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심평원 홈페이지에 '병원등급' 표기

- 병원간 진료비·서비스·성적 등 줄세우기...민감한 부분 반영
- 심평원 홈페이지 '너무 어렵다'는 지적 시정, “쉽고 빠른 서비스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년 3월부터 자신의 주변 위치와 병명을 지정하면 주변 병원들 5~6개와 해당 병원들의 진료 실적, 진료비, 본인부담금, 병원평가결과 등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가격비교 사이트, 홈쇼핑 등과 같은 방식이 심평원 홈페이지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심평원 건강정보서비스부는 최근 이같은 홈페이지를 구축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소비자 중심으로, 또 쉽고 빠른 비교가 가능한 새 홈페이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승 건강정보서비스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평원 홈페이지의 접근도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여러 의원들로부터 받았다”면서 “일반인들이 보기 쉬우면서도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또 비교하기 용이하도록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우선 최근 3개월간 병원평가·진료정보 관련 홈페이지 개선방안을 위한 컨설팅용역을 실시했다. 대국민 설문(5월7일~16일)을 진행했고, 국회(5월8일), 보건복지부(5월15일) 방문인터뷰, 의사협회 서면 질의 등 관련 기관 의견을 수렴했다.

조사에서는 평가정보나 진료비정보가 없는 병원구분의 노출로 검색조건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상하구조로 이뤄져 한 화면에 검색 조건과 결과를 볼 수 없는 점 △의학적 지식이 부족할 경우 이해가 어려운 점 △최근 관심이 많은 질환에 대한 정보 미흡 △질환에 따른 수술용어의 어려움 △본인부담금 파악이 어렵고, 진료비 단위의 직관성 부족 △불필요한 링크로 정보 혼란 야기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심지어 국회에서는 아예 병원의 등수를 표기하도록 주문했다. 즉, 질환명만 입력하면 병원별로 또 수술별로 총진료비/본인부담금/소재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정보를 제공토록 하라는 것이다.

또한 본래의 뜻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용어를 일상용어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적정성 평가에서 사용 중인 안테나 표시에서 벗어나 '좋음/나쁨' '많다/적다' 등 직접적으로 표현해 달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다나와 등과 같이 병원 간 질이나 서비스, 진료비 등을 비교하는 방식을 담도록 제안했다. 진료비 정보나 비급여 진료비 정보 등 소비자가 가장 알고 싶어할만한 정보들은 아예 메인페이지에 노출시킬 것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도 이에 동의하고, 해당 건의 내용을 적극 수용했다. 또한 수술명을 기준으로 진료비와 입원일수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구분해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등급 뿐 아니라 구체적인 평가 수치도 보여주고, 각 지표에 대한 설명을 풍선도움말 방식으로 구현해줄 것도 당부했다.

심평원은 이러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병원평가, 진료정보, 특수병원 정보제공 등의 공개 방법을 개선, 검색의 편리성과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국내 국가통계포털, 일본이나 영국 NHS 초이스, 미국 뉴욕 스테이트, 헬스그레이드 등의 여러 사이트를 분석, 벤치마킹했다.

개선사항을 반영한 미래모형 화면(시안·사진)을 보면, 네비게이션 기능을 만들어 가능한 클릭을 적게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어려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에는 설명이나 가이드를 제공했고 한 화면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특히, 평가 항목이나 진료비 항목은 탭으로 그룹핑해서 사용자가 필요한 항목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쇼핑몰의 장바구니 기능을 활용해서 병원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세부항목의 비교 기능, 위치기반 서비스, 테마정보 등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환자, 소비자 편의 증대를 내세웠지만, '병원등수 표기'나 '의료용어 대신 일상용어 대체 사용' 등 의료계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을 많이 담고 있다.

의료계는 병원 줄세우기식 가격, 정보 비교는 의료계의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특수성이 매몰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료과목별 적정성 평가도 모자라서 병원 간 진료비 및 질, 서비스 평가 등을 진행하는 데 못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개원의는 “병원마다의 특수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잣대로 병원을 비교하고, 그러한 비교 결과를 대국민적으로 공개한다면 그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역상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경쟁이 안 되는 병원끼리 '등수'매기기 등을 시행한다면 병원 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지적했다.

다른 병원장도 "단순히 줄세우기 경쟁도구로 전락한다면 위험한 시스템"이라며 "만약 정말 정보 제공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의료의 특수성을 모두 반영한 진정한 병원정보 비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