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비 칼날 빼든 정부에 대학병원 속수무책
약품 미지급금·카드수수료·중복검사 규제 등 잇딴 악재
공무원법·사립학교법에 구조조정·급여 조정도 쉽지 않아


정부가 3대 비급여 중 하나인 ‘선택진료비’를 뿌리뽑자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예비사업비인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을 적립하면서 수십억에서 수백억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택진료비 앞에선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과연 선택진료비가 사라지면 대학병원의 재정 상태는 어떻게 될까?

이에 본지는 결산자료를 타병원보다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고 있는 지방 1000병상 상급종합병원인 A대학병원의 2012년 수익과 지출명세서를 살펴봤다. 그 결과, 선택진료비가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외 다수의 위협요인도 도사리고 있었다.

A병원의 전체 수익은 2509억4026만원(만원 단위 반올림)이다. 그중 입원과 외래, 건강검진 등 기타수익을 합한 의료수익은 2239억2745(89.2%)이고, 의료외수익은 97억9324만원(3.9), 장기차입금(부채) 172억(6.9) 등이다. 전체 184억 4294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수익 비중에서 외래수익은 649억276만원, 그중 외래 선택진료비 수익은 5억8173만원이다. 또 입원수익 1487억2055만원 중 입원 선택진료비 수익은 135억1391만원으로 나타났다.

즉, 선택진료비를 모두 합하면 140억9564만원(전문의 208명 중 약80%)이 된다. 이는 전체 수익의 약 5.4%, 의료수익에서 따지면 6.0%에 달하는 금액이다.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선택진료의사가 더 많은 병원일수록 비중은 높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의료수익 103억 414만원에서는 건강검진수익 87억8307만, 수탁검사수익 5470만, 직원급식수익 4억5044만, 제증명료수익 7억9438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료외수익 97억9324만원에서는 의료부대수익 11억4486만(주차장 수익 5억5905만원 등) 등이 포함돼 있고, 이자수익 10억7341만, 임대료수익 7억0096만원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국고보조금수익 25억2720만원을 올렸으며, 여기에는 지역응급의료센터 1억7575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14억9600만, 지역임상시험센터 7억 등으로 구성돼있다. 별도 기부금 5억5474만원도 수익으로 잡혔다.

외국인 수익도 있었다. 입원외국인 수익 15억9615만, 외래 외국인수익5억6848만원으로 합치면, 21억6464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외국인환자 유치 수수료로 이에 18%에 달하는 3억8538만원을 줬다.

전체 비용을 보면, 인건비 비중은 965억5307만원(41.3%)이다. 전체 1865명 중 계약직 294명을 두고 있을 정도로 인건비를 줄였으나, 여전히 비중은 높았다. 이어 재료비 762억4909만(28.4), 관리운영비 299억6575만 (11.2), 의료외비용 18억8435만(0.7) 등을 차지했다.

여기서 또하나 눈에 띄는 비용은 입원수익 청구삭감 조정 -5억7983만, 외래 청구삭감 조정 -2억5383만 등 8억3366만원에 달하는 청구삭감 금액이다. 직원 의료비 감면 혜택도 26억 8182만원에 달했다.

선택진료비 등 사라지면 순이익 184억-64억

선택진료비가 사라질 경우와 여타 위협요인을 반영한 가상 수익을 계산해봤다.

전체 수익에서 선택진료비를 차감하면, 184억4294만원에서 140억9564만원을 빼야 한다. 만약 해당 교수들이 선택진료수당 90억 7189만원을 포기한다면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50억 2375만원이다.

그러나 선택진료비를 100% 수당으로 주지 않고 인건비에 포함시키는 병원도 있는 만큼, 이 부분의 원만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영상수가 인하 재추진과 현재 심평원이 진행 중인 중복검진 연구용역으로 검진수익이 반토막이 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기타수익 103억 414만원도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카드수수료율이 0.5% 상승한 것까지 감안하면 카드 수수료 12억에서 6000만원이 추가로 납입된다. 여기까지 모두 계산하면 수익이 -8억 6477만원이 된다.

A병원의 회계기준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혹시 모를 다른 요인을 발견하기 위해 유사한 규모의 B병원의 명세서를 한번 더 살펴봤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품, 소모품 미지급금(외상 구매) 54억3722만원을 선지급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하나는 의료보상 합의금이다. B병원은 5억원의 합의금을 지출했으며, 이는 병원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까지 다시 계산하면 -64억 6447만원을 기록하게 된다. 처음 수익에서 무려 250억 감소 수치다.

추가적인 위협요인도 얼마든지 있다. 경기침체를 바탕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한 수익 감소와 추가 삭감, 아직 수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월 초음파급여화 시행에 따른 비급여 수익 감소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4대 중증질환과 보호자없는 병원 방침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비용은 물론, 직원들의 인건비, 복리후생비, 직원 진료비 할인까지 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차수당 21억으로 잡힌 비용으로 연차사용을 장려해야 하며, 27억원에 달하는 직원 진료비 감면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A병원은 상급종합병원 탈락이 될만한 경증 질환 확대는 무리수다. 병상당 수익에서 2차와 3차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건강검진, 외국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거나 다른 부대수익을 창출하고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대학병원장은 “대학병원들이 일차의료를 침범하고 환자를 빼앗아 간다는 지적이 있지만, 빅5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대학병원들도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아 비상사태다”며 “연구중심병원 등의 굵직한 현안도 예산이 흩어지고 규제만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수가 인상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선택진료비 수당이 인건비에 포함되고 있고 또 병원마다 규정이 달라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빅5는 무려 600~700억에 이를 만큼 엄청난 사안”이라며 “만약 폐지되더라도 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의거해 함부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노사갈등으로 급여 삭감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경영 효율화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보장성 확대를 위해 상당한 재원을 투입했음에도 비급여 본인부담 총액이 2007년 약 13조4000억원에서 2011년 21조6000억원으로 크게 증가, 보장률이 63%에서 정체됐다고 지적했다. 2009년부터 2011년 동안 법정본인부담률은 21.3%에서 20%로 낮아졌지만, 비급여본인부담률은 13.3%에서 17.3%로 4%p 높아졌다는 것.

이중 치과보철이 3조5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선택진료비가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상급병실료가 1조원에서 1조8000조원으로, 간병비가 9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많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평원 김윤 심사평가연구소장(서울의대 교수)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오히려 병원에 득이 될 수 있다. 진료한 부분에 대해서만 떳떳하게 적정보상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 우수한 질을 제공하는 의사의 진료행위 수가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요양기관 종별가산율과 통합해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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