등에서 최대한 심평원에 자료 협조를 잘하고, 행정적 처리를 잘하는 곳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도 항생제 처방률, 저가약 처방률 등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진료하고 있는데, 심평원이 하라면 하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진료나 처방, 수술, 모두 영향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C병원 관계자는 “의료는 각 환자 케이스마다 다르고 일률적이지 않다. 현재 포괄수가제도 그저 비용에 한정시키면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 단순히 가격으로 비교한다면 어떻게든 질은 낮고 저렴한 재료 사용에 급급한 의료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을 채용하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봤다. D병원장은 “경력이 없는 스탭을 채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 개개인 중 누구를 만나는지가 중요하지만, 이렇게 되면 의사 고유의 역할은 현저히 줄어든다. 심지어 심평원 기준에만 맞춰 치료하는 동남아 의사와도 차이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평원의 입장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와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의해 반강제적인 실시라는 것. 심지어 국회는 ‘등급매기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최대한 환자들에게 간편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E병원 원장은 “무리한 가격 압박을 하면서 질 낮은 의료로 향하고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가가 낮은데 지나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도산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병원이 병원답게 운영하지 못해 결국 환자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가격비교가 아니라, 광고에 얼룩지지 않은 제대로 된 병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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