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심평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설명회서 병원 관계자들 난감함 토로

"시행 이틀을 남겨두고 설명회를 열면서 유예기간도 없이 진행하는 게 말이 됩니까?"
"개정된 고시대로 검색기능을 홈페이지에 넣으려면 구축 비용이 1억원입니다. 진짜 해야 할까요?"
"병의원들 편하라고 만들어준 송수신시스템 때문에, 종사자들이 두 번 일해야 한다는 거 아십니까?"
 

 심평원 관계자가 병원관계자들에게 비급여 개정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9일 개최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관련 설명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이같이 불만을 늘어놓았다.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를 구체적으로 알려 의료기관의 혼란을 방지하고,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지침을 개정, 내달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개정되는 지침에 따르면, 건강보험 행위 비급여는 물론 약제와 치료재료 비급여를 모두 게시해야 하며, 진단서·진료기록부 사본 등 제증명수수료도 고지해야 한다.

비급여 비용 고지는 병원의 책자, 메뉴판 등 인쇄물이나 비용검색을 전용으로 하는 컴퓨터 등에 해야 하며, 이는 안내데스크, 외래 접수창구, 입원 접수창구 중 1곳 이상에 비치해야 인정된다.

또한 병원의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도 비급여 진료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게시해야 한다. 초기 화면에 배너를 넣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화면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토록 지침을 개정했다.

 

이와 더불어 항목별 나열 방식과 항목명 검색 기능을 함께 제공해야 하며, 비용 기재란에 마우스를 대어야 겨우 비용이 보이는 등 어려운 방식은 피해야 한다.

고지 방법도 표준화됐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고시하면 됐지만, 이제는 고지대상을 행위료, 치료재료대, 약제비, 제증명수수료, 선택진료료 등 5분야로 나누고, 항목명칭과 코드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만약 병원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비급여 진료비를 고지하지 않거나,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게시하지 않은 경우, 또는 고지 및 게시한 금액을 초과해 징수하게 되면 의료법에 의거해 해당 기관은 시정명령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시정명령에 대해 위반 또는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15일 또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다고 지침에 명시됐다.

심평원 건강정보관리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 개정으로 MRI에 대한 질의가 많은데, 여러 곳 시행시 명칭만 잘 적어두면 되고, 조영제를 사용하면 약제비로 표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용목적의 비급여 수술은 최저, 최대비용을 게시하고, 수술방법 등에 따라 나눠서 기재해야 한다"며 "재증명수수료의 경우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발급 건수 높은 것 몇개만 올리면 된다"고 했다.

특히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게 "비급여 진료비 의무 고지 대상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홈페이지 개편, 책자 마련 등은 이미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을 벤치마킹해서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서비스 제공 구축까지 다소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비급여가격에 대해 기준, 선택권이 없던 환자들을 위한 일이므로 따라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홈페이지와 책자에는 8월 1일부터 개정 지침대로 표기가 돼야 하며, 심평원은 오는 10월까지 전국 병원의 정보를 받아 통합적으로 공개한다. 이때 비용이 변경될 경우 반드시 원가, 인력기준, 정책 등 해당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기존에는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엑셀파일을 심평원에 보내야 했는데, 이제는 심평원에서 제작한 '송수신시스템'에 직접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이에 대해 건강정보관리부 곽금주 과장은 "행정업무 간소화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며 "엑셀파일을 따로 보낼 필요 없이 바로 심평원 업무포탈에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병원들 불만·비판 거셌다..."시행 잘 될지 의문"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병원 종사자들의 비판과 불만, 질문이 쏟아졌다. 한 마디로 '멘붕'의 현장이었다.

우선 새로 시행하는 송수신시스템에 대해 '업무 폭탄'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김대욱 사무관과 심평원 배경숙 건강정보관리부장이 병원 관계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업무 간소화가 아니라 업무량을 2배로 늘리는 시스템"이라며 "엑셀과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 탓에 이미 있는 자료를 또다시 적는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엑셀을 만들기 때문에 심평원에 이 파일을 바로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송수신시스템 때문에 엑셀에 있는 자료들을 심평원 포탈에 옮겨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고 성토했다.

개정지침에 따라 코딩을 분류하는 항목이 생기면서, 엑셀 개발 비용도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의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데 1억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B병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분류작업 없이 항목별로만 구분하고 특이사항에 정리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새롭게 분류 구분을 넣어야 한다"며 "항목이 한 두개도 아니다. 이에 따라 엑셀을 개발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비판했다.

C병원 관계자는 "홈페이지 검색 기능이 없는데, 검색기능이 있도록 하려면 1억원이 추가로 든다"며 "보건소에 물어봤더니 안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라고 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이런 곳이 많은데 배 보다 배꼽이 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개정 관련 설명회는 불과 이틀 전에 하면서, 유예기간 없이 바로 제도를 시행하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D관계자는 "당장 내일모레 시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설명회를 열었다. 또 여러가지 질문을 하니 엉뚱한 답변만 늘어놨다"며 "그러면서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바로 의료법에 적용해 지키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제지를 가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이러한 불만과 비판에도 정부는 원칙 고수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김대욱 사무관은 "유예기간은 따로 없다. 또한 송수신시스템도 번거롭겠지만 원래대로 할 것이다. 질문은 많았지만 답변은 '정해진대로 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또 "검색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1억원이나 드는지는 몰랐다"며 "당장 어렵다면 pdf파일이라도 올려두고,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준비해놓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심평원 배경숙 건강정보관리부장은 "병원 불편만 토로하지 말고, 환자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수면 내시경같은 경우 약제만 1만8000여개다. 국민입장에서 생각해서 비교하기 쉽고 보기에도 좋게 만들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오늘 나온 불만이나 민원에 대해 복지부와 추가적으로 검토한 후 병협에 고지하겠다"며 "내달 7일 광주, 12일 대전, 13일 부산 등에서 순회 교육이 있을 예정인데, 바뀐 내용을 이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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