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업무효율성…“안전 위협받으면 도태”

4. 의료정보기술을 ‘의미있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원동력

의료정보기술은 의사소통을 향상시키고 의사결정을 도와주고 오류를 줄임으로써 환자안전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전자의무기록, 처방전달시스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개인건강기록, 현장진단기술(Point-of-Care Technology) 등이 대표적으로 환자안전 향상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은 1999년 ‘To Err Is Human’ 보고서에서부터 2011년 ‘Health IT and Patient Safety’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환자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료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고 국가 차원에서 의료정보기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표준을 마련함은 물론, 이것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펼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의료정보기술을 발전시키고 확산시키는 정책들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2014년까지 개원의사와 의료기관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이후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의료기관들은 디센티브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은 ‘의미있게 사용(Meaningful Use)’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의미있는 사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환자안전이다.

의료정보기술이 환자안전을 향상시킨다는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에 대한 연구들은 상이한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병원업무가 재난에 가까운 혼란을 겪었다고는 보고가 있고, 상용 처방전달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오류가 크게 늘고 사망률이 3배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경고창이 남발되면서, 의사들이 경고에 무뎌지거나 경고를 회피하면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의료정보기술이 기대와는 정말 다른 것일까?

사실, 서로 다른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나 처방전달시스템을 분석해서 나온 결과들이기 때문에 전체를 묶어서 '좋다', '나쁘다'라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의료정보기술도 전자제품처럼 당연히 질이 높거나 낮은 제품들이 있다.

최근엔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 의료정보기술의 요소와 기능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료정보기술과 관련된 오류에서부터 인간공학적 사용자화면 구성, 사용자 관점의 정보제공, 환자안전을 위한 기능, 임상업무흐름과의 통합성, 정보의 접근성,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의 결과들은 결국 환자안전을 위한 의료정보기술의 자격을 결정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의료정보기술이 비용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정보기술은 환자안전을 위해서라기보단 비용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환자안전이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의 큰 화두로 등장하면서 의료정보기술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환자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다. 환자안전을 위해 새로 도입한 프로그램이 정말 제 역할을 하는지 새로운 오류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그램을 개선해 가야 한다.

환자안전은 의료정보기술을 ‘의미있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의료진은 의미있는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을 돌보고 싶어하고, 환자들은 자신의 안전을 향상시키려는 기술을 활용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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