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료정보학회 김주한 이사장

1. 당신의 유전자 정보, 안녕하십니까?

2. DNA 일부 표지만 있으면 가족 정보까지 "술술"

3. 나라마다 기본권리·법·제도 "제각각"

4. "자기통제권 보장 시스템 뒷받침돼야"

열성인자인가, 우성인자인가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돼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사회의 상층부를 이루고 전통적인 부부관계로 태어난 사람들은 사회 하층부를 이룬다. 열성인자를 가진 사람은 직업 선택에도 제한을 받는다. 영화 "가타카"에서 그려지는 미래 현실이다.


대한의료정보학회 김주한 이사장은 유전자검사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SF 영화에서 그려지는 가상의 세계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세상이 열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도, 준비도 부족하다.

생활 속에서 유전자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전자 정보가 확실성이 아닌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아직 불명확한 부분도 많지만 일부 질환은 베일을 벗고 맞춤 치료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식별력이다.

김 이사장은 "CT 영상을 보고 누구의 영상인지 구분 수 없지만 유전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게다가 유전자는 온전히 개인의 정보가 아니라 가족과 공유하는 정보이며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자신의 DNA 정보를 웹상에 공개했던 한 과학자가 자신의 누이에게 소송을 당한 경우도 있다. 기증되지 않은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로 넘어가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김 이사장은 "유전자 정보의 유용성이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크다"면서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자산과 같이 개인이 주체가 돼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그가 개발한 헬스 아바타 시스템은 암호화한 뒤 8 메가바이트 크기로 줄여 스마트폰을 통해 개별적으로 관리하도록 고안됐다. 자신만 아는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돼 필요할 때 쓸 수 있고, 폐기할지 유지할지도 전적으로 개인이 결정한다.

김 이사장은 "주민등록번호처럼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면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개인이 자기정보통제권을 갖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정보를 맡길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의 2차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법적으로 검사 목적을 벗어나는 이유로 피검사자의 유전자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긴 하지만 2차 사용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2차 사용처를 파악하고 각 사용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정신이 사회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논의도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경우 누구의 동의를 받을 것인지 고려돼야 한다.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소아청소년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아도 유전체 회사에서 16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검사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성장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자칫 유전자검사 결과를 통해 아이들에 꼬리표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학적 목적이 없는 경우 검사를 하지 않도록 권했다. 의학적 목적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치매처럼 뚜렷한 예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결과를 통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 이사장은 "예방이나 치료 등 결과에 대해 대응할 수 있고, 근거가 있다면 검사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선입견과 편견으로 검사 결과가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3만개가 넘는 유전자 중 500개 이상을 아는 의사가 적다는 것은 앞으로 유전자 정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조심성을 갖고 접근하되 기술 발전에 뒤처지지 않도록 유전자 정보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인 지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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