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설립설 솔솔...병의원-소비자단체 등 모두 반발


"안 그래도 힘센 거대 공룡 보험사들. 더 커져서 공보험(국민건강보험)이 말살돼야 정신차리시겠습니까?"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보험정보원(민간심평원)이 설립될 것이란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국회는 물론 병의원, 소비자단체에서 "민간보험사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보험정보원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실의 최병천 정책보좌관은 주제발표를 통해 삼성생명의 의료민영화 전략보고서와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종합대책을 근거로, “급여와 비급여를 아우르며, 공보험과 민간보험을 포괄하는 민간심평원격인 초대형 빅브라더가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삼성생명의 의료민영화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민영화의 4단계 작업으로 민간보험회사들의 독자적인 심사평가 능력의 확보가 명시됐으며, 이로써 당연지정제의 무력화와 민영보험으로의 완전 대체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실제 독자적 심사평가를 시행하는 "보험정보원" 설립 구상이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 종합대책과 12월 금융위 내부문건인 보험정보 집중체계 개선방향에서 자세히 드러난 바 있다.

보험정보원은 심평원에 대한 심사위탁 대행기관으로 지난해 8월 제시됐으며, 12월에는 보험정보 집중체계의 일환으로 설립 구상이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이들 문서에 따르면 보험정보원은 의료 분야의 진료정보와 보험 분야의 심사정보가 통합되며, 공보험(국민건강보험)과 사보험(보험정보원)이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보험정보원을 매개로 급여-비급여 정보가 통합 관리된다.

이외에도 부당 청구 등에 대해 공보험-사보험 간 보험금 지급정보를 공유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민영의료보험협의회를 신설해 소비자-정부-업계가 보장범위와 공동으로 진료비 심사방법 등을 주기적으로 협의하게 된다.

금융위는 이같은 보험정보원을 설립하는 명분에 대해서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 요인인 과잉진료와 허위청구를 막고, 비례보상 및 중복가입 필터링 문제를 억제하며, 법적 리스크나 기관간 중복투자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 보좌관은 "보험정보를 일원화한다고 해서 과잉진료와 보험사기가 억제되지 않으며, 이미 협회별로 비례보상이나 중복가입 필터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면 그동안 유권해석된 부분만 국한해서 정비하면 되고, 전산유지비 등은 통합해도 어차피 들어가게 될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설립 논거는 막연하다"며 "만약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모든 정보를 포괄하는 초대형 보험판 빅브라더인 보험정보원을 설립한다면 이는 닭 잡는 데 소잡는 칼을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보좌관은 보험정보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급여 내 본인부담금은 실손보험에서 제외하고, 심사평가가 필요하다면 보험회사의 개별 건수 별로 수수료를 내고 심사평가원에 위탁하면 된다"면서 "관련 문제를 모두 해소하는 동시에 공적 건강보험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서 의료민영화가 아닌 △비급여 코드화 진행 △비급여 가격 표준화 △적정수가 현실화 후 비급여 급여화 순으로 공적보험을 강화하는 급여화 3단계 방법을 제시했다.

더불어 실손보험 가입 시 60대 이상 보험 가입 거절 등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실효성 있는 처발조항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위 "국민 의견 수렴할 것" vs 의료계-소비자 "민간심평원 발상 자체 거부"

이번 발표와 관련 금융위 이병래 금융서비스 국장은 "다소 보험정보의 관리에 대한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보험정보원이라는 집중 체계안이 거론됐다"면서 "여러 가지 대안을 듣고 보니 금융위에서 이를 고려치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문건은 금융위의 총체적인 의견이 아니다"라면서 "금융위는 보험정보 집중 체계와 관련해서 이해관계자 공론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칠 것이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국장은 "보험정보의 집중 관리로 현 보험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말아 달라"면서 "앞으로 복지부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공보험 체계가 더욱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융위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달 동안 밀실에서 급속도로 추진해놨으면서 아무 것도 진행된 바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면서 "정보의 집중이나 일원화라는 단어가 듣기에는 좋으나 제어하지 못했을 때 그 폐해가 상당함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강창구 사회보험노조 정책위 의장도 "민간심평원 격인 보험정보원 설립은 곧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의도이자 의료민영화의 첫 단추"라면서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는 공보험 고유의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보험은 국민 건강과 질병을 다뤄 의학적인 특성에 치우쳐 있으므로, 금융위의 보험 관리감독 기능을 모두 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부회장도 "왜 국가차원에서 실손보험사가 우후죽순으로 커가는 것을 진작에 바로 잡지 못했느냐"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건강보험법의 근간을 흔들지 못하도록, 또 비급여 보장이라는 기존의 실손보험사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업계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설립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한편 토론 패널로 참석하기로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